2021 법무사 2월호
변하는 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람들도 덩달아 빨라지고, 발전하는 디 지털 기술은 이런 전 세계적인 변화의 속도를 더욱 거세게 하고 있다. 그 선 두에는 스마트폰이 있다. 점점 더 빨라지고 똑똑해지는 기계문명의 총아인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우리는 너무나 쉽고 간편하게 원하는 정보를 취득하고 이를 활용하여 불편 을 해결한다. 일상을 벗어나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릴 수 있는 근사한 여행 을 떠난다고 해 보자. 지도와 번역기가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넘쳐나는 정보 를 검색하고, 원하는 곳을 선택한 후 바로 예약 결제를 완료한다. 그리고 정 해진 날짜에 출발하면 성공이다. 사색은 필요 없고 순간순간의 검색만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이 도구 를 통해서 엄청난 변이를 일으키면서 쉽고 빠르게 진행이 된다. 보이지 않는 전파를 타고 흐르는 모든 정보들이 아직도 마냥 신기하고 불가해하긴 하지 만 모두들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는 데는 별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고 순서가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 는 첨단 도구는 그 절차와 과정을 간편하게 하는 것일 뿐, 어떤 가치나 철학 까지 필요 없어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가는 과정과 절차는 간편해졌 지만, 사람들의 여행을 가고자 하는 욕구나 여행을 통해 얻고자 하는 의미 가 없어진 것은 아닌 것이다. 인생은속도가아니라방향 최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은 일종의 트리거(우리의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자극의 기폭제)다. 빠름과 쉬움, 간편함이 주류였던 세상에서 이제는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설정마저도 바꿔야 하는 상 황이 강제되고 있다. 비대면 환경 조성의 필요성과 그에 부수되는 환경의 변화들이 ‘뉴 노멀 (New Nomal)’로 자리잡아가는 요즘, 상시적 위험 대비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감염병의 주기적 대유행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여 겨지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감염병의 극복이 아니라 위험을 줄이며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오히려 더 현실적인 것이라 생각된다. 빨리빨리 행동해 신속한 결과를 얻어내려는 우리의 성향은 부지런함이 되어 다방면에서 발전의 동력으로 작용하였고, 우리 사회의 경제성장과 민 주화를 이뤄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빠른 절차를 통해 얻어지는 결 과에 대한 성취감도 굉장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이런 신속함과 간편함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전제 로 자연스럽게 상정되는 것은 위험 해보인다. 인간이 사용하는 도구는 인간 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런 문명의 이기들은 결국 인간을 종 속시키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너무 편안해서 별다른 고민의 시간들이 필요하지 않고, 고민이 필 요하지 않으니 손가락만 습관적으 로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뇌는 수 용적인 사고로 선택적인 지적 작용 만 하면서 고유의 분석적인 사고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나친 편안함에 오히려 불편 을 느끼는 건 나만의 문제일까? 셸 실버스타인(Shel Silverstein) 의 「잃어버린 조각(My missing piece)」에나오는이빠진동그라미는 잃어버린조각을찾아헤매다마침내 짝을만나완벽한동그라미가된다. 완전해진 동그라미는 빠르고 신나게 굴러가지만, 이제는 이전처 럼 벌레와 대화를 나누고 꽃향기를 맡고, 나비와 함께 놀 수 있는 여유 가 없다는 것에 상실감을 느낀다. 현 대인의 ‘빠름 중독’에 대한 은유적 통찰에 다름 아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 이라는 철학자의 말이 가슴에 오래 남는 요즘이다. 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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