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2월호

내가 웬일인지 백숙을 먹겠단다(정말 아프긴 아픈가 보 다). 진한 갈색 한방 능이백숙의 펄펄 끓는 냄새만 맡아 도 벌써 건강해지는 듯하다. 부추를 푸짐하게 올린 뒤, 한 국물 떠먹으면 몸이 데워지는 듯 기운이 난다. 육고기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지만, 능이 향 가득한 이 집의 오리백숙은 항상 기분 좋은 예외다. 부드러운 고 기와능이버섯의구수하고담백한조화를아내와함께칭 찬하며 먹으니, 아들들도 슬그머니 합류한다. 효자들이 능이버섯만골라내고백숙과국물을열심히도먹는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내가 이 집에서 가장 좋아 하는 것은 무쇠솥밥의 누룽지다. 직접 제작했다는 묵직 한 무쇠솥에 담겨 나온 능이버섯밥도 맛있지만, 더 별미 는 누룽지다. 물을 부어놓고 제일 마지막에 먹는 누룽지 의 구수함은 “사느라 고생이 많다”며 등 토닥이는 노모 의 따뜻함을 닮았다. 모든 음식에 최대한 조미료를 쓰지 않고 직접 소스 를 만들고, 육수재료 하나하나 자신의 손을 거쳐 간다는 대표님의 자신 있으면서도 겸손한 미소가 정겹다. 이제뭘좀제대로먹은느낌 후식으로 마실 수 있는 평균 이상으로 달콤한 매 실, 석류차와 달달한 믹스 커피를 마시면서 밖을 본다. 뒤쪽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바비큐를 먹을 수 있는 테 라스 스타일의 식당이 있고, 식사 후 5천 원에 이용할 수 있는 찜질방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예전과 같은 일상이 가능해지면 찜질방도 한 번 가 보고 싶다고 식구들이 한마디씩 한다. 마스크를 벗게 되 면 하고 싶은 일 목록이 하나 늘었다. 점심에는 한정식 코 스도 있다고 하니 근처에 일 있을 때 손님 대접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대신 예약은 필수. 단체 손님들도 많고 방송 에도소개가되어대기할경우도종종생긴다고한다. 차에 올라타며 “이제 뭘 좀 제대로 먹은 기분이네” 라며 기분 좋아하는 아내. 다음에 언제 또 오냐며 확답 을 내놓으라는 아들들. 떠들썩한 모습을 보니 역시 밥심 이 중요하구나 싶다. 휴…, 이제 좀 안심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세상 행복한 사람이 이것도 저것 도 다 맛이 없다니…. 고민하다 생각난 곳. 이때 써야 할 비장의 카드는 ‘박터진 흥부네’이다. 맛있는 음식은 물론 이고, 지친 마음도 토닥토닥 응원 받을 수 있는 곳. 기분좋은매콤함, 코다리찜 이곳에서는 먼저 주차장에서 닭을 만나야 한다. 아 찔하게 추운 날이 아니라면 병아리 몇 마리 데리고 여유 있게 풀을 뜯으며, 사람들에게 시큰둥한 녀석을 보게 된 다. 어디멀리시골에온기분이다. 기찻길같은나무계단 을 지나 올라가서 만나는 둥근 황토집. 입구에서 흘러나 오는 7080 노래들과 딱 들어맞는 옛 물건들과 인테리어. 투박하고 무거운 원목 의자들을 옮겨 편안히 앉는다(안 쪽에는 단체가 앉을 수 있는 좌식룸도 마련되어 있다). 높은 천장과 널찍하고 오래된 공간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 아내도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조용히 웃는다. 장소처럼 따뜻하고 구수한 둥굴레차를 마시며 음식을 기다린다. 몇 분의 편안한 침묵도 나쁘지 않다. 깔끔한 기본 반찬이 앞장서 나온다. 간이 딱 맞는 제철나물들과 샐러드, 잡채 등등. 그중에 날이 덥든지 춥든지 상관없이 입안 시원한 양배추 물김치는 항상 반 갑다. 넉넉한 인심을 알기에 리필도 편하게 부탁드릴 수 있다. 젓가락들이 벌써 바빠진다. 아들들의 선택은 코다리 찜이다. 매콤한 음식을 워 낙 좋아하지만 괜찮을지 걱정했는데, 코에 송골송골 땀 을 흘려가며 정신없이 먹는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맛 있는 매운맛’의 비밀은? 바로 물엿 대신 넣은 꿀이라고 사장님이 웃으며 알려주신다. 식당 입구에서 판매하는 꿀들을 말하는구나 싶다. 쫄깃한 식감이 잘 살아있는 코다리를 먹다 보면 ‘한 마리 사이즈가 꽤 큰데?’ 하던 생각이 쏙 들어간다. 묵직한건강의맛, 한방능이백숙 매콤한 음식을 좋아해서 원래 ‘코다리 파’였던 아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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