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4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신종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업계 핫이슈 법무사의 협회 회원화를 위한 「회칙」 개정의 필요성과 당위성 내겐 휴식같은 취미 궁도, 정심정기(正心正己)의 무예 ISSN 2233-4688 2 0 2 1 vol.646 04

발행인 최영승 편집인 김충안 편집주간 김병학 편집위원 강신기·권중화·김종모·나희숙·민경화 박재승·이경록·이상진·조희창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1년 4월 5일 통권 제646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정윤서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사는 어떻게 사는가? ‘등기신청’ 대리하는 법무사 법무사는 “출생에서 상속까지” 일상생활의 다양한 법률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 주된 업무는 크게 부동산등기와 법인등기의 신청을 대리하는 ‘등 기 업무’라 하겠습니다. 등기제도는 부동산 및 법인의 권리관계나 변동사항을 공시하는 제도이지만, 등기를 한다고 해서 법적인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부실등기가 되지 않도록 법무사가 등기의뢰인의 본인 여부를 확인하고, 등기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법무사의 일과에서 등기신청을 위해 등기소를 방문하거나 대법원 전자 등기시스템에 접속해 등기신청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지 만, 훗날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등기신청 전 본인확인을 하는 과정 또한 매 우 중요하다는 것, 꼭 알아 두세요~! 4월 커버 스토리

Contents 만나고 싶었습니다 법으로 본 세상 현장활용 실무지식 08 인터뷰 _ 신종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14 국회 25시 _ 입법, 정책, 이슈,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① - 입 법과 이슈 20 지구살리기 인사이트 #12 _ #4. 왜 자꾸 더워질까? - 탄소 발자국을 따라가면 범 인이 나온다 26 주목! 이 법률 _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전부개정안의 주요내용 과 입법과제 30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 가사 분야 36 최근 시행법령 _ 「소상공인 보호·지원법」 일부개정(2021.3.9. 시행) 등 97 내가 만난 법무사 _ 이한수 법무사(경기중앙회) 56 맞춤형 최신 판례요약 _ 대법원 2021.1.14.선고 2016다215721판결 등 60 나의 사건수임기 _ 기각된 이중가족관계등록부 정정신청과 재판부의 현명한 결정 66 법무사 실무광장 _ 토지 경매물건의 분석요령 – 농지와 임야에 대한 권 리분석과 경제성 분석을 중심으로 74 불확실성을 견디는 긍정심리학 _ 위기에 더 강해지는 힘, 회복탄력성을 높이려면? 2021년 4월 vol. 646 08 20

법무사 시시각각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 등록 36 업계 핫이슈 _ 법무사의 협회 회원화를 위한 「회칙」 개정의 필요성 과 당위성 _ 미래등기추진단 자격자대리인 두 번째 간담회 개최 보고 _ 「법무사 윤리장전」의 개정을 위한 제언 46 와글와글 발언대 _ 등기의 공신력 확보를 위한 상세증명서 공개와 자격 자대리인 공시 _ 2021년 협회장선거 후보자 선택을 위한 제언 _ 배우 윤정희 씨의 성년후견사건을 보며 52 화제의 법무사 _ 긍정 마인드로 업무영역 개척하는, 최옥환 법무사 52 84 80 78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수상) _ 탄천의 봄, 기지개를 켜다 80 그림과 눈을 맞출 때 _ 정선의 「필운대상춘도(弼雲臺賞春圖)」 82 우리 동네 맛집산책 _ 세종시 조치원 맛집 ‘수구레국밥’ 84 내겐 휴식 같은 취미 _ 궁도, 정심정기(正心正己)의 무예 86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92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96 편집위원회 레터 _ 법적 공정성과 법무사업계

때론 태풍이 불고, 큰비가 내리고 우리의 인생에도 위기가 찾아오곤 합니다. 그런 순간 문을 두드려 도움을 청하고 싶은 사람, 법무사는 당신의 삶을 지키는 우산이 되고 싶습니다. Keep Your Life! 당신의 삶을 지키는 우산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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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김충안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사진 김흥구 더블루랩 조정성립률 70%, 더욱 높이는 것이 과제입니다 인터뷰 신종원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08

조정위원회 조정결정, 재판상 화해 효력 가져 강제집행 가능해 먼저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의 역할 과 구성 등 간단히 소개를 해주실까요? 조정위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소비자기본법」 제 60조에 잘 규정되어 있습니다. 소비자와 사업자 간에 발 생한 분쟁에 대해 고소나 고발, 민사소송과 같은 사법적 절차가 아니라 상호의사에 바탕한 조정을 통해서 평화 롭게 해결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회의 구성은 상임위원 5명과 비상임위원 145명, 총 150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위원들은 공정 거래위원장이 임명 또는 위촉합니다. 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역시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하고요. 위원 중 비상임위원들은 각계 전문가들로 위촉되 는데, 법조계 출신이 40여 명, 의료계 출신이 30여 명 되고, 학계와 소비자단체의 임원, 사업자단체 임원 출신 들도 있습니다. 위원들의 임기는 3년, 연임이 가능하고, 보수는 상 임위원의 경우 매월 일정한 보수, 비상임위원은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소정의 회의수당이 지급됩니다. 사업자와 분쟁을 겪고 있는 소비자가 조정위원회의 조정 을 받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요? 또, 국 민들께서는 신청비용이 얼마인지도 궁금할 것 같습니다. 조정위원회의 모든 절차는 국민 누구나 무료로 이 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소비자기본법」 에 따라 소비자원 등 국가가 설치한 소비자관련기관이 나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 또는 지자체가 설립한 소 비자관련기관, 그리고 법률에 정한 민간소비자단체에서 소비자의 불만처리와 피해구제 활동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즉, 국민들이 이들 기관에 연락해 피해구제를 해달 라고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을 통해 피해 관련 상담을 받고 합의권고 등과 같은 피해구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 습니다.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 기관이나 당사자가 우리 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해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비자가 곧바로 조정위원회로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먼저 위 기관들에서 피해구제를 받은 후 조정위원회에서 조정을 받는 시스템입니다. 조정위원회는 소비자분쟁 해결에 있어 2차기관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조정위원회에 사건이 신청된 후 소비자보호운동을 「헌법」으로 보장(제124조)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1980년 소비자의 권리와 사업자의 책무 등을 규정한 「소비자기본법」을 제정하고, 이에 근거해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다 손해를 입은 소비자의 피해구제와 권리 보호를 위해 한국소비자원(이하 ‘소비자원’)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는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분쟁 발생 시 법적 효력을 가진 조정절차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설치된 조정기관이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성장하면서 점점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 분쟁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조정위원회의 역할과 과제 또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3.23.(화) 15:00, 서울 송파구 문정동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신종원 위원장을 만나 조정위원회의 현황과 과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법무현장에서 다양한 소비자분쟁사건을 수임하고, 법원·검찰청 등에서 조정위원으로도 적극 활동하고 있는 법무사들에게 특히 흥미롭고 유익한 인터뷰가 될 것이다. <편집부> Q Q Q 09

어떤 절차로 조정이 진행되나요? 위원회에 조정신청이 되면, 먼저 사건을 검토한 후 분쟁조정회의를 열게 됩니다. 조정회의에는 상임위원 포 함 3~11명의 위원이 참석해 사건을 심의하고 조정내용을 의결하게 되는데, 소비자와 사업자를 각 대표하는 위원 1명 이상은 반드시 참석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 의료분쟁이라면 의료계를 대표하는 위원, 자동 차 관련분쟁이라면 자동차 관련 전문가 위원 등 분야별 위원도 참석합니다. 이렇게 개최된 분쟁조정회의에서 조정내용이 의결 되면, 양 당사자에게 조정내용을 수락할 것인지의 여부 를 선택하도록 통지하게 됩니다. 양 당사자는 통지를 받 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해 야 하는데요, 의사표시가 없다면 조정내용을 수락한 것 으로 간주합니다. 성립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발생되 어 조정결정서 등을 법원에 제출해 집행문을 부여받으 면 강제집행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여러 조정기관이 있지만, 조정의 효력 이 모두 같지는 않습니다.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부 여되는 조정기관은 몇 군데 되지 않지요. 조정의 모든 절차는 30일 내에 처리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만, 현실적으로는 당사자의 요구나 현장조사, 전문가 자문 등이 필요할 때 연장해 처리할 수밖에 없는 데, 이 경우 90일씩 두 번의 연장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소비자는 조정내용을 수락했는데 사업자 가 수락하지 않아 불성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소비자 누구나 소비자원에서 운영하는 ‘소비자소송지원 제도’를 통해 변호사 선임 등 민사소송에 대비한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건 폭주, 팬데믹 분쟁해결기준도 새롭게 마련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없으면 조정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든지 재판상 화해 효력 등은 조정위원회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 같은데, 연간 조정사건 수와 조정성립률은 얼 마나 되는지요? 2019년 기준으로 조정위원회에서 처리한 사건 수 는 3,600건 정도입니다. 2020년에는 조정위원회의 인력 구성을 감안해 10% 정도 상향된 4,000건 정도 될 것으 로 예상했다가 갑작스러운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식장, 신혼여행항공권, 해외여행지 숙박시설 등의 취소로 인 한 분쟁사건이 급증하면서 무려 5,500여 건이 접수되어 4,400건을 처리했습니다. 임직원들이 정말 고생이 많았 지요. 아직 남은 사건들과 계속 접수되는 사건들로 인해 올해도 그 여파가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조정성립률은 현재 70% 정도로 높은 편입니다만, 요즘은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해외국가들의 입국금지 등으로 항공료 환급 관련 분쟁사건이 많이 접수되었는데, 소비자들로서는 자신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위약금을 지불하거나 제대로 환불 받지 못해 분쟁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항공사들 도 전액 환불해 주고 싶어도 사실상 파산상태라 해줄 수 가 없다고 어려움을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소비자관련 기관에 피해구제를 요청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기관에서 상담을 받고 합의권고 등과 같은 피해구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그때 해당 기관이나 당사자가 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면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만나고 싶었습니다 10

팬데믹 상황에서는 항공사도 일종의 피해자라 할 수 있겠 네요. 이런 경우는 조정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감염병에 대비한 별도의 분쟁해결 대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라고, 소비자와 사업자 간 분쟁에서 민사소송까지 가지 않고도 이를 해결할 수 있 도록 피해 유형별로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정해 놓은 공 정거래위원회의 고시가 있습니다. 여기에 계약취소 사유 중 ‘전쟁과 천재지변’ 항목 이 있는데, 감염병 팬데믹에 대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상 상해 보지도 못한 일이었으니 당연히 그랬지요. 그런데 우리 소비자원과 조정위원회가 폭주하는 팬데믹 관련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감염병 팬데믹도 천 재지변에 준해서 해결되도록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를 많이 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9월에 공정위에서 분쟁해결기준을 개정했습니다. 원래 천재지변으로 인한 피해보상 기준은 전액환 불로 되어 있지만, 가끔씩 발생하는 일반 천재지변과 팬 데믹을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하면 사업자가 버틸 수 없 으니, 사업자와 소비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선에서 일정 기준을 만들어 현재 운영 중에 있습니다. 지금까지 처리한 사건 중에서 대표적인 사건이나 인상적 인 사건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앞에서 말한 항공료 환급 관련 조정사건이나 2년 전 큰 이슈가 되었던 방사능침대 집단분쟁조정사건 같 은 대표적인 사건들이 있지만, 금액은 아주 작아도 사회 적으로는 큰 의미가 있었던 ‘이모티콘 구입대금 환급 사 건’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사건의 소비자는 어머니에게 선물하기 위해 온 라인에서 이모티콘을 구입했는데, 구입 직후 원래 사려 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당일 결제를 취소하고 사 업자에게 환불을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사업자는 이모티콘의 소유권이 어머니에게 있으므로 어머니가 직접 취소 및 환불 요청을 해야 한다 며 거절을 해 분쟁이 되었습니다. 조정위원회에서는 이용자인 어머니가 이모티콘을 다운로드하지 않았고, 사업자에게 이모티콘 수령 의사 를 밝히지 않았으므로 소비자에게 「전자상거래법」 상 청약철회권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업자에게 전액 환불하라고 결정했죠. 사업자의 환불액이 겨우 2천 원에 불과해 개인에 게는 아주 작은 돈일 수 있겠지만, 전체 소비자를 대상 으로 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결정으로 회사가 금액을 환불해야 하거나 장래 포기해 야 하는 이익은 엄청난 금액이거든요. 예전에 KT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고 남은 금 액을 돌려주지 않고 몇백억 원의 낙전수익을 누리다 문 Q Q 11

제가 돼 결국 이를 공익기금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와 비 슷한 사례라고 볼 수 있지요. 집단분쟁조정 신청 당사자가 수천만 명 될 수도, 입법적 보완 필요해 조정위원회에서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집단분쟁도 조정 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사건이 2019년 LG 의류건조기 사건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건인지 궁금합니다. 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 50인 이 상이 연대해 집단분쟁조정사건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집단분쟁조정이 신청되면, 조정위원회에서는 최장 120 일 내에 사건을 검토해 조정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데, 개시 결정이 되면 14일간 개시공고를 해 동일한 피해 를 입은 소비자들도 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가 신청 을 받습니다. 이렇게 받은 추가 신청자들은 당사자 적격을 확인 한 후 인정 여부를 통보해 주고, 이 통보가 끝나면 이제 조정에 들어가 최대 90일 이내에 결정을 합니다. 이때의 절차와 조정결정의 효력은 개별 조정사건과 같고요. LG 건조기 사건은 자동세척 기능의 불량으로 구입 대금을 환불해 달라는 조정사건이었는데, 의류건조기가 생활가전이다 보니 이 사례에 해당하는 당사자가 무려 150만 명이나 되었습니다. 조정위원회 인력으로는 감당 이 불가능한 규모였지요. 다행히 「소비자기본법」에 “추가신청을 받을 수 있 다”고 규정되어 있어 추가신청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 고, LG측에서도 조정결정이 나오면 모든 소비자에게 동 일하게 적용하겠다고 약속을 해서 해결이 되었습니다만, 앞으로 이번 150만 명이 문제가 아니라 1000만 명도 얼 마든지 신청 당사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입 법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최근 다양한 분쟁조정기관들이 설치되고 있어 좀 헷갈리 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도 의 료분쟁조정을 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도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이하 ‘의료조정원’)이 있거든요. 국민들로서는 비 슷한 기관들은 통합해 일관된 서비스를 해주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어떻습니까?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의료조정원과 소비자분 쟁조정위원회는 운영상 서로 다른 차이점이 있습니다. 우선 의료조정원은 의료사건만 전담하는 반면, 조정위 원회는 사업자와 소비자 간에 일어나는 모든 분쟁사건 을 망라합니다. Q Q 만나고 싶었습니다 12

또, 의료조정원은 사망사건과 중상해 사건을 제외 한 사건에서는 사업자인 의료인(병원)의 조정참여 의무 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의료조정원은 사업자가 거부권 을 행사하면 조정 개시가 되지 않고 각하되는 반면, 소 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사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요건 에 해당되면 모든 사건이 개시됩니다. 조정기관이 많다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서 헷갈릴 수도 있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선택권이 다양해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법무사 조정위원 참여, 협회 산하 ‘소비자위원회’ 설치 제안 조정위원 자격에 법무사가 빠져 있어 아쉽습니다. 법무 사들의 조정위원 참여 경력이나 실무적 경험으로 볼 때 조정위원으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보는데, 법무사의 조정위원 참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법무사는 시민들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기 때 문에 소비자분쟁 분야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좋 은 일입니다. 조정위원의 자격은 「소비자기본법」 제61조 제2항에 규정되어 있어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지만, 현행 법상으로도 참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61조제 2항의 제6호에 “소비자권익과 관련된 업무에 관한 학식 과 경험이 풍부한 자”라는 규정이 있거든요. 그래서 협회나 지방법무사회 산하에 ‘소비자위원 회’와 같이 소비자 문제에 특화된 단위를 설치하고, 소비 자 관련 상담이나 안내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주시면 어 떨까 제안해 봅니다. 그러면 조정위원회에서 등기나 집행 관련 사건들 을 조정할 때 법무사들이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 고, 법무사의 경험과 지식이 사건 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정위원회의 활성화를 위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면 무엇일까요? 더불어 향후 계획도 궁금합니다. 분쟁조정은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금전적 배상 이나 보전을 해주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긴 하지만, 갈등 이 더 파괴적인 상황으로 비화되지 않도록 분쟁을 조기 에 신속하고 평화롭게 마무리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70%의 조정성립률을 더욱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또, 일부 업종의 일부 사업자들의 경우, 고의적으 로 조정을 기피하고 상습적으로 조정내용을 불수락하 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응해 공표제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고, 조정에 필요한 자료를 보다 원활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 문제, 다른 유사한 ADR기관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 의 과제입니다. 어떻든 큰 틀에서 조정위원회는 피해를 입은 소비 자들이 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분쟁조정을 신 속하고 원활하게 처리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조정위원회의 활동에 대해 법무사들 께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협회나 지방법무사회 산하에 ‘소비자위원회’와 같이 소비자 문제에 특화된 단위를 설치하고, 소비자 관련 상담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주시면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 그러면 우리 조정위원회에서 등기나 집행 관련 사건들을 조정할 때 법무사들이 전문가 위원으로 참여할 수 있고, 법무사의 경험과 지식이 사건 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Q Q 13

입법의 이슈화, ‘이슈 파이팅’을 알면 법안 통과도 쉬워진다 최병천 정책 전문가 (前 서울특별시 정책보좌관 ·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국회 25시 성공적인 입법을 위한 리얼 국회 이야기 입법, 정책, 이슈,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 ① - 입법과 이슈 14 법으로 본 세상

입법, 정책, 이슈. 흔히 회자되는 말이지만, 이들의 정확한 개념과 차이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입법, 정책, 이슈는 서로 연결되어 있지만 다른 개념이다. 성공적인 입법 전략을 위해서는 이들이 무엇이 같고 무 엇이 다른지, 그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입법, 정책, 이슈는 각기 다른 개념이다 입법, 정책, 이슈는 주체, 공간, 특성이 다르다. 먼 저 입법(Legislation)은 행위 주체가 국회의원과 정당이 고, 공간은 국회다. 물론, 한국은 정부도 법안 발의권이 있다. 미국 대통령제의 경우 정부는 법안 발의권이 없다. 미국은 세계 정치사에서 삼권분립을 처음 실시한 곳으 로 입법은 입법부가, 행정은 행정부가, 사법은 사법부가 한다. 그러나 한국은 다르다. 행정부에 법안 발의권이 있 어 입법기능과 행정기능 둘 다 갖고 있다. 입법에서 청와 대와 행정부의 힘이 강력한 이유다. 흔히 한국의 정치제도를 ‘제왕적 대통령제’라 표현 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아니다. 엄밀히 말해 한국의 정치 체제는 ‘제왕적 행정부제’ 성격이 더 강하다. 대통령의 권한 집중이 강한 것도 사실이지만, 행정부의 권한 집중 이 더 강하다. 정책(Policy)은 입법보다 포괄적인 개념이다. 입법 은 정책의 부분 집합이다. 정책의 행위 주체는 국회도 포함되지만, 여전히 행정부의 비중이 더 크다. 한국과 같 은 행정부 중심 대통령제에서는 특히 그렇다. 행정학에 서 정의하는 정책의 사전적 개념은 “공공문제를 해결하 고자 정부에 의해 결정된 행동 방침”을 의미하지만, 현실 에서 정책이란, ▵입법, ▵제도, ▵기구, ▵예산 등을 포 괄하는 개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국회에 법안 발의권이 있어도 하위 법령인 시행령(대통령령)과 시행규칙에 더 중요한 내용들이 많다. 실제로 국회의원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간섭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회의 입법권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말과 같다. 박근혜 정부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 통령의 눈 밖에 났던 이유 중 하나도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이었다. 국회 의결을 통해 법안 개정이 된 뒤에도,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통해 이를 형해화하는 경우가 다 반사다. 이러나저러나 정책은 입법보다 포괄적인 개념이 다. 한편, 이슈(Issue)는 입법, 정책과 또 다른 별개의 개념이다. 이를 한국말로 옮기면 ‘화젯거리’다. 현재 윤석 열 전 검찰총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후보 지지 율 1, 2위를 다투고 있다. 호불호를 떠나 이들이 1, 2위를 다투게 된 것은 ‘이슈를 주도하는’ 역량을 발휘했기 때 기존 법 체계에서도 제1법칙은 관성(慣性)의 법칙이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힘은 매우 세다. 등속(等速) 운동인 관성을 깰 수 있는 방법은 가속(加速)을 가하는 경우다. 기존 관성보다 더 강한 힘이 있어야만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15

문이다. 그만큼 정치에서는 ‘이슈를 주도하는’ 것이 중요 하다. 필자는 2020년 초, 고 박원순 시장의 요청에 따라 서울시 정책보좌관으로 일하게 되었는데, 당시 필자가 중시했던 것이 ‘이슈가 되는’ 정책의 발굴, ‘이슈가 되는’ 정책의 추진이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입법, 정책, 이슈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 주제는 다음 호까지 2회에 걸 쳐 집중적으로 다뤄볼 예정이다. 이번 호에서는 ‘입법과 이슈’를 중심으로 다룬다. 입법, 관성을 깨는 더 큰 힘이 필요하다 필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사회운동과 입 법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은 51%다. 사회운동은 51%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신념의 동조 자가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다. 그러나 ‘51%’가 넘어야만 법안 통과가 가능한 입법은 자신의 소신만 고 집해서는 안 되고, 여론지형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입법 은 ‘51% 만들기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유명한 뉴턴 역학의 제1법칙 은 관성의 법칙이다. 이를 입법에 적용해 보면, 기존 법 체계에서도 제1법칙은 관성(慣性)의 법칙이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의 힘은 매우 세다. 등속(等速) 운동인 관성을 깰 수 있는 방법은 가속(加速)을 가하는 경우다. 기존 관성보다 더 강한 힘이 있어야만 법 개정을 할 수 있다. 가속(加速)의 다른 표현이 바로 51%다. 요컨대, 기 존 법률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성을 이길 정도 로 매우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권력, 파워, 열정, 전략·전술, 우발적 사건, 상황적 요인, 사회운동 캠페인 등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법 개정이 안 되는 4가지 경우의 수 법 개정이 실제로 성공하는 경우는 언제일까? 이 를 알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반대의 경 우를 제대로 이해하면 된다. 필자의 국회 보좌관 경험을 토대로 개념화해 보면, 법안이 바뀌지 않는 경우는 모두 결국 ①힘센 집단이 반대하고, ②논리 구성이 어렵고, ③사회적 인습에 따라 51% 이상이 반대하고, ④아무도 몰랐던 법들을 바꾸기 위해서는 강한 힘(=권력)을 동원해야 하거나, 그간 아무도 하지 못했던 논리적으로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내거나, 51% 이상의 동의를 얻기 위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찾아내거나, 아무도 몰랐던 것을 알아내야 한다. 16 법으로 본 세상

4가지다. ① 힘이 센 집단이 반대하는 경우, ② 입법 논 리 구성이 어려운 경우, ③ 사회적 인습에 따라 51% 이 상이 반대하는 경우, ④ 아무도 몰랐던 경우다. ① 힘센 집단이 반대하는 경우 대한민국에서 힘센 집단은 누구일까? 대한민국은 ‘자본주의+국가’다. 한국 자본주의에서 가장 힘센 집단 은 삼성을 포함한 재벌이다. 재벌, 그중에서도 특히 삼성 과 관련된 법안은 잘 통과되지 않는다. 또, 대한민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그래서 대통령과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곳이 그다음으로 힘이 세다. 대통 령을 견제하는 법은 통과가 어렵다. 대통령 다음으로 힘 이 센 곳은 관료들이다. 검찰의 수사권·기소권 분리법안 도 통과가 만만치 않다. 관료 다음은 언론이다. 언론개혁 법안 역시 통과가 만만치 않다. 이처럼 재벌, 대통령, 관료, 언론과 관련된 법안들 은 모두 통과가 만만치 않다. 원리는 간단하다. 힘센 집 단이 반대하니까. 이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더 센 힘’을 동원해야 한다. 예컨대, 다음 대선 을 통해 대통령을 교체하거나, 2016~17년 탄핵 촛불시 위처럼 광범위한 국민적 동원을 이뤄내거나, 총선을 통 해 국회의원을 180석 이상 당선시키는 등의 에너지 동원 이 필요하다. 2020년 상반기에 통과된 법 중에 스쿨존에서 발생 한 어린이 교통사고 운전자의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 법’이 있었다. 이 법이 통과된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대 통령이 TV로 방영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법 개정을 지 지하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후 국민적 관심이 증 폭되었고, 국회는 더욱 강한 법 개정 압박을 받게 됐다. ② 논리 구성이 어려운 경우 필자가 19대 국회(2012~2016년)에서 작업했던 법 안 중 ‘상가권리금 보호법’이 여기에 해당되는 좋은 사 례다. 상가권리금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만 당시 법으 로는 보호받지 못했다. 상가권리금 문제가 발단이 되어 2009년 용산참사가 일어나기도 했다. 상가권리금 보호 와 상가임대차 보호는 원리가 다르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권리·의 무 관계를 규정한다. 그러나 상가권리금은 기존 임차인 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서 이뤄지는 계약관계다. 원칙적 으로 기존 임대인은 권리도, 의무도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기존 임대인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여러 가지 맹점을 활용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을 약탈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했다. 심지어 상가권리금 약탈을 전 문으로 하는 부동산기획사가 있을 정도였다. 이런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논리적 돌파’가 중요하 다. 기존 법률이 갖는 관성의 법칙을 깰 수 있는 강한 에 너지와 논리적 정합성 둘 다를 갖춰야만 한다. 상가 임차 인들의 ‘영업권’ 개념을 도입해 임대인의 권리금 방해행 위를 규제하도록 논리를 구성하고, 사회운동과 연계하 는 이슈 파이팅 캠페인을 전개했다. 결국 상가권리금보 호법은 2015년 국회를 통과했다(「상가임대차보호법」 개 정안(대안) 반영). ③ 사회적 인습에 따라 51%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대표적인 경우는 동성애 결혼 합법화다. 최근 군 복역 중 트랜스젠더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변희수 하사 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는데, 트랜스 젠더의 군 의무 인정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런 법 안이 통과되지 않는 이유는 정치권이 기득권 세력이거 나 나쁜 사람들이어서라기보다는 법과 제도가 ‘51% 이 상’의 입장을 반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치와 가치의 충돌로 발생하는 비극이다. ④ 아무도 몰랐던 경우 아무도 몰라서 법 개정이 되지 않았던 대표적인 경 우로 일명 ‘삼성생명법’이 있다. 현행 자산운용 규제는 은행, 증권, 저축은행 모두 장부 가액(=시가)을 기준으로 17

규제하고 있다. 예컨대, 시가(市價)를 기준으로 3% 이상 의 소유는 금지된다. 심지어 보험회사도 총자산과 자기 자본에 대해서는 시가(市價)를 기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오직 보험회사의 주식과 채권에 한해서만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자산운영 규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에서 단 하나의 기업만이 혜택 을 받게 되는데, 바로 삼성생명이다. 금융업에서는 산업 자본의 금융지배와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를 막기 위해 금융과 산업을 분리하는, 금산분리(金産分離) 규정들이 있다. 삼성생명의 자산운용 규제를 시가로 할 경우, 삼성 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지분을 시가의 3%, 즉 5~7조 원 내외의 소유만 가능하다. 하지만 취득원가로 바꾸면 30 조 원 내외의 소유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의 핵심 회사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이재용→삼성 생명→삼성전자’를 축으로 작동한다. 현재처럼 (보험회 사의 주식소유에 한해) ‘취득원가’를 인정해주면 더 많 은 지배가 가능해지고, 다른 금융회사들과 같이 ‘시가’ 를 적용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의 상당부분을 팔아야 한다. 이재용의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도 그만 큼 약해진다. 단 하나의 특정 회사만 혜택을 보는 이러한 편법적 인 조항은 하위법령인 「보험법 감독규정」, 그것도 본 조 항이 아닌 ‘별표 11(자산운용비율의 적용기준 등)’에 ‘매 우 은밀하게’ 숨겨져 있었다. 삼성생명과 이재용을 위한 슈퍼 울트라 특혜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금융권 경력 이 오래된 국회 김성영 보좌관이 발견해 「보험업법」 개 정안을 발의할 수 있었다. 소위 ‘삼성생명법’이다. ‘삼성생명법’은 19대 국회(2012~2016년)에 처음 발 의되었으나 20대 국회, 현 21대 국회에서도 통과되지 않 고 있다. 삼성이 그만큼 힘이 세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 무도 몰라서 법 개정이 안 된 경우는 ‘아무도 몰랐던 것 을’ 새로 알아낼 경우에만 법을 바꿀 수 있다. 쉬운 일도 아니고, 흔한 일도 아니다. 입법 성공의 핵심은 ‘이슈 파이팅’ 전략 지난 1월호에서 말한 것처럼, 국회의원 임기 4년간 발의(정부 및 국회의원 발의)되는 법안의 총 개수는 약 2만 개다. 이 중 35% 정도가 통과되어 4년간 약 7,000 개의 법안이 통과된다. 2만 개의 법안 중 ① 힘센 집단이 요구할수록, 또는 강한 사회적 에너지를 동원할수록 법안은 잘 통과된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당 대표, 국회 원내대표와 정책 위 의장, 상임위원장, 상임위원회 간사 등의 순으로, 힘 센 권력자들이 동의해 주었다면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 아진다. 또, ② 논리의 구성이 어려워도 새로운 접근법을 찾아내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고, 안정감과 설득력을 높 일수록 법안은 잘 통과된다. ③ 51% 이상의 합의를 이 끌어낼 수 있는 이슈일수록 통과가 유력해진다. 소수만 합의하는 이슈는 통과가 어렵다. 그런 경우, 51% 합의가 가능하도록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지난 호에서 살펴봤던 「국가보안법」이라면, ‘폐지’가 아니라 ‘개정’을 추진하는 경우다. ④ 아무도 모르는 경우를 찾아내려면 평소 호기심 과 궁금증을 갖고 ‘팩트’를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버릇 이 중요하다. 실제로 대어를 낚는 과정은 꼼꼼한 팩트 체크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4가지 모두 만만한 일이 아니다. 국회 짬 밥이 오래된 국회의원과 보좌관 중에는 무력감을 느끼 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얼핏 보면 국회의원이 대단한 것 같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일수록, 국 회의원 1명이 갖는 힘은 고작(?) 1/300(국회의원 총수) 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지점에서 입법의 이슈화 전략이 중요해진다. 입 법을 효과적으로 이슈화하는 것, 다시 말해 입법을 ‘화 젯거리’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정치권에서는 이 를 ‘이슈 파이팅’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입법의 성공을 18 법으로 본 세상

위한 입법전략의 핵심은 ‘입법의 이슈 파이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입법의 이슈 파이팅 역량은 정치적·논리적 지형지 물을 파악한 상태에서 주체적 역량과 환경적 요인을 고 려하고, 효과적으로 전략전술을 활용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이슈 파이팅을 잘하기 위해서 유용한 팁 중에 하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강조한 설득의 3요소다. 화자(話者)의 권위, 청자(聽者)의 자세, 논리 를 의미하는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 (logos)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필자는 국회 보좌관 시절 항상 ‘설득의 3요 소’를 염두에 두고 의정활동을 했다. 보도자료를 쓸 때 도, 토론회를 개최할 때도, 기자회견을 할 때도, 법안 문 구를 작성할 때도 “자나 깨나 불조심”처럼 설득의 3요 소를 떠올렸다. 에토스는 화자, 즉 누가 말하느냐다. 민식이법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했기 때문에 법안 통과가 용 이했다. 최병천이 지지하는 것과 문재인 대통령이 지지 하는 것은 판이하게 결과가 달라진다. 즉, 에토스는 결국 화자의 권위를 의미하며, 다르게 말하면 권력의 크기를 의미한다. 한편, 파토스는 청자의 자세다. 이는 ‘언제, 어떤 상 황인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즉, ‘타이밍’이 중요하다. 예컨대, 관피아 규제법안을 발의하고자 한다면, 발의 시 점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인가, 한참 이후인가 에 따라 사람들의 관심 정도가 달라진다. 2016년 7월, 지 하철 2호선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졌을 때 ‘여혐 이슈’ 관 련 법안을 발의하는 것과 이후 발의하는 것은 그 효과가 다르다. 정치권과 국회에 오래 있으면 ‘타이밍’의 중요성에 대해 수시로 절감하게 된다. 정치인들은 ‘화젯거리’가 될 만한 큰 사건이 터지면, 그에 대해 한마디씩 논평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약간이나마 존재감을 드러낸다. 청자의 자 세, 파토스, 타이밍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논리다. 논리적 정합성도 매 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슈 파이팅에서는 에토스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 파토스, 로고스 순으로 중요하다. (다음 호에 이어) 성공적인 입법을 위해서는 이를 효과적으로 이슈화하는 ‘이슈 파이팅’이 중요하다. 입법의 이슈 파이팅 역량은 정치적·논리적 지형지물을 파악한 상태에서 주체적 역량과 환경적 요인을 고려하고, 효과적으로 전략전술을 활용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이슈 파이팅에 효과적인 기법 중 하나는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를 활용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득의 3요소’다. 19

지구 살리기 인사이트 #12 #4. 왜 자꾸 더워질까? 탄소 발자국을 따라가면 범인이 나온다 20 윤정훈 에너지정책기후 전문가 · ECOREBATES 컨설턴트 환경위기의 현재와 극복을 위한 12가지 통찰

몇 년 전 겨울, 광주에서 도난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당시 돈을 훔 쳐 달아나던 범인은 치밀하게 모든 침입 흔적을 지웠고, 마침 내리던 눈 에 ‘발자국도 지워질 것’이라 생각해 안심하고 도주했다. 그러나 발자국 이 눈에 지워질 거라는 생각은 오판 이었다. 내리던 눈은 범인의 발자국 부분에만 덜 쌓였기 때문에 며칠 만 에 붙잡히고 말았다. 경찰에게 발자 국은 지문만큼이나 많은 정보를 알 려준다고 한다. 발자국을 따라가면 범인이 나오는 셈이다. 모든 활동에는 ‘탄소 발자국’이 남는다 눈이나 흙 위에만 발자국이 남 는 건 아니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 동은 지구에 흔적을 남긴다. 요즘 때아닌 한파로 텍사스에서 난리가 나고, 또 반대로 극지방에서는 고온 건조한 기후로 불이 나기도 했다. 이 런 이상기후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 님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러한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 각심을 가지고 정화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우리가 하 는 활동들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 스의 양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바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다. 지구가 더워지는 온난화 현상 은 온실가스 때문인데,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이산화탄소다. 인간이 일하고 놀고 움직이는 데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 요한데,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료가 필요하다. 우리가 쓰는 화석 연료가 대개 탄소화합물이기 때문 에, 이를 태우면 이산화탄소가 만들 어진다. “탄소 발자국”에 탄소라는 말이 들어가는 이유다. 그러면 발자국이라는 말은 왜 들어가는 걸까? 이산화탄소는 인간 의 경제활동 전반에서 배출된다. 실 제로는 색이 없지만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때마다 눈앞에 까만색 구름 이 뭉게뭉게 나오는 것이 보인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온실가스와 관 련된 모든 활동에 거뭇거뭇 까만색 이 묻어날 것이다. 발전소나 공장, 자동차 꽁무니 는 말할 것도 없고, 하늘과 바다를 누비는 항공기와 선박이 지나간 자 리에도 까만 발자국이 찍힐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운전해서 일을 하러 가거나 여름철 덥다고 에어컨을 틀 때, 휴가를 가려고 비행기를 탈 때 모두 우리 뒤에는 탄소 발자국이 콩 콩 남는다. 코로나 시대에는 사람들의 이 동이 대폭 줄었다. 해외여행은 물론 이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되어 최소 한의 이동을 안 하는 경우도 많았 다. 하지만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 고 탄소 발자국이 생기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정화를 위한 노력을 해 나가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이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될 때마다 눈앞에 까만색 구름이 뭉게뭉게 나오는 것이 보인다고 상상해 보자. 그러면 온실가스와 관련된 모든 활동에 거뭇거뭇 까만색이 묻어날 것이다. 21

집에서 쓰는 냉장고, 세탁기, 전등, 휴대폰 충전기, TV 등을 생각해 보자. 모두 전기를 쓴다. 이 전기는 어디 에서 왔는가? 물론 발전소에서 왔다. 현재 신재생 에너 지 발전 비율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을 고려해 보면, 당연 히 시커멓게 탄소 발자국이 남는다. 우리 집에서 석탄을 태우는 것이 아닌데도 그렇다. 슈퍼에 가서 과자 한 봉지를 산다고 해보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고 청정한 게 아니다. 과자의 내 용물과 포장지를 만드는 데도 자재와 에너지가 들고, 슈 퍼까지 배달되는 교통수단에서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과자를 사먹는 대수롭지 않은 행동도 탄소 발자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아래 그림은 미국의 평균적인 가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발자국 비율을 나타낸다. 교통뿐 아니라 물건을 사 는 것, 냉난방을 하고 따뜻한 물을 쓰는 것 등 아침에 눈 을 떠서 하루 종일 하는 모든 활동이 탄소 발자국과 관 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집에서 넷플릭스만 봐도 탄소 발자국은 찍힌다 심지어 가만히 앉아서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는 고요한 활동에서마저 탄소 발자국은 남는다. 동영상 서 비스는 TV나 휴대폰, 아이패드 등 기기를 사용하여 재 생하는데, 이때도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내가 가진 기기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 니다. 데이터 센터로부터 네트워크 케이블과 라우터를 거쳐 손바닥까지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넷플릭스를 30분간 시청하는 것은 자동차를 100미터 운전하는 탄소 발자국과 비슷 하다고 한다. 그리 큰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만, 최근 동영상 스트리밍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 고 있는 것을 보면 결코 우습게 여길 사안이 아니다. 줌 미팅을 할 때 꼭 필요하지 않으면 카메라를 꺼 두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할 때 고화질 대신 표준화질을 슈퍼에 가서 과자 한 봉지를 산다고 해보자.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녀왔다고 청정한 게 아니다. 과자의 내용물과 포장지를 만드는 데도 자재와 에너지가 들고, 슈퍼까지 배달되는 교통수단에서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과자를 사먹는 대수롭지 않은 행동도 탄소 발자국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뜻이다. 법으로 본 세상 [그림 1] 미국 평균적인 가정의 탄소 발자국 비율 교통 Transportation 쇼핑 Shopping 공기조화시스템 HVAC 가정용 에너지 Non-HVAC 음식 Food 22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발자국을 줄 일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 을 것이다. 먹거리 생산과 소비도 또 다른 범인 개인의 삶에서 또 다른 중요한 탄소 발자국은 음식물 소비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육류 소비를 줄여 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와 먹음직스러운 스테이크가 대체 무슨 상관일까? 전 세계 인구가 증가하고 경제 가 발전하며, 고기 소비는 점점 늘 어나고 있는 추세다. 수요가 늘면 공급도 느는 법. 육류 수요를 충당 하기 위해 벌목을 하여 목초지를 만 들고, 가축을 키운다. 숲이 빨아들 이던 이산화탄소는 이제 공중에 그 대로 남는다. 우습지만 가축, 특히 소가 트 림을 하고 방귀를 뀌는 것도 상당한 온실가스 방출이다. 그때 방출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도 훨씬 강력한 온실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소도 점점 늘어만 나고 있으니, 채식 주의 식단이 기후변화 방지에 도움 이 된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식량 수송 의 탄소 발자국을 고려해 가급적 살 고 있는 지역에서 생산된 음식을 먹 고, 1일 1식이라도 채식주의를 실천 하는 것을 권장한다. 식량 생산만이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해 칩거했던 지난해, 음식물 쓰레기도 덩달아 엄 청나게 늘었다.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는 모두 잘 알 것 이다. 메탄가스의 방출로 인해 나는 냄새다. 이처럼 개인의 식생활은 생 각보다 탄소 발자국과 나아가 기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주범은 발전과 교통 생각지도 않은 드라마 시청과 육류 섭취까지 탄소 발자국과 밀접 한 관련이 있으니,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공장 굴뚝과 자동차 꽁무니는 말할 것도 없이 탄소 발자국을 크게 남긴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 과 교통 부문은 탄소 발자국을 시커 멓게 남기는 대표적인 분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석탄은 탄소 집약적인 연 료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 가장 높다. 천연가스 발전의 경우 석탄보다는 적지만 역시 온실가스 를 배출한다. 원자력 발전이나 신재 생 에너지 발전은 발전 자체에서는 온실가스가 배출되지 않지만, 발전 소가 세워질 때부터 수명을 다하고 폐쇄될 때까지 수십 년의 생애 주기 로 보았을 때에는 역시 탄소 발자국 <출처>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 28% 26% 17% 15% 14% 23

이 남는다. 특히 원자력 발전의 경우 연료의 채굴부터 처리, 발전소 건립 과 운영, 폐기까지 모두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 부문도 마찬가지다. 자가 용을 운전하든 대중교통을 이용하 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탄소 발 자국이 남는다. 최근에는 전기차 시 장이 많이 커지기는 했다. 물론 전기 차를 운전하면 배기가스가 배출되 지 않기 때문에 석유를 연료로 쓰는 자동차에 비해 청정한 것이 사실이 다. 하지만 전기차를 생산하고 충 전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역시 탄소 발자국은 남는다. 만일 지붕에 태양 광 패널이라도 붙여서 청정한 전력 으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면 그 나마 탄소 발자국이 가장 미미하겠 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기차 자 체만으로는 그다지 친환경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한다. 비행기와 선박 역시 탄소 발자 국을 크게 남긴다. 최근 에어버스사 는 수소 에너지를 이용한 배출량 제 로 항공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 지만, 언제쯤이나 상용화될 수 있을 지는 사실 미지수다. 비행기나 선박 모두 국경을 가 로질러 움직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 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기가 어려워 기존의 국제협약 규제 대상 에서도 빠지기 일쑤다. 어쨌든 인간이나 물자가 어디 로든 이동하려면 아직은 탄소 발자 국을 쿵쿵 남길 수밖에 없다. 이메일을 보내는 건 에너지 소비가 제일 적은 활동으로,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대수롭지 않게 이메일을 주고받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들이 불필요한 이메일을 하나씩만 덜 보내도 연간 16,000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한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의 노력이 쌓이면 발자국은 옅어질 수 있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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