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5월호

접하며, 우리 사회가 스토킹을 과연 여성에 대한 폭력으 로,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고 대응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 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스토킹, 권력관계하에서발생하는여성폭력범죄 스토킹은 여성폭력 문제와 떼어놓고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2020년 한 해 동안 한국여성의전화에 서 진행한 초기상담 1,143건을 피해유형별로 중복 집계 (<표1> 참조)하였을 때, 스토킹을 주로 호소한 상담은 11%를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들이 겪는 폭력이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하나의 유형으로 국한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력은 다층적·복합적으로 발생 했다. 가정폭력에서 성폭력을 동반한 사례는 16%, 스토 킹을 동반한 사례는 6.3%였다. 데이트폭력 상담 중 성 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53.3%, 스토킹이 함께 발생한 사 례도 38.1%로 나타났다. 2)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스토킹의 50%(63건)가 전·현 배우자(13.5%) 또는 전·현 애인(36.5%)에 의해 발 생했다는 사실이다. 스토킹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 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해야만, 또 성별 권력관계가 공고 한 상황을 직면해야만 문제의 해결방안을 제대로 설정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에는 스토킹의 본질을 여성 에 대한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 4) 로 이해한다 면 절대 포함되어선 안 되는 ‘반의사불벌’ 조항이 여전 히 남아있고, 반드시 포함되었어야 할 보호조치 등은 빠져 있다. 김태현 살인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한 초기, 기사를 통해 가해자와 피해자가 ‘연인관계’라는 추측이 흘러나 왔다. 가해자가 반사회적 성향을 지닌 사람인지, 어떤 인 격장애를 가졌는지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가해자가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집중하며, 가해자를 ‘악마’ 취급하는 것, △가해자와 피해자가 어 떤 관계였는가에 따라 범죄에 대한 이해와 태도를 달리 하는 것, △가해자의 변명을 ‘인용’이라는 명목으로 그대 로 옮기는 것. 이 모두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방 치·생산하는 구조를 가리는 장치들이다. 범죄 예방과 근 절에 책임이 있는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음을 비판 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할 곳에서 시선을 거두게 한다. 우리나라는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이제 막 스 토킹에 대한 공적 개입 및 지원체계를 갖춰 나가기 시작 ▶ <표1> 2020년피해유형별상담건수 3) ※중복응답 가정폭력 성폭력(성매매포함) 데이트폭력 스토킹 기타 합계 건수 475 587 182 126 122 1,492 비율(%)* 41.6 51.4 15.9 11.0 10.7 - * 초기상담 1,143건중각항목이차지하는비율 1) 언론에서 주로 사용된 ‘노원구 세모녀 살인사건’ 등의 표현이 아닌, 유족들이 요청한 표현을 따랐다. 「"김태현 살인사건으로 불러달라"…유족, 엄벌 촉구」, MBC뉴스, 2021.4.20. 2) 데이트폭력보다가정폭력에서성폭력, 스토킹경험비율이낮은이유는여성에게 ‘아내’로서기대되는성역할규범, ‘가정사’라는오해등으로부부관계에서발생하는 강간및극심한통제를범죄로인지하거나드러내기더어렵기때문인것으로추정된다. 3) 2020한국여성의전화여성인권상담소상담통계 4) 상대를자신에게종속시키기위한통제를의미한다. △피해자를모욕·비난하여죄책감느끼게하기, △폭력의부인및의미축소, △인간관계제한등사회적으로고립 시키기, △경제적통제, △일정·옷차림등생활전반에대한통제, △신체적폭력과협박, △납치·감금등이복합적으로발생한다.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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