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특히 전신마취는 칠십 중반의 노인에게는 아주 위험하고 그 부 작용도 심하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마취 후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시중에는 “칠십 넘어 입원하면 집으로 돌아올 확률 이 적다”는 말까지 떠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탈장수술에 대한 여러 가지 국내외 논문을 확인해 보 니, 수술 후유증이 심해 병원을 상대로 하는 손해배상소송단까지 생 겨났더라면서, 웬만하면 코로나가 완전히 퇴출된 후에 수술을 생각 해 보자고 하였다. 막내아들의 말을 듣고 보니 그 또한 일응 수긍이 가고, 아무러 면 자식이 아버지에게 허튼소리를 하겠나 싶어 두려움에 예약된 수 술을 취소하고 말았다. 그런데 이일을 어이할꼬. 며칠 고민하다가 좀 더 유명하다는 서울대 분당병원을 다시 찾았는데, 역시 대동소이한 수술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무거운 마음으로 며칠이 가고, 이번에는 서울 사는 딸아이가 자기 나름으로 수술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고 수소문하더니 서울 모 처에 있는 탈장 전문병원을 알려주었다. 이런 때는 자녀와 가족의 도 움이 천군만마(千軍 萬馬)와도 같은 우군이 아닐 수 없다. 딸아이의 말에 따르면, 이 병원은 대학병원처럼 전신마취에 위 험한 수술보다 국소마취로 안전이 확실히 담보되는 병원이라고 한 다. 보통 사람들은 대학병원이 제일의 병원인 줄 알고 있지만, 현대의 학의 발달에 따라 전문병원이 더 좋을 수도 있다고 하니 기존의 통 념이 깨지는 기분이었다. 여하튼 딸아이 덕분에 구세주와도 같은 병 원을 찾았다. 중국역사의 흑묘 백묘(黑猫, 白猫) 이론이랄까, 검은 고 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그만이지 않은가. 수술후열흘간의통증, 삶이란무엇이냐 이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필자는 병원 가운만 걸친 채 차가운 수술대에 큰대자로 누웠다. 두려움과 만감이 교차하였다. 의사는 곧 수술 칼을 내 몸에 조준하고 일을 벌일 것이니 그 순간 필자의 심경 이 어떠했을까. 다행히 이 병원은 국소마취로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30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수술을 끝내준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 인지 고마울 뿐이다. 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어 큰 산을 넘었다. 필 자는 안심하고 이튿날 퇴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되 었다. 마취약이 팔뚝에서 제거된 후부터 수 술부위가 아프기 시작하더니 통증이 10일 간이나 계속되었다. 이상하여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수술 후 사람의 체질과 체력에 따라 후유증이 천 차만별이고, 특히 고령자는 비교적 통증이 오래가는 법이니 너무 염려 말고 기다려 보 라는 것이다. 하여간 그간의 고통과 두려움 은 일구난설(一口難說)인바, 삶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 보았다. 이러한 사태는 마치 서투른 광대가 외 줄타기를 하다가 떨어질 위기를 맞은 형국 이랄까. 10여 일을 버티다가 가까스로 위험 한 고비를 넘겼다. 이쯤 해서 인생사(人生 事) 가는 길이 길고 험하다 하지만, 그 길을 헤쳐 무사히 노경(老境)에 이르기가 쉽지 않 음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부디 앞으로는 이런 병마와 부딪치지 않고, 아프지 않고, 상처받지 않으며, 행복하 게 살기를 하나님께 기도하며 여생을 설계 해 보리라. 여담이 될지 모르나 코로나가 언제 소 멸될지 모른다는 아들 말을 따라 수술을 미 루었다면 더 큰 화를 입었을 수도 있겠다 생 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옛 고사에 “칼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는 자로 하여금 베라고 하면 많은 상처를 입을 뿐이다(未能操刀而 使之割 其傷實多)”라는 말이 있다. 병원뿐 아니라 현정치권에서는 여·야 를 불문하고 권력을 가진 자들이 칼을 잘 사용하여 상처 내는 일이 없고, 선진국과 같 이 단시간에 코로나를 극복하여 장기간(長 期間) 지치고 파괴된 국민들의 생활을 정상 으로 되돌려주기를 간절히 염원해 본다.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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