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그래도삶은 계속된다 수상 김정호 법무사(서울중앙회)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에서 동물로 변경하는 「민법」 개정안이입법예고되었다. 이는반려동물에대한 국민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우리나라뿐 아니라 이미 세 계적으로반려동물에대한인식은크게변화하였다. 필자도 얼마 전 두 번째 강아지를 반려동물로 입양 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적· 경제적 투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 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뜻밖에도 어려운 결 정을 쉽게 내릴 수 있도록 해준 분이 있었으니, 다름 아 닌 나의 반려자, 아내였다. 지난해 필자는 예민한 관찰의 결과, 나의 반려자가 갱년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예전 같지 않은 감정 상태와 몸의 온도 변화를 보면서 머잖아 다가올 대 재앙(?!)을 직감했고, 이를 마주해야 할 앞날이 막막해 지기 시작했다. 결국 필자의 해결책은 광속도로 반려동물의 입양 을 결정하고 추진한 것이다. 이렇게 최초의 반려동물 입 양은 소나기를 피하고 싶은 나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 만, 1년 가까이 함께하며 느낀 반려동물의 역할과 의미 는 생각보다 매우 컸다. 푸들 종의 귀여운 아기 강아지 호두를 데려와 먹이 고 씻기고 돌보고, 훈련하고, 산책하며 많은 시간을 함 께 지내다 보니, 아내의 갱년기는 언제 찾아왔는지 알 길 이 없었고, 나의 가정에는 평온한 일상과 평화만이 가득 했다. 얼마 전 필자와 아내는 호두를 입양한 지 1년 만에 또 한 마리의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사이 홀로 남겨진 호두가 외롭지 않도록 서로 힘이 되는 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렇게 ‘마루’가 우리 집 두 번째 반려동물로 찾아왔다. 시간이 흘러 이제 첫째 ‘호두’와 둘째 ‘마루’는 침대 에서 우리와 함께 뒤엉켜 지낸다. 사람의 말을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꼭 알아듣는 것만 같아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제는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넘어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정서를 가지게 되었다. 배고픔에 밥을 달라 투정을 부리고, 감정을 여러 방식으로 호소하는 강아지들을 받아주고 때론 야단도 치다 보면, 왜 이들을 ‘반려동물’이라 부르게 되었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이라는 명칭에서부터 이미 우리 국민들 의 체화된 인식변화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에 입법 예 고된 「민법」은 반려동물의 지위를 정서적 개념에서 법 적 지위로 올리려는 취지라고 본다. 반려동물이 물건이 냐, 아니냐의 논쟁은 소모적인 것이다. 하루속히 반려동물에 법적지위를 부여하는 이번 법안이 통과되기를 바란다. 반려동물은물건이아니다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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