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덧없는인생담았지만, 절제되고간결하여청아하다 「추성부」는 구양수가 가을밤에 책을 읽다가 밖에 서 부는 바람소리를 듣고 인생의 덧없음을 읊은 글이다. 김홍도는 「추성부도」에도 「추성부」를 옮겨놓았다. “사방이깜깜한밤에책을읽는데, 서남쪽에서들려 오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기분이 오싹해져서 그 소리 에 귀를 기울였다. 묘한 소리로다. 처음엔 쓸쓸한 바람이 나무를 스쳐서 내는 소리인가 했더니 갑자기 솟구쳐 물 결치는 소리로 바뀌더니 파도처럼 밤이 수란해지고 비바 람이 몰아친다. (중략) 내가 아이에게 묻기를, 이게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서 보려무나. 아이가 말하기를, 별과 달 이 밝고 맑으며 하늘엔 은하수가 환했습니다. 사방에 사 람소리는없고소리는나무들사이에있는듯했습니다.” 「추성부도」는 가로로 긴 작품이다. 오른쪽 여백에 는 이 작품이 김홍도가 그린 것임을 증명하는 화가 이인 문(李寅文, 1745~1824)의 낙관이 커다랗게 찍혀 있다. 언 덕과 산 아래에 집을 배치하여 중심에 두었다. 희귀한 괴석과 나무들로 꾸며진 넓은 마당을 지나 왼쪽 언덕 위에 둥근달이 떠 있다. 그 아래에 집 한 채가 멀리 보인다. 그림이 끝나는 부분부터 구양수의 「추성 부」를 적었다. 마지막으로 “을축년(1805) 동지 후 삼 일 김홍도, 「추성부도(秋聲賦圖)」, 종이에연한색, 56×214cm, 1805, 국립중앙박물관소장 에 단구(丹邱)가 그리다”라고 적고, 낙관을 찍었다. 화면 오른쪽은 언덕이다. 골짜기에는 나무를 짙게 그려 밤을 표현했다. 낙엽이 진 나뭇가지는 짧고 간결하 게 처리했다. 집을 에워싼 나무에는 몇 가닥의 붉은 이 파리가 달려 부스스 부는 바람에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만 같다. 정갈한 집 안에는 여러 채의 공간이 나뉘어 있 다. 서재는 밝은 달빛을 받아 둥근 창 안이 훤하다. 커튼 이 드리워진 방 안에는 독서 중인 구양수가 보인다. 나무가 바람에 휘어지고 마당에는 낙엽이 흩날린 다. 시동이 서서 ‘바람소리’를 가리킨다. 학 두 마리도 바 람 부는 쪽을 보며 가을 정취에 젖는다. 멀리 달이 훤한 데, 집 한 채가 잠들어 있다. 왼쪽에 쓴 글씨는 가지런하 고 맑다. 신세를 한탄하는 애달픈 심정이 담겨 있지만 그 림은 절제되고 간결하여 청아하다. 이미지가 애잔할수록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 이 있다. 「추성부도」는 최근 삼성에서 발표한 ‘이건희 컬 렉션’에 포함된 작품이다. 기증된 작품 중 최고가로 추정 한다. 생전에 이건희 회장이 극진히 아끼던 작품이라고 한다. 힘들거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추성부도」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림을 보면서, 어떻게 살 것인 가를 생각한다. 85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