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없앴다. 푹 익힌 전갱이 살을 시원한 국물에 곁들 여 먹으면 색다른 생선요리를 경험하게 된다. 멜국도 인기가 있다. 성인의 가운뎃손가락만 한 크 기의 생멸치를 제주 사투리로 ‘멜’이라 한다. 신선한 배 추와 고추를 넣고 된장을 풀어 넣어 끓이는 요리법은 각 재기국과 같지만, 그 맛은 각재기국과 달리 특유의 맛이 있다. 멸치 맛도 아니고, 그렇다고 생선 맛이라 할 수도 없는 묘한 맛이다. 그 맛에 이끌려 한 입 한 입 먹다 보 면 어느새 그릇이 깨끗해져 있다. 여름철 자리물회, 서귀포 보목동 포구의 맛 그대로 요즘과 같이 더운 여름에는 싱싱한 ‘자리물회’를 시 켜도 좋다. 붕어빵보다 조금 작은 제주 자리돔은 서귀포 시 보목동에서 나온 것을 최고로 쳐준다. 보목동 포구 앞에는 자리물회 식당거리가 형성되어 있을 정도다. 여 름철 점심시간에는 자동차들로 포구 앞 도로가 주차장 으로 변한다. ‘맛있는 집’에서는 보목동 포구까지 가지 않아도 보 목포구 자리물회 맛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보목동에서 당일바리로 가져온 자리돔을 세 자매가 손수 썰고 된장 에 버무려 오이, 무 등 야채를 썰어 넣고, 얼음을 띄운 시 원한 자리물회의 맛은 한여름 더위를 잊게 한다. 제주토속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다면 늘 접해왔던 순두부나 돌솥비빔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생선조림들 을 취향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익숙한 메뉴들이지만 세 자매가 제주산 재료로 정성스럽게 조리한 음식들에 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광지 제주가 아니라 고향집 어머니가 손수 차려 준 세 자매의 집밥을 맛보고 나면, 속도 마음도 넉넉해 진다. 필자는 외지에서 온 고객들이 비행기 탑승시간에 쫓겨 급히 식사할 곳을 물어볼 때마다 ‘맛있는 집’을 추 천하곤 한다. 서귀포 등기소나 서귀포시 법원에 왔다가 마땅히 식사할 곳을 찾지 못한 독자들이 있다면, 역시 ‘맛있는 집’을 추천하고 싶다. 주차장을 지나면 서귀포시 법원과 서귀포 등기소가 자 리하고 있다. 중요한 관공서들이 모여 있어 사람도 많고 차도 많은 이곳 일호광장 부근에는 각양각색의 식당이 즐비하다. 세 자매가 운영하는 가정식 식당, 한결같은 손맛 그중 서귀포시청 정문 건너편에 필자가 주로 이용 하는 식당이 있다. 부지런하고 친절하며 우애 좋은 세 자매가 운영하는 ‘맛있는 집’이다. 이곳은 상호 그대로 맛있는 집이다. 맛집이긴 하나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기 다리는 곳은 아니고, 직장인들이 나름 여유롭게 집밥을 맛볼 수 있는 가정식 식당이다. ‘맛있는 집’ 입구에 들어서면 세 자매가 늘 밝은 목 소리로 반겨준다. 바쁜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라 자리를 잡으면 바로 밑반찬이 나온다. 세 자매가 손 수 조리한 오이김치, 감자조림, 멸치조림 등 평범하지만 맛이 정갈스럽다. 고사리 철에는 세 자매가 손수 뜯어온 제주산 고사리 무침도 맛볼 수 있다. ‘맛집’이라고 하면, 보통 한 종류의 음식만 전문적 으로 하는 곳이 떠오른다. 그러나 직장인의 맛집인 ‘맛 있는 집’에서는 여러 가지 음식을 다룬다. 순두부나 갈비 찜, 돌솥비빔밥, 두루치기, 생선조림도 있고, 제주토속음 식도 맛볼 수 있다. 메뉴가 여러 가지라 하여 음식 맛이 들쑥날쑥하지는 않다. 세 자매의 손맛은 한결같다. 제주 토속음식 ‘각재기국·멜국’도 일품 제주에서는 생선으로 국을 해 먹기도 한다. 갈치국 과 옥돔미역국은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맛있 는 집’에서는 갈치국과 옥돔미역국 말고도 제주도 토속 음식인 ‘각재기국’과 ‘멜국’을 맛볼 수 있다. 제주에선 전갱이를 ‘각재기’라 한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전갱이에 철마다 살결이 다른 배추와 채 썬 고추를 넣어 푹 끓인 각재기국은 그 맛이 삼삼하다. 양 념 없이 소금으로만 간을 하고 된장을 풀어 넣어 비린 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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