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8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 / 인터뷰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나의 사건수임기 캐나다(온타리오주) 국적 피상속인의 국내 부동산 상속등기사건 그림과 눈을 맞출 때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 ISSN 2233-4688 2 0 2 1 vol .650 08

발행인 이남철 편집인 박철훈 편집위원 강신기·권중화·김병학·김정호·정진홍·강성구·윤정진 강상수·박윤숙·장태헌·김정준·이경록·최상익·윤평식·박성익 편집장 임정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1년 8월 5일 통권 제650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정윤서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법무사는 어떻게 사는가? 적극적인 소통으로 법무사 알리기 유튜브, 블로그, 페이스북 등 사회적 네트워크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법무사들 도 SNS를 통해 적극적으로 법무사 업무를 알리고, 잠재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버 활동을 통해 다양한 법률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법무 사도 많아지고, 블로그, 밴드,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법무사의 업무를 적극적 으로 소개하며, 법무사의 사회적 가치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표지에서는 이런 법무사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마침 이번 호 「화제의 법무사」에서도 유튜브 등 신미디어 활용에 있어 선구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법 무사를 소개합니다. 법무사는 국민과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법무사제도의 사회적 유용성을 더욱 널리 알려나가고자 합니다. 8월 커버 스토리

Contents 만나고 싶었습니다 법으로 본 세상 현장활용 실무지식 12 인터뷰 _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18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_ 폭행 및 손해배상소송사건(2020. 울산지법)과 법무 사의 딜레마 24 지구살리기 인사이트 #12 _ #8.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환경교육’ 30 주목! 이 법률 _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의 쟁점과 입법 과제 34 법률고민 상담소 _ 민사소송, 민사집행, 민사, 상속 38 최근 시행법령 _ 「고용보험법」 일부개정(2021.7.1. 시행) 등 99 내가 만난 법무사 _ 박재승 법무사(경기중앙회) 52 맞춤형 최신 판례요약 _ 2021.5.7.선고 2017다220416판결 등 56 나의 사건수임기 _ 캐나다(온타리오주) 국적 피상속인의 국내 부동산 상속등기사건 _ 피상속인의 동일성 소명 부족으로 5번 신청한 상속 등기사건 66 법무사 실무광장 _ 의외로 부가가치 높은, 이중경매 관련 문제 검토 74 불확실성을 견디는 긍정심리학 _ 몸과 감각에 집중해 마음을 건강하게 지키는 방법 2021년 8월 vol. 650 24 12

법무사 시시각각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 등록 08 현장 리포트 _ 대한법무사협회 이사회 서면결의 40 업계 핫이슈 _ 「법무사법」 제2조제1항제6호의 ‘「채무자회생법」 상 대리권’의 범위에 관한 입법적 고찰 44 와글와글 발언대 _ 등기관과 법무사 본직 30년 경험으로 본 미래등기시스템의 본질과 대응방안 46 업계 투데이 _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조항 삭제 「세무사법」 합헌 결정 _ 협회, 법무사전문인배상책임보험 계약갱신 협약체결 등 48 화제의 법무사 _ 법무사업계 소문난 ‘뉴 미디어’ 인플루언서, 윤동현 법무사 48 88 82 78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_ (수상) 어느 날 수술실에서 _ (수상)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_ (시) 가족사진 82 내겐 휴식 같은 취미 _ 시니어 모델, 건강과 멋진 자세를 동시에 84 그림과 눈을 맞출 때 _ 김홍도의 「추성부도(秋聲賦圖)」 86 우리 동네 맛집산책 _ 제주 서귀포시 가정식 한식당 ‘맛있는 집’ 8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93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함께하는 협회’ 제22대 대한법무사협회 집행부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124년, 법무사의 길

현장 리포트 직역침해 상시적 대응 위한 ‘직역수호특별위원회’ 설치된다 「직역수호특별위원회 규정」 제정, 위원장에 정일영 경기북부회장 위촉 대한법무사협회 이사회 서면결의 08

협회 주요 임원 및 주요사업 특위 설치 규정 확정 제22대 집행부의 취임과 함께 앞으로 3년 간 협회를 이끌어갈 주요 임원들과 미래등기시 스템 및 직역수호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규정 이 확정되었다.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이남철)는 지난 7.16.(금), 이사회 서면결의를 통해 △ 협회 각 위 원회 위원장 및 위원의 위촉(안), △ 대법원 미래 등기시스템 구축사업과 본직본인확인제도의 입 법실현 등 협회 현안에 대한 집중화 등을 위한 협회 「미래등기대책특별위원회 규정」 개정안, △ 법무사직역 침해의 상시적 대응을 위한 「직역수 호특별위원회 규정」 제정안 및 위원장 위촉의 3 개 안건을 심의, 의결하였다. 이에 앞서 협회는 지난 7.7. 개최된 2021회 계연도 제4회 회장회에서 위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키로 협의하고, 최근 코로나-19 감염병 확진 자의 증가에 따라 이사회를 서면결의로 진행키 로 한 바 있다. 이에 협회는 이사회 재적구성원 50인을 대 상으로 서면에 의한 이사회 동의 및 각 안건 심 의에 대한 서면결의를 구하고, 7.15. 서면결의서 를 제출(50명 전원 제출) 받아 7.16. 그 결과를 통지, 확정하였다. 각 의안의 서면결의 결과를 정리한다. 의안 심의(서면결의) 먼저 서면에 의한 이사회 동의 결과, 재적 구 성원 50명 전원이 찬성하여 아래 안건의 서면결 의를 구하였다. 제1호 의안 : 원안 통과 협회 각 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 위촉안 법제연구소 - 소장 : 황정수(서울중앙회) 등록심사위원회 - 위원장 : 이남철 협회장 - 위원(8명) : 이중재(서울중앙회), 정 병산(서울북부회), 김중제(대전세종 충남회), 이좌용(충북회), 정창교(대 구경북회), 박영기(부산회), 전웅기(광 주전남회), 정일권(제주회) 분쟁조정위원회 - 위원장 : 장선규(서울중앙회) - 위원(7명) : 임정규(서울중앙회), 안 상기(인천회), 전두표(강원회), 김지회 (대전세종충남회), 김영진(대구경북 회), 김학수(전라북도회) 윤리위원회 - 위원장 : 육학수(인천회) - 위촉위원(7명) : 윤성호(서울중앙 회), 황선웅(서울중앙회), 김진수(인천 회), 김종철(경기중앙회), 권영하(대 구경북회), 최정현(부산회), 권철현(경남회) 회관관리위원회 - 위원장 : 최희규 상근부협회장 - 위원(8명) : 김명연(서울중앙회), 서 성태(서울중앙회), 김형곤(서울북부 09

회), 김영길(경기북부회), 이남윤(대전 세종충남회), 이상권(부산회), 조지훈 (광주전남회), 전영인(전라북도회) 정보화위원회 - 위원장 : 김진석(서울중앙회) 홍보위원회 - 위원장 : 김성홍(서울중앙회) 공익활동위원회 - 위원장 : 홍진표(경기중앙회) ● 서면결의 결과 : 찬성 47명, 반대 3명 제2호 의안 : 원안 통과 「미래등기대책특별위원회 규정」 개정안 ● 개정 이유 대법원 미래등기시스템 구축사업 및 자격자대리인 본인 확인 규정 입법의 실현이 시급하고 중대한 사항이므로 협회 정책의 집중화 및 강력한 추진을 위하여 업무의 관 장을 협회장이 직접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다 른 위원회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 ● 주요내용 - 특위 조직을 10인 이내로 구성하여 협회장이 직접 관 장할 수 있도록 함(안 제2조). - 위원회의 목적 수행을 위해 연구용역 위탁 또는 토론회 개최 등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함(안 제4조제4호). - 이사회가 편성한 예산을 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협회장 이 집행하도록 되어 있는 규정을 삭제함(안 제8조). ● 서면결의 결과 : 찬성 48명, 반대 2명 제3호 의안 : 원안 통과 「직역수호특별위원회 규정」 제정안 및 위원장 위촉 동의안 1. 규정 제정안의 제정이유와 주요내용 ● 제정 이유 법무통, 저가의 임원변경 DM발송, 무료법인설립광고, 변 호사에 의한 보수덤핑, 공기업 및 금융기관의 갑질행위, 덤핑강요에 대한 대응과 변호사 강제주의 입법 등 법무사 직역침해 행위에 대한 상시적 대응을 위하여 특별위원회 를 신설하기 위함. ● 주요내용 - 위원회 조직구성은 위원장 및 부위원장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하고, 위원장은 협회장이 이사회 동의를 받 아 위촉함(안제2조). - △법무사 직역침해 대응방안에 관한 계획수립, △법률 서비스플랫폼 기반의 덤핑 조장 등 직역침해에 대한 대 응, △공기업, 금융기관 등 갑질행위 및 덤핑행위에 대한 대응, △국민의 법률서비스 선택권 침해에 대한 대응, △ 타 자격사의 법무사 직역침해에 대한 대응, △기타 법무 사 직역침해 사례 조사 및 대응을 직무로 함(안 제3조). ● 서면결의 결과 : 찬성 50명(전원) 10

2. 위원장 위촉 동의안 「직역수호특별위원회 규정」 제2조제2항에 따라 아래와 같 이 상정함. ● 위원장 후보자 : 정일영 경기북부회장 ● 법제연구소 소장 황정수 부소장 조규일(경기중앙회) 연구위원 김경중(서울중앙회), 김효석(서울중앙회), 박 해현(서울중앙회), 송양수(서울중앙회), 윤상철(서울중 앙회), 이창원(서울중앙회), 안재옥(서울남부회), 서유석 (인천회), 강동호(경기중앙회), 권용산(충북회), 김상호 (대구경북회), 정형석(경남회) ● 정보화위원회 위원장 김진석 위원 권혁헌(서울중앙회), 김도현(서울중앙회), 정경표 (서울중앙회), 최원영(서울중앙회), 김승호(서울동부회), 유병일(서울서부회), 손명재(경기중앙회), 정기성(대전 세종충남회) ● 회지편집위원회 위원장 박철훈 위원 강신기(서울중앙회), 권중화(서울중앙회), 김병학 (서울중앙회), 김정호(서울중앙회), 정진홍(서울중앙회), 강성구(서울동부회), 윤정진(서울남부회), 강상수(서울 북부회), 장태헌(인천회), 김정준(경기중앙회), 이경록 (강원회), 최상익(대구경북회), 윤평식(부산회), 박성익 (광주전남회) ● 홍보위원회 위원장 김성홍 부위원장 정정훈(경기중앙회) 위원 김영두(서울중앙회), 오종규(서울중앙회), 윤민식 (서울중앙회), 조현(서울중앙회), 신혜주(경기북부회), 김신희(울산회), 김정근(경남회), 이남헌(광주전남회) ● 공익활동위원회 위원장 홍진표 부위원장 최옥환(서울중앙회) 위원 김희엽(서울중앙회), 홍동희(서울중앙회), 김린경 (서울동부회), 우귀환(서울님부회), 최명재(강원회), 이 운우(충북회), 김근표(광주전남회), 김강일(제주회) ● 미래등기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남철 부위원장 최희규(상근부협회장) 위원 조신기(전문위원), 김진석(서울중앙회), 황정수(서 울중앙회), 고용환(서울북부회), 강채원(서울서부회), 정 종현(인천회), 김원회(경기중앙회), 김일수(대전세종충 남회) 고문 안갑준(서울중앙회) ● 직역수호특별위원회 위원장 정일영 부위원장 임승완(서울중앙회), 위원 금동선(전문위원), 김종모(서울중앙회), 김영표(서 울중앙회), 류규열(서울중앙회), 박희봉(서울중앙회), 표규태(서울중앙회), 김현율(서울동부회), 최현진(서울 남부회), 박찬계(경기북부회) 김진영(인천회), 홍동기(부 산회), 우종철(울산회) - 제9회 법무사시험 합격 - 법무사 개업(2005.7.) - 대한법무사협회 법제연구위원, 법무사법 개정안 심의팀 위원 등 역임 ● 서면결의 결과 : 위 제정안 찬성 50명 전원 동의 협회장이 위촉하는 각 위원회별 위원 위촉(7.29.) 11

진행 박철훈 본지 편집위원장 · 대한법무사협회 부협회장 사진 김흥구 더블루랩 자살은 사회문제, ‘사회적 연대’ 강화해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 만나고 싶었습니다 12

2018년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범정부적 대응체계 마련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 감소 를 위해 설치된 재단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살 문제 가 그렇게 심각한 상태인가요? 그렇습니다. 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 라의 연간 자살자수는 13,799명으로 하루 평균 37.8명 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자살률로는 인구 10 만 명당 26.9명에 이르는 것으로, 자살은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에 이어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5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높은 수준입니다. 2017년 수치로는 우리나라 연령표준화 자살률 (OECD 표준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3.0명이었습니 다. 당시 OECD 평균인 11.2명보다 2.1배 높은 수치였죠. 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특히 30~40대, 60대 이상 연령층의 자살률은 1위입니다. 이렇게 자살률이 높아진 것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부터인데, 이후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2011년 31.7명 으로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그 이후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였으나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사회정신의학자로서 이사장님이 진단하는 높은 자살률의 원인은 무엇인지 궁 금합니다. 자살률은 자살한 개인의 문제와 함께 우리 사회의 문제입니다. 이전부터 사회구성원의 결속력을 ‘사회적 힘’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 사회적 힘이 있어야 사회구 성원 개개인을 보호하고 공동체적 통합이 나타날 수 있 거든요. 결국 높은 자살률은 이 ‘사회적 힘’이 약화되었 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높은 자살률의 감소를 위해 2011년 「자살예방법」을 제정하고, 2018년에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자살 예방과 관리를 위한 법적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중앙자살예방센터, 중앙심리부검센터 등 관련 기관을 설치해 적극 대응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여전히 획기적인 감소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하 ‘재단’)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4월, 기존의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의 업무를 통합해 새롭게 출발한 재단법인이다. 보건복지부 협력기관으로 정부의 자살예방 정책에 따라 자살의 예방에서부터 개입, 사후관리까지 전 단계에서 필요한 각종 연구와 지원, 교육과 홍보 등의 업무를 총괄하며, 자살예방 체계를 구축, 운영·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대한법무사협회는 지난해부터 재단(이전 중앙심리부검센터)이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사업’에 참여 중이다. 현재 강원, 인천, 광주 지역에서 17명의 법무사가 상속포기, 한정승인, 상속재산파산, 개인파산 등 자살유족에게 남겨진 법적 문제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재단의 초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사회정신의학자 황태연 이사장님을 모시고, 우리나라 자살 문제의 심각성과 자살률 감소를 위해 재단이 하고 있는 일들, 그리고 법무사의 자살유족 지원사업의 현황과 향후 공조방안 등을 통해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사회에 대한 지향점을 함께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으로 인한 정부 방역지침에 따라 지난 7.26.(월) 14:00 서울을지로 소재 재단 이사장실에서 서면 인터뷰를 기초로 진행되었음을 알려둔다. <편집부> Q Q 13

물론 치료되지 않은 개인의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 신적 증상이 심각해진 결과도 있으므로 어려움에 처한 자살 고위험군을 찾아내고 적극적인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개인을 무기력과 절망에 빠뜨리는 사회경제적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회안전망의 확충, 불공정한 노동시장 개선, 소득 지원 등 사회경제적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자살예방부터 개입, 사후관리까지 총괄 정부도 높은 자살률을 사회적 문제로 생각해 자살예방을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8년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 살률은 유의미하게 낮아지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자살은 단순한 몇 가지 요인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사회공동체가 함 께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합니다. 정부에서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뿐 아니라 각 정부 부처가 함께 자살예방을 위한 정책과제를 발굴하 고 수립, 추진하고 있습니다. 또, 2018년에는 ‘생명존중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정 부와 종교계, 노동계, 재계, 언론계, 전문가 협력기관 등 사회 전 분야 40여 개에 이르는 기관이 협력체계를 구 축하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통해 국민적 관심과 참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의 효과에 대해서는 장기적으 로 바라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독성 농약인 그라목손의 판매금지 사례처럼 자살수단을 직 접적으로 통제한다면,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효과 를 확인할 수 있겠지만, 모든 자살예방정책이 직접적인 통제와 제한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보다 더 긴 호흡으로 지켜보면서 그 과정에서 확인 되는 변수들과 보완해야 할 점 등을 발굴하여 보다 촘 촘한 그물망의 자살예방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 요합니다. 다만, 거시적으로 자살예방정책이 실효성 있는 성 과를 거두고, 궁극적으로 자살률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는 전문적인 인력이 오래도록 자살예방 분야에서 전문 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결국 자살예방정책도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양질의 인적자원이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자살률이 증가하던 2018년,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이 수립되면서 범정부적인 대응체계가 마련된 것이군요. 재 단도 그 일환으로 기존의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 부검센터가 통합되어 출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단 에서는 ‘예방-개입-사후관리’의 총괄업무를 하고 있는데, 각 단계별로 어떤 사업이 진행 중입니까? 먼저, 예방 단계 사업으로는 대표적으로 ‘생명지킴 이’ 양성교육이 있습니다. 생명지킴이는 자살위험에 처 한 사람의 신호를 인식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적절 한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일을 하는데, 조기발견 조기개 입이 가능해 확실한 자살예방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 다. 또, 언론보도나 드라마 등 방송콘텐츠를 통한 모방 자살(베르테르 효과)을 예방하기 위해 「자살보도 권고 기준」 및 「영상콘텐츠 자살장면 가이드라인」 등을 도입 해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구체적인 자살방법이나 수단, 장소 등이 보도되거나 방송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다음, 개입 단계에서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 후관리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운영하는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전담 사례관리자를 배치하여 Q Q 만나고 싶었습니다 14

자살시도자가 응급실로 들어오면 면담을 통해 자살위험 도를 평가해 단기 사후관리서비스 제공에 대한 동의를 받고, 퇴원 이후부터 사후관리 서비스를 진행하는 사업 입니다. 이후 지속적인 서비스가 필요하면 각 지역 정신 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합니다. 2013년 전국 25개소 병원에서부터 시작해 현재 는 75개 병원이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는 참여병원 선정과 운영 지원을 하고 있는데, 사업비는 100% 국비로 진행됩니다. 마지막으로 사후관리 단계에서는 자살사망 발생 후 24시간 이내 유족을 만나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유가족 원스톱 지원서비스’를 진행 중입니다. 초기 심리적 안정 지원에서부터 사망 후 처리해야 하는 각종 행정·법률적 절차의 지원, 임시주거비용 및 자 녀 학자금, 특수청소비 등 경제적 지원, 그리고 건강한 애도과정을 통한 회복을 위해 전문상담 및 자조모임 연 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2019년부터 광주, 인천, 강원도 일부 지 역에서 시범사업으로 운영 중인데, 여기에 법무사님들 이 함께 참여하여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이 시범 사업의 운영으로 이전보다 유족 유입 및 서비스 동의자 가 7배 이상 향상되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사와 협력 중인 ‘자살유족 원스톱 지원서비스’, 큰 성과 법무사가 참여하고 있는 사업이 성과를 보인다니 다행입 니다. 구체적으로 법무사의 참여가 유족들에게 어떤 도 움이 되고 있는지 사례가 있으면 알고 싶습니다. 2021년 『자살예방백서』에 기록된 2019년 연령대 별 자살동기 현황을 보면, 31세~60세의 자살동기는 경 제생활 문제가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적 어 려움으로 인한 자살의 경우는 남겨진 유가족에게도 고 스란히 어려움이 전가됩니다. 그래서 유족이 망자의 채무를 상속받지 않도록 하 는 상속포기나 한정승인, 상속재산파산 등의 법적 상속 절차에 대한 법무사의 도움이 필요하게 됩니다. 실제 사례를 소개해 드리면, 자살 유가족 A씨의 경 우, 남편의 사망 3개월 이내 상속포기신청을 해야 하는 정보를 몰라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연계된 법무사님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정승인제 도’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또, 남편이 남긴 부채로 아이들과 살길이 막막했던 소외계층의 자살은 빈곤, 소득양극화, 주거문제, 계층 간 갈등, 가족해체 등으로 인한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는 데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사회구성원간의 연대를 강화하고, 생명존중인식 개선, 사회적 약자 보호와 권익제도 강화, 생활환경과 삶의 질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합니다. Q 15

B씨도 법무사님의 도움으로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해서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갑작스러운 고인의 사망으로 인한 부채 문제 등을 해결하고, 유족들 이 안정적인 삶을 되찾아가는 데 있어 법무사님들이 든 든한 지원군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듣기만 해도 훈훈한 사례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국 민들은 이런 좋은 사업들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 습니다. 국민들이 재단의 도움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떤 이유에서든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 받고 있 는 분들이 있다면 ‘1393’번으로 전화를 하시면 언제든 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1년 365일 24시간 운영되 는 자살예방 상담전화 서비스입니다. 본인이 아닌 가족의 자살로 정서적 고통을 받고 있 는 경우라면 자살예방센터(대표번호 1577-0199)나 정신 건강복지센터로 연락해 애도 상담이나 자조모임 등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살자와 2촌 이내 가족으로 자살사건이 있 은 지 1년 이내에 있는 분이라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에서 제공하는 유족 1인당 100만 원의 치료비도 지원받 을 수 있습니다. 또, 학교나 직장, 조직 등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할 경우, 친구나 직장동료들이 큰 충격을 받아 심리적 혼란 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재단에서 운영 중인 ‘자살 사후대응 서비 스(대표전화 1899-4567)’로 연락하면, 혼란을 최소화하 고 일상과 업무에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 을 수 있습니다. 실제 자살시도로 인해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경 우라면 별도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아도 앞서 말씀드린 ‘생명사랑위기대응센터’에 상주하는 전문가에 의해 자 동적으로 위기개입 서비스가 진행됩니다. 우리 재단에서는 국민 여러분들이 자살예방 단계 에서부터 발생 시 개입,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실질 적인 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남긴 부채로 살길이 막막했던 유가족 B씨는 법무사의 도움으로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해서 위기상황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갑작스러운 고인의 사망으로 인한 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유족들이 안정적인 삶을 회복하는 데 있어 법무사님들이 든든한 지원군으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Q 만나고 싶었습니다 16

최근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 등 국민들의 정신 건강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 재 단에서 관련 연구나 사업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는 재단에서 코로나 블루와 자살 관련성에 대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경찰청의 자살사망 자 전수조사 등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데이터들이 수 집·정제되는 대로 연구에 착수할 계획입니다. 온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슈이지만, 방역지침 준수 등 여러 제약이 많아 관련조사나 데이터 수집이 현 재로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풀뿌리에서부터 예방사업 진행되도록 촘촘히 관리할 것 자살예방을 위한 국가적 노력과 재단에서의 단계별 사업 등 우리나라의 자살예방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 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률 감소를 위해 더 보 강되어야 할 정책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18년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은 기존의 대책 과는 달리 자살예방을 위한 관계부처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이끌어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 자살문제의 현황과 특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함께 외국 및 지자체의 우수사례에 근거한 예방정책을 수립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것이고요. 그러나 이러한 정책을 더욱 발전시켜 자살률 감소 라는 실제적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를 기대 하는 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전략적으 로 접근하는 정책의 수립이 필요합니다. 또, 각 부처의 책임과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고요. 특히 자살예방 문제는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에 대 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빈곤, 소득양극화, 주거문 제, 계층 간 갈등, 가족해체와 1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발 생되는 소외계층의 자살은 사회적 연대가 약화되는 데 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사회구성원간의 연대 강화, 생명 존중 인식의 개선, 사회적 약자 보호와 권익제도 강화, 생활환경과 삶의 질 개선에 더욱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재단 발전을 위한 계획은 무엇입니까? 그를 위한 이사장님의 포부도 듣고 싶습니다. 자살예방은 전문가들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목표 가 아닙니다.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의 자살문제가 얼마 나 심각한지를 인식하고, 그 필요성에 공감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살예방을 하나의 사회운동 으로 구체화시키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는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자살 문제에 대한 인식개선 사업을 더욱 다양하게 추진할 계 획입니다. 또, 각 지자체에서 추진 중인 예방사업 중 우수한 평가를 받는 사업을 널리 알리는 일과 필요하면 조언과 지원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풀뿌리 단위에서부터 자살예방 사업이 촘촘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 법무사협회와 자살유족 지원 사업을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민간기관의 전문성을 협력관계를 통해 최 대한 활용하여 예방사업에 활력을 더하고자 합니다. 새롭게 설립된 재단과 국가 자살예방사업을 관리 해야 하는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재단의 첫 수장으로서 그동안 수행해온 자살예방정책이 차질 없이 이어지도록 하고, 나아가 재단이 새롭게 나아가야 할 방 향을 발굴, 발전시키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자살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재단으로 만들어가겠습니다. 법무사님들께서도 많은 성 원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Q Q Q 17

성실한 가장의 대리기사 폭행사건, 그날 밤의 진실은? 이성진 법무사(울산회) 열혈 법무사의 민생 사건부 법무사가 실제 수임한, 이 시대 민초들의 생활사건 이야기 폭행 및 손해배상소송사건(2020. 울산지법)과 법무사의 딜레마 18 법으로 본 세상

이 직업이 안 좋은 점은 의심병에 걸린다는 점이다. 개업 초기에는 의뢰인의 주장을 잘 담아 법원에 제출해 주면 법무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것인 줄로만 알았다. 진실은 법원에서 재판으로 가릴 문제이고, 어차피 상대 방도 나와 같은 법무사나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자기에 게 유리한 주장을 할 것이므로 의뢰인과 한 편을 먹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의뢰인을 보호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나 머지 사건의 단편만을 보고 과도한 법률상 주장을 보태 어 상대방을 신랄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의뢰인 에게 유리한 주장만으로 가득한 서면을 받아본 상대방 의 반박서면에서 의뢰인이 말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 이 드러나는 경우, 부끄러움은 오롯이 나의 몫이 된다. 의뢰인의 억울한 사정에 감정이입 되어 지나친 공 방을 벌였다면 더욱 그렇게 된다. 그러나 의뢰인 앞에서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도 난처한 일이다. 의뢰인 은 “나를 취조하는가”라고 반문하거나 “법무사가 재판 까지 하려 하는가” 하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사소한 시비로 폭행죄에 민사소송까지, 너무 억울해요 2020.2.경의 일이었다. 한 젊은이가 전화를 걸어와 답변서를 적는 데 비용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귀가하던 중 대리운전 기사와 사소한 시비 가 붙어 폭행죄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고, 민 사소장까지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일단 정식 재판청구를 해서 약식명령이 확정 되는 것을 막아놓고, 차분히 민사소송에 대응하는 게 좋 겠다고 했다. 하루 월차를 내고 내 사무소를 찾은 그 의 뢰인은 성실한 직장인처럼 예의바르고 온순하게 보였다. 이 사건으로 경찰조사를 받고 벌금에 민사소송까 지 당하게 되니 말할 수 없는 피로감과 두려움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억울해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고 하소연부터 했다. 소장에 적힌 주소를 보니 예전에 내가 살았던 조선 소 근처 서민 아파트여서 한결 정감이 갔다. 아내와 5살, 3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아침 동트기 전부터 맹렬히 이어지는 오토바이 행렬의 출근 모습과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릴 무렵, 땀에 젖은 작업복 을 어깨에 걸치고 터덜터덜 퇴근하는 모습, 그리고 놀이 터에서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를 고물고물한 어린 자녀 들과 사랑스러운 아내의 환한 웃음이 절로 떠올랐다. 그러는 동안 숨이 찬 듯 깊이 내쉬는 의뢰인의 한 숨에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체면도 함께 덩어리째 의뢰인이 거짓말을 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 정황상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음주단속으로 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던 데다 아무리 술을 마셨어도 밝은 대로변에서 어머니 같은 사람의 뺨을 때릴 수가 있겠냐는 사정 설명도 수긍이 갔다. 19

굴러 나오고 있었다. 의뢰인이 가지고 온 소장 부본을 빠르게 읽어 보니 운행 중인 차 안에서 원고는 의뢰인으로부터 폭언을 듣 고 말싸움이 시작되어 운행을 중단하게 되었고, 차에서 내려 다른 배차를 위해 전화통화를 하며 걸어가고 있는 데, 뒤쫓아 온 의뢰인으로부터 뺨을 맞아 전치 2주의 상 해를 입어 병원비와 약값, 일 못 한 일당, 위자료 등 290 여 만 원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설명해 보라고 타일렀다. 술에 취해 뺨을 때렸다 VS 술은 마셨지만 폭행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의뢰인은 2019.10. 어느 일요일 저녁, 처 가부모님과 함께 가족끼리 외식을 한 후 식당에서 불러 주는 대리운전을 이용해 중간에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내려드리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대리기사는 중년여성이었는데, 신호를 위반하고 과 속방지턱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넘는 것을 보고 “어린아 이들이 있으니까 운전을 좀 살살해 달라”고 주의를 주면 서, “대리기사 한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토를 달았는데, 그 대리기사는 기분이 상했는지 “운전을 10년 해도 처음 가보는 길은 모를 수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대리기사의 태도가 불손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길 수 없어 소속회사를 물었는데, “그걸 왜 묻느 냐”며 사소한 말다툼이 시작되었고, 대리기사는 기분이 나쁘다며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다른 대리기사 부르 라”고 하면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대로 앞에 차를 세 우고 내렸다고 한다. 그러고는 뒷자리에 타고 있던 의뢰인의 아내에게 대리 비용을 달라고 요구해 받아갔다는 것이다. 의뢰인은 이 같은 황당한 처사를 보고 차에서 내 려 대리기사에게 항의하면서 돈을 돌려 달라고 뒤를 따 라갔는데, 그 대리기사는 못 들은 척 계속 걸어가다가 의뢰인이 등 뒤 오른쪽 어깨를 툭, 툭, 2번 두드리자 갑 자기 이어폰 세트를 귀에서 빼내 도로 바닥에 던지면서 “봐라! 이게 증거다! 난 폭행당했다!”라며 바로 112에 신 고를 했다고 한다. 이 장면을 차 안에서 지켜보던 의뢰인의 아내와 아 이들이 겁을 먹고 불안해하자 의뢰인은 택시를 불러 아 내와 아이들을 먼저 보내고 지구대에서 출동한 경찰관 을 기다렸는데,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들은 양쪽의 엇갈 린 주장을 간단히 듣고는 “대리기사님은 술을 안 마셨 고, 당신은 술을 마신 상태이므로 누구 말이 더 신빙성 이 있겠는가?”라면서 대리기사가 맞았다고 주장하는 뺨 부분의 사진을 찍고, 의뢰인에게 자술서를 요구해 현장 에서 간단한 자술서를 써 주고 다른 대리기사를 불러 집 으로 귀가했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서에서도 조사를 받았는데, 아무도 의뢰 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던 사법경찰관도 “술 취한 사람이 불리하다”, “폭 행하지 않았다면 왜 뒤쫓아 갔겠느냐”, “대리기사가 거짓 말할 리가 없다”며 의뢰인의 항변을 일축했다고 한다. 억울하지만, ‘블랙박스 포렌식’은 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의뢰인이 거짓말을 할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 다. 그리고 당시 정황상 아내와 어린아이들이 차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고, 그리 멀지 않은 전방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어 많은 경찰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던 데다 수많 은 행인들이 오가는 밝은 대로변에서 아무리 술을 마셨 어도 어떻게 어머니 같은 사람의 뺨을 때릴 수가 있겠느 냐는 의뢰인의 사정 설명도 수긍이 갔다. 오히려 사건이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 병원에 3일 간 입원하면서 뇌 CT촬영을 하고 뇌진탕이라는 병명으 로 진단서를 발급받은 점과 2주 진단이 사건 발생일부터 20 법으로 본 세상

가 아닌, 진단일부터라는 점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리 고 이혼 후 홀로 생활하며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달라는 호소는 너무 심한 것 아닌 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법률구조공단 공익법무관이 작성한 소장을 두고, 의뢰인과 마주 앉아 조목조목 반박하는 답변서를 작성해 주었다.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은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 상의 일반원칙상 피해자인 원고가 증명해야 하는 것이 므로, 굳이 폭행의 가해자로 지목된 의뢰인이 폭행하지 않았다는 증명을 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대리운전 용 역서비스를 다 제공하지 않은 대리기사의 채무 불이행 으로 반박하기로 했다. 결국 증거는 없고 모두 추정에 근거한 것이니만큼 원고의 청구가 기각될 것으로 생각했다. 의뢰인도 내가 꼬집는 문제점에 대해 “맞다”고 연신 탄식을 했지만, 정 말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나 도 의문이 들었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차량 블랙박스는 봤어요?”라 고 물었다. 그러자 의뢰인은 오래돼서 다 지워졌고, 그날 일을 다시 생각하기도 싫다며 언급하기 싫어했다. “아니, 그날 아내와 아이들이 차 안에서 겁을 먹고 지켜보던 그 장면이 블랙박스에 다 찍혀 있었을 것인데, 정말로 무고 하다면 디지털 포렌식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물 었더니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지친 의뢰인을 더 이상 자극하고 싶지 않아서 재판을 지켜보자 하고 돌려보냈다. 형사재판은 벌금형, 민사재판은 원고 일부승소 이후 정식재판청구를 한 형사재판의 공판이 먼저 법원은 대로변에서 음주단속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피해자가 거짓증언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의뢰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 형사판결을 토대로 민사재판부도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이 있은 지 1년여 만이었다. 21

열렸는데, 세 번의 공판 끝에 법원은 대리기사를 증인으 로 불러 신문하고 변론을 종결했다. 의뢰인은 공판정 분 위기를 좋지 않게 전해 왔다. 나는 느낌이 좋지 않아 그날 음주운전 단속이 없었 다고 주장한 피해자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해 의 뢰인의 국선변호인을 맡은 변호사에게 경찰청에 사실조 회 촉탁신청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법원이 사실조회를 받아들이고 변론재개결 정을 내린 것을 보고 반전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재개 된 2번의 공판을 통해 나온 판결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날, 대로변에서 음주단속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 나 피해자가 경황이 없어 잘못 기억한 것일 수 있을 뿐, 피해자가 거짓증언을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의 뢰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민사사건 재판부도 이와 같은 형사재판의 결과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 렸다. 사건이 있은 지 1년여 만이었다. 의뢰인은 법원을 불신했다. “죄가 없어도 죄가 있다 면 있는 것이고, 죄가 있어도 죄가 없다면 없는 것이다” 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그리고 매번 직장을 빠지고 재판 받으러 다니는 일이 할 짓이 아니라며 이제는 지쳐서 대 응하고 싶지도 않다고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나는 의뢰인에게 블랙박스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패소한 마당에 다시 꺼내기는 곤란했다. 형사사건의 국 선변호인도 의뢰인에게 블랙박스 영상을 복원해 제출하 도록 권유하지 않았고, 변호인이 성의를 다하지 않은 데 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나는 지그시 눈을 감 고 의뢰인의 불평을 들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고가 뺨 한 대 맞은 것으로 실무를 하다 보면 소액사건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같은 근거 없는 의존적 믿음을 발견하곤 한다. 소액사건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지 않고도 법관의 직관에 따라 현명한 판결로 신속히 종결된다고 생각해 치열한 증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도 재판부를 과신했던 것일까. 22 법으로 본 세상

뇌진탕 진단서와 입원사실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에 대해 사건 당일은 물론 병원에 입원하기까지 이틀간 대 리운전 일을 했을 수도 있으니 대리운전 회사에 사실조 회신청을 해서 근무일지를 제출 받아보자는 제안에 대 해서도 의뢰인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며 블랙박 스 검증 제안 때와 같은 태도를 보인 대목이 마음에 걸 렸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소액사건에 대한 막연한 의존적 믿음 때문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 나 안타까운 여운이 남았다. 실무를 하다 보면 일반인들 사이에 만연한 소액사 건에 대한 막연한 환상과 같은 근거 없는 의존적 믿음을 발견하곤 하는데, 마치 소액사건은 엄격한 증거에 의하 지 않고도 법관의 직관에 따라 현명한 판결로 신속히 종 결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심으로 치열한 증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의뢰인도 재판부를 과신 했던 것일까. 의뢰인의 진실을 믿기로 했지만… 그날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의뢰인이 진실을 알면 서도 확전을 피하기 위해 증명 활동을 자제한 것이었는 지, 그 같은 사실이 있었는데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공포감에 따른 것인지, 정말로 그 같은 사실이 없었는데도 증명을 포기한 것인지는 쉽게 단정할 수 있 는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법원은 어떻게 증거 없이도 유죄판결을 할 수 있었는지, 교과서에 나오는 증거재판주의에 따른 형사상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증명책임의 분배에 관한 민사상 ‘법률요건 분류설’은 그 자체로 이론에 불과한 것인지, 그날의 진실을 느낌만으로 판단한 것은 수긍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쩌면 형식적인 증거재판주의에 기댄 사악한 무죄에 속지 않기 위한 경험 많은 법원의 의심을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이용해 귀가할 때는 다음 날 어떻게 집에 왔는지 하나도 기억나 지 않는 블랙아웃의 공포를 경험하곤 한다. 다음 날 다 시 만난 동료들로부터 “어젯밤 내가 실수는 안 했나요?” 라고 물었을 때 피식피식 웃거나 실수한 것 없다는 말을 한숨을 쉬며 하는 경우 그 미지의 공포는 배가된다. 그리고 조각조각 드러나는 기억의 저편에서 택시기 사에게 “차는 저쪽에 주차해 주세요”라고 말하거나 아 내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등의 행적을 기억해내고는 부끄러움을 참을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사람의 의식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된다는 것에 우리는 늘 불안정한 일상을 위험하게 보내고 있다 는 사실과 그러한 의식이 재판의 대상으로 된 경우, 항 상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리 만취로 인해 기 억을 하지 못한다 해도 그 취중의 의식은 본성에 기초한 순수한 행적이었다는 점이 그나마 안심이 되는 일이다. 나는 의뢰인이 기억하는 그날 밤의 진실을 믿기로 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만을 놓고 보면, 누구라도 다 아 는 사실을 나 혼자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마음이 편치 않다. 혹시 내게도 확증편향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은 아닌지 말이다. •울산지방법원 2020고정140 폭행 •울산지방법원 2019가소37178 손해배상(기) ※ 위 글은 소송문서 작성의 일선에 계신 법무사님들의 애환과 고충을 알리고, 음주상태에서는 법이 정상적으로 작동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함으로 특 정인이나 특정 직업을 폄하할 의도는 없음을 알립니다. 23

지구 살리기 인사이트 #12 #8.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환경교육’ 24 윤정훈 에너지정책기후 전문가 · ECOREBATES 컨설턴트 환경위기의 현재와 극복을 위한 12가지 통찰

‘열돔 현상’, 섭씨 50도 살인폭염 기승 “지구 온난화는 이미 시작됐 다. (…) 수십 년 내로 많은 지역에서 인류 삶의 질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큼 기온 변화가 커질 것이다.” 1988년, 미국 NASA의 과학자 제임스 핸슨의 말이다. 그로부터 어 느덧 2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올해 6월은 전 세계적으로 역 사상 최고의 무더위를 기록한 지역 이 많았다. 특히 선선한 여름을 자 랑하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지역은 무려 섭씨 50도에 가까운 살 인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살인적’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 장이 아닌 것이, 최근 폭염으로 인 해 사망한 사람의 수가 평소보다 19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 다. 뒤늦게나마 에어컨을 설치하려 는 사람들로 아우성이고, 햇볕이 들 지 않는 지하에 들어가 더위를 식혀 보려는 교민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러나 고작 몇 달 전인 올해 초에는 상황이 지금과 정반대였다. 지구 온난화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한파가 몰려와 많은 사람들이 고생 을 했다. 기온이 올라 극지방의 빙하 가 녹아내려 제트기류가 불안정해 졌고, 그로 인해 극지방의 찬 공기가 북반구로 내려오면서 평소보다 큰 추위가 찾아왔던 것이다. 요즘 거의 매일같이 대서특필 되는 ‘열돔(heat dome) 현상’도 제 트기류와 관련이 있다. 제트기류 안 에 갇힌 고기압이 일종의 뜨거운 지 붕을 형성하면서 열기가 밖으로 빠 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이다. 더운 열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려 해도 공기 지붕이 다시 아래로 누르기 때문에, 지표면은 더더욱 덥고 건조해진다. 과학자들은 온난화로 인해 지 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면서 열돔 현상도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고 우 려하고 있다. 물론 혹서나 혹한은 동 서고금을 막론하고 존재해 왔지만, 지금의 현상은 인간이 자연계를 교 란시킨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큰 차이가 있다. 80년대 보다 더 심각해진 기후변화 온실가스로 더워진 기온 때문 에 혹서, 혹한, 가뭄, 홍수 등 자연현 상이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도표 1>을 보면 폭염 의 빈도뿐 아니라 지속기간, 강도 등 이 60년대부터 일관적으로 증가해 왔음을 알 수 있다. 폭염이 자주 찾아올 뿐만 아니 라, 한번 찾아오면 더 길게 머물고, 수은주는 나날이 더 높게 치솟는다. 80년대 제임스 핸슨 박사의 경고가 정말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제임스 핸슨 박사는 원래 태양 계 행성들, 특히 이웃 금성의 대기를 연구하는 과학자였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금성은 대기층이 자연의 변화를 눈앞에서 목격하는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가 자랐을 때 지구의 환경과 기후에 대해 우려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력감에 휩싸이는 대신 기성세대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후변화 교육이다. 25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