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9월호
제21대 국회에는 친족상도례를 폐지하고자 하는 취지의 「형법」 일부개정법률안 또한 제출되었다. 다만, 사견으로는 제1항과 제2항의 적용 범위를 수정하고, 그 에 따른 효과를 일정 부분 변경하는 절충적 방안이 어 떨까 하는 생각이 있다. 가정 내 일차적 해결 기회의 부 여라는 친족상도례 입법 취지는 현 시대에도 여전히 긍 정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제1항(필요적 형면제)의 인적 범위를 직계혈족과 배우자로 제한하되, 효과는 친고죄로 하고, 제2항(친고죄)의 인적 범위를 직계혈족과 배우자 외 친 족으로 정하되 효과는 반의사불벌죄로 개정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필요적 형면제로 인한 국가 형벌권의 공 백을 없애는 한편, ‘법이 가정의 문턱을 넘을 수 없는 가 족관계의 최소한의 영역’, ‘가족 내부의 자율적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 극히 한정된 영역’은 친고죄로 두어 원치 않는 수사기관 개입을 막고, ‘가족 내부의 자율적 해결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 자율적 해결을 촉진할 필요가 있 는 영역’에 대하여는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반의 사불벌죄로 정하여,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자발적 화 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방안 또한 가능한 여러 가지 방안 중 하 나일 뿐이다. 각국의 친족상도례 형태가 모두 다르듯 각 자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친족상도례의 형태는 다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6. 사고의전환과관심의필요성 친족 간 재산범죄는 다른 중대한 범죄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가볍게 느껴지고, 이러한 범죄에까지 국가 가 개입하는 것이 지나치다고 느낄 수 있다. 법학도로서 는 위와 같은 느낌을 먼저 받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가 어떠한 범죄에 대해 개입을 포기하 는 것과 원칙적으로 개입을 인정하되 피해자의 의사, 피 해자와 가해자 사이의 관계, 피해의 정도 등 구체적·개 별적 사정을 고려해 처벌을 자제하는 것 사이에는 차이 가 있다. 필요적 형면제 효과나 짧은 고소기간의 제한을 두지 않더라도 기소유예, 선고유예, 집행유예 등의 다른 제도들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률에 따르면 20년 전 가출한 부모 가 갑자기 자녀를 찾아와 거액의 사기를 범하더라도 처 벌할 수 없고, 곧 갚을 수 있다는 조카의 말을 듣고 6개 월 넘게 기다려주면 고소기간 도과로 처벌할 수 없다. 위 사례에서 부모가, 조카가 자력이 없다면 민사소송 또 한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을 쉽게 납 득할 수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한 개정은 ‘친족 내부의 지나 치게 사소한 일까지 국가가 개입한다.’라는 측면이 아니 라, ‘친족 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조차 범죄 피해자에 대한 보호는 필요하다.’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볼 필 요가 있다. 때마침 국민들은 반백 년 넘게 유지되어 온 친족상 도례 조항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불씨는 예 상치 못한 사건에서 붙었다.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은 국민 눈높이에 맞춘 「형법」 개선의 시도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회에서의 심도깊은 논의 및 현명한 결 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률 전문가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리고자 한다. 29
Made with FlippingBook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