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법무사로서 진가를 발휘하는 분야는 뭐니 뭐니 해 도 가족관계등록 사건이다. 한자(漢字) 세대가 아닌 젊 은 법조인들은 범접하기 힘든 분야이고, 우리나라의 전 통적인 가부장적 가승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기 때 문이다. 현재의 가족관계등록부는 제적부(구 호적부)에 뿌 리를 두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구 호적제도와 현 가족관 계등록제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단편적인 비 송사건 처리에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처리한 이중가족관계등록 정정 사건들 을 돌아보면, 생부와 계부가 출생신고를 각기 다른 관서 에 따로따로 하면서 출생과 입양이 경합했거나, 이혼하 는 부부가 이혼신고를 각자 하면서 한쪽 관서에서는 처 의 일가 창립으로, 다른 관서에서는 처의 친가 복적으로 처리된경우등중복신고로인한경우가대부분이었다. 이런 경우는 두 가족관계등록부를 비교해서 동일 인에 관한 것이 인정되면 둘 중 위법한 것으로 판명된 가족관계등록부를 제적부와 함께 폐쇄하는 감독법원의 허가를 받아 시(구)·읍·면장에게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고를 하면 간단하게 정리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사례는 친자확인의 가사소 송 대상인지 등록부정정 허가의 비송사건 대상인지 판 단하기가 쉽지 않은 애매한 사건이었다. 독립유공자의두상속인, 부모가다른각각의가족관계등록부에기록 대구에서 소문을 듣고 내게 연락을 해 오신 분은 연세가 아버지뻘 되는 연로한 분이셨다. 왕년에 공직에 계셨던 구력을 짐작게 하듯 사전에 이메일로 받아본 사 건 개요는, 한자로 장황하고도 거창하게 두 집안의 이력 을 나열하고, 난해한 도표와 족보 이력을 조합하여 멀미 가 나도록 빽빽하게 적은 암호 문서와도 같은 것이었다. 도저히 해독하기 힘들어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채, 그냥 일단 ‘관련된 제적부와 서류 일체를 가지고 방 문하시라’고만 해 두고 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예고 없 이 들이닥쳤다. 몸이 다소 불편해 보이는 연로한 할머니 한 분과 그 곁에서 일 처리를 도와주고 있다는 난해한 도표의 작성자인 것 같은 백발의 할아버지 한 분, 그리고 ‘조카’ 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내 사무소를 꽉 메우고는 너덜 너덜 손때 가득한 묵은 서류를 한 보따리 풀어놓았다. 의뢰인은 1947년생 할머니. 2019년 광복절에 의뢰 인의 조부가 독립유공자로 선정되었다는 국가보훈처의 수훈심사 결과를 전해 들었는데, 4남매 중 오래전 사망 한 둘째 오빠와 셋째인 언니를 제외하고 생존한 큰오빠 와 막내인 의뢰인 둘만 남은 상속인들 가운데 큰오빠만 독립유공자 유족급여 수급권자로 선정되고 본인은 제외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제야 의뢰인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조부의 기록 이 없고, 부모가 모두 다른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 을 발견하고서 이중호적이라고 문제제기를 한 것이 사건 의뢰인은 1947년생할머니. 조부가독립유공자로선정되었는데, 4남매중큰오빠와의뢰인둘만남은상속인들중 큰오빠만독립유공자유족급여수급권자로 선정되고자신은제외되었다는것이다. 그제야자신의가족관계등록부에 조부의기록이없고, 부모가다른사람으로 기록되어있는것을발견하게되었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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