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화가 나는 듯 김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도 문제가 많아요. 제 12조에는 응급조치와 관련해 ‘피해아동등’이라고 명시해 피해아동뿐 아니라 부모 등의 의견도 존중하도록 규정 되어 있는데, 이번 사건의 피해자 B양처럼 가해자가 계 부이거나 친권자인 경우는 어떻게 될까요? 피해자 아동은 자신이 입을 열면 보호자가 없어진 다는 두려움과 가족들의 회유에 의해 피해사실을 묵비 하거나 외려 아이 자신이 나서서 사건 처리를 막는 일까 지 발생하곤 합니다. 아이들의 진정한 의사가 존중되기 어려운 거죠. 특별한 사정의 경우에는 아동의 의사만 존중하거 나 아니면, 객관적인 전문가가 아동의 의사를 참고해 상 황을 판단하여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그에 따 라 수사 등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개선해야 합니다.” 김 회장은 학교의 위기관리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 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위기상담센터는 상담사실을 교육 청에 보고하지 않았고, 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해 전혀 파 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피해아동이 학생인 경우에는 교육청에 보고를 의 무화도록 법제화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 실을 알고도 아이들이 원치 않았기 때문에 교육청에 보 고하지 않은 것이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한 것인가요?” 그는 이 외에도 이번 사건에 뛰어들며 느낀 점이 많 다고 했다. 특히 사건 관련 전문인력의 수와 그 전문성이 생각보다많이부족하다는것에크게당황했다고한다. “제대로 된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예산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되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입법을 통해 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입법이 되면 행정기관에서 예산을 편성할 것이고, 그에 따른 인력과 시설의 확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테니까 요.” 김 회장은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 아동·성폭력 범죄 피해자 보호 체계의 열악한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사 건이라고 진단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가 복 합적으로작용해총체적파국이일어났다는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 는 환경을 만들어야죠. 저는 아이들의 사망사진과 여러 증거자료를 직접 보았는데, 두 아이들이 서로에게 의지 하며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 보고자 주고받았던 SNS 메시지들이 사망사진보다 더 비극적으로 느껴졌습 니다. 가슴이 정말 많이 아팠고,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주지 못해 무척 미안했습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아 이들의 한을 풀어주고, 원혼을 달래주기 위해 끝까지 함 께할 생각입니다.” 사건공론화로가해자엄중처벌기대 김 회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에 의뢰인으로 보이는 한 분이 사무실을 방문했다. 알고 보니 A양의 아 버지였다. 최근 김 회장이 가해자의 재판에 대응해 유족 측을 조력해주고 있어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러 온 듯했다. 가해자는 이번 사건의 수사에서부터 재판이 시작 된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인터뷰 전날 진행된 2차 공판에서도 별반 달라진 상황 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재판을 지켜본 유족들은 어떤 심 정이었을까. A양의 아버지가 가해자에게 제대로 된 처벌 이 내려질 것 같지 않아 김 회장을 찾아왔을 법하다. “정말 죄송스러웠지만, 당시로서는 가해자가 처벌 을 받지 않거나 처벌 수위가 매우 낮을 것 같다는 말씀 을 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그때 억장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아버님의 표정이 잊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사회적으로 사건이 공론화되고, 국민적 요구와 담당 검 사님의 의지도 있어서 그때와는 다른 결과가 있을 것이 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48 법무사시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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