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마음이 아프고 싶어서 아픈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모두 원치 않게 상처받고 또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아픈 일은 그런 자신을 비난하는 겁니다. 쿨하지 못하다고, 단단하 지 못하다고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타인들도 마찬가지예요. 우울증을 겪는 자녀나 친구에게 ‘니가 약해 빠져서 그래’라며 의지박약으로 여기는 겁니다. 그 렇지 않아도 상처받은 마음에 또 한 번 상처를 내는 거예요. 하지만 마음을 취약하게 만드는 외부적인 요인이 존재한 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코로나를 겪으며 우울증 환자들 이 늘어난 것만 봐도 그렇죠.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우울증 유 병률은 OECD 1위라고 하는데요, 코로나 이후 증가한 비율이 다른 국가에 비해 월등히 높았습니다. 왜 어떤 국가는 행복지수가 높고, 어떤 국가는 우울증 비 율이 높은 걸까요. 개인차로만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사회·문화가 심리적 건강에 주는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환경요인이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지, 또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할게요. 영혼을 궁핍하게 만드는 소비사회 최근 ‘돈’에 대한 얘기가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어딜 가나 재테크, 주식, 부동산에 대한 얘기가 빠지지 않아요. 현대인의 핵심 키워드인 ‘소비’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죠. 버는 것도 쓰는 것도 우리 삶에 너무나 중요한 부분입니다. 자본주의 사 회에 살고 있으니까요. 자본주의 사회는 ‘돈에 대한 욕구’를 토대로 형성되었어 요. 소유욕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이러한 욕구가 없다면 경제 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소유욕은 더 많은 돈을 벌게 했고, 더 많이 소비하게 합니다. 한국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 도 윗세대에서 그만큼 소비해 왔기 때문일 거고요. 그렇게 경 제가 발전한 덕택에 우리는 현대문명의 이기를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경제 상황에 따라 돈에 대한 욕구는 점점 더 부추겨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소비’는 우리의 일상을 가득 채우고 있어 요. ‘탕진잼’(탕진하며 느끼는 재미)이나 ‘플렉스’(돈을 과시한 다, 일시불로 큰돈을 쓴다) 같은 신조어는 작금의 소비에 대한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는 듯합니다. 이런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들도 있지만, 소비 아 래에 깔린 소유욕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욕구입니다. ‘독일의 워렌 버핏’이라 불리는 투자철학자 앙드레 코스톨라니(Andre Kostolany)는 “사회주의에 비해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인간의 본성에 더 가깝다”고 해석했어요. 모든 인간의 본성인 소유욕 이 자본주의 시스템과 만나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우리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다 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회는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이 궁핍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돈을 과시하는 사람들이 많 은 만큼 ‘돈’ 때문에 우울해하고 괴로워하는 분들이 많아요. “돈이 정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요. 이전보다 더 많이 가졌고, 더 많이 소비하 며 살고 있는데 사람들의 내면은 더 취약해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보세요. 아마 쉽게 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인지 소비사회의 위험을 깨달은 사람들 중 일부는 의도적으로 ‘미니멀’한 삶을 추구하기도 합니다. 미니멀리스트 인 진민영 작가는 저서 『조그맣게 살 거야』에서 “사야 해서 필 요를 만드는 소비가 아니라 필요해서 사는 소비 습관이 중요 하다”고 말합니다.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려서 무언가를 사야 만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여기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지요. 왜 어떤 국가는 행복지수가 높고, 어떤 국가는 우울증 비율이 높은 걸까요. 개인차로만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인간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심리적 건강에 사회·문화가 주는 영향을 빼놓을 수 없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환경요인이 우리를 취약하게 만드는 것일까요?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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