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수상 조재형 법무사(전라북도회) A가 1억짜리 차용증을 소지하고 방문 하였다. 변제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는 채 무자의 행태를 더는 묵과할 수 없으니 본안 소송을 제기해 달라는 의뢰다. 서류를 살펴본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 다. 채권자가 너무 늦게 찾아왔다. 금전을 거 래한 대여금 채권의 경우, 일반 채권으로서 민법상 그 시효는 10년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서야 찾아온 것이다. 도대체 왜 지금까지 차용증을 가지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이제야 찾아왔느냐고 반 문했다. 그동안 금고 속에 꼭꼭 숨겨서 보관 하고 있었다는 답변이다. 차용증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라도 돈 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는 것이다. 차용증을 마치 돈다발처럼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화폐처럼 여긴 것 이 화근이다. 차분히 설명해 주자 시효의 개요를 전해들은 채권자 A는 얼굴 이 사색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구제받을 방법이 없느냐고 발을 동동 구른다. 법적 비용은 얼마든지 댈 테니 소송을 제기해 달라고 떼를 쓴다. 하지만 차용증에 걸려 있던 시효는 이미 만료되었고, 한번 시 효를 넘긴 권리는 후진이 안 되고, 유턴도 안 된다. 나라님조차 구해 주지 못하는 것이 소멸시효이다. “이 증서에는 시효가 사라졌소.” 시효는 권리자들이 자기를 보고 싶어 하도록 만든다. 그런데도 권리자가 기간을 업신여기면 시효는 권리의 이해관계인을 등져버린 다. 일편단심과 초지일관을 미덕으로 삼는 당사자에게만 자비를 베 푸는 시효는 침묵의 저격수이다. 말없이 기다리다가 때가 되면 잠자 시효의 손아귀 안에 있는 권리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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