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슬기로운문화생활 내겐 휴식같은취미 전성모 법무사(서울중앙회) 우리는 모두 세련되게 진화한 현대인이지만, 그 속 에는 초원을 누비며 맨몸으로 맹수를 사냥하던 원시시 대의 유전자가 여전히 살아있다. 우리의 야성적 본능 (nächtlicher Instinkt) 은 다양한 투기 종목의 스포츠로 진화하였는데, 특히 ‘고대5종’으 로 불리는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창던지기, 달리기, 레슬 링은 원시인들의 맹수 사냥 동작에 기초하고 있다. 법무사의취미생활이야기 유도, 힘이 아닌 부드러움으로 제압한다 필자의 취미인 ‘유도’는 레슬링과 비슷하게 오직 상 대와 맨몸으로 부딪치는 원시적인 격투기다. 손과 허리, 발, 굳히기 기술 등을 통해 맹렬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 하지만, 유능제강(柔能制剛 · 부드러움이 능히 강한 힘 을 이길 수 있다)의 철학으로 힘이 아닌 부드러움으로 상대를 제압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스포츠 이상의 의미 를 가진 운동이다. 유도는 두 명의 선수가 맨손으로 상대와 맞잡고 메 치고, 누르고, 조르고, 꺾는 동작을 통해 공격하거나 공 격해오는 상대를 힘의 역학으로 허점을 찔러 승패를 겨 룬다. 기술에는 서서 하는 동작인 ‘메치기’와 누워서 하 는 동작인 ‘굳히기’가 있다. 밀면당기고, 당기면미는원리 필자가 어렴풋이 유도의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대 학 1학년 때였다. 낭만과 예술, 기개와 협객을 꿈꾸던 젊 은 시절이었다. 우연히 체육대학의 유도장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님이 학생들에게 물 흐르듯이 유도를 가 르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장면이 매우 인상적으로 다 가왔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낭만 협객의 꿈은 저 멀리 사 라지고, 신림동 고시촌에서 공부 스트레스 해소와 체력 단련에 애쓰던 필자는 그때의 기억에 이끌려 자연스럽 게 ‘유도’를 배우게 되었다.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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