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0월호
이며 제압할 때 느끼는 승부욕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 는 것 같고, 상대가 극한으로 도전해 올 때 과감히 제압 함으로써 상대를 배려하는 융통성을 깨친다. 신체적 건강과 정신의 담대함(Sound Body Sound Mind)을 가지고 싶다면, 유도를 배워보시라. 어느 정도 수련하면, 몸이 생활 근육화되어 자연스럽게 사무실에 서도 바벨을 들게 될 것이다. 특히 유도는 대단한 운동기구가 없어도 간편하게 근력운동을 할 수 있어 좋다. 운동용 고무밴드 하나만 있으면 야외나 작은 잔디밭에서도 업어치기 등의 유도 기술과 낙법을 훈련할 수 있고, 이는 몸의 균형감각을 흔들어 깨워줄 것이다.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건강하고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고, 소년기에는 질풍노도의 낭만 협객, 청년 기에는 괴테의 삶을 동경했던 필자가 순전히 신체의 기 능으로만 본다면 어느덧 노년의 삶을 살고 있다. 매년 8월이면, 노모의 고향 마을을 지나 고인돌의 고장 전북 고창에서 ‘고인돌 유도대회’가 열린다. 앞으로 도 유도 수련을 계속하여 고인돌 유도대회에 선수로 출 전하고 싶다. 건강하고 담대하게 성장한 아들을 흐뭇해 하던 관중석의 노모께 노년의 아들이 흰 도복을 입고 상대 선수와 당당하게 겨루는 모습을 추억으로 선사해 드리고 싶다. 필자가 동경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낭만 협객, 방 동규 선생의 일대기 『배추가 돌아왔다』에는 이런 구절 이 있다.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사는 것도 예술이 아닌 가.” 당시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웃지 못할 추억이 있다. 어느 여름날 우리 유도장에 105kg 거구를 가진 신입회원이 들어왔다. 초등학교 때 스케이트를 타 고, 고등학교 때 역도와 유도 수련을 했다는 그는 신체와 힘, 기술면에서모두우월한유전자를가진사람이었다. 이 신입회원의 등장으로 유도장에는 파란이 일었 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너무나 압도적으로 힘의 차이가 나서 대련만 붙었다 하면 허리기술로 상대를 아예 뽑아 서 내동댕이치는 상황이었으니 기존 회원들 모두가 전 의를 상실한 채 엉덩이를 빼게 된 것이다. 나름의 질서 속에 안정을 누리던 유도장은 카오스 상태가 되었고, 누군가는 이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질서 를 잡아야 했으니, 그가 바로 한때 ‘낭만 협객’을 자처하 던 필자였던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대련. 첫 판이 시작되 자 상대는 역시 힘으로 나를 뽑아 허리기술(허리후리기, 허리튀기)을들이밀었고, 다음판에서도마찬가지였다. 상대가 강하게 밀어붙일 때 그 힘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역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유도의 원리다. 민첩하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밀면 당기고, 당기 면 미는” 원리를 통해 상대의 허점을 노려 기술을 거는 것이다. 그래서 유도는 과학적이고 역동적인 운동이다. 필자는 이런 원리에 따라 상대가 힘으로 허리기술 을 들이미는 순간, 그 힘을 역이용해 되치기로 역공했다. 그러나 힘에 부쳤던지 105kg의 거구가 그대로 내 가슴 위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얼마나 큰 사고였 는지 한동안 목에서 피가 났고, 폐에 이상이 생겼나 싶 을 정도였다. 지금은 추억이 되었으나 유도는 대련 시 잡기 싸움 부터 메치는 그 순간까지 상대의 힘과 기술을 온몸으로 느끼기 때문에 월등한 능력을 가진 상대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낭만협객, 노년에도유도와함께 유도와 인연을 맺은 지도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러 나 나는 여전히 유도를 즐기고 사랑한다. 상대를 밀어붙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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