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법무사 12월호

고, 원시의 히말라야가 주는 행복을 충분히 누릴 수 있 었다. 그렇게 히말라야를 걷고 싶다는 오랜 꿈에 마침표 가 찍힌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안에서는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을 걷고 싶다는 새로운 꿈이 자라고 있었다. 새로운 꿈을 위하여 여전히 엎드려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토요일마다 산길을 걸었다. 그러나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목인 남체(해발 3,440m)에서 고산 증세로 죽을 만큼 고생을 하고, 다음 날 말 잔등에 앉아 히말라야를 즐기는 호사를 누린 덕분에 트레킹이 끝나는 날까지 팀원들에게 ‘애마부인’이라는 놀림을 받았다.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에 만나는 황량함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고, 광활한 쿰부빙하에 섬처럼 떠 있는 칼 라파타르(5,550m)에 올라 만난 에베레스트(8,848m)와 쿰부히말라야의 장엄함이 주는 감동은 히말라야를 더 많이 걷고 싶다는 꿈을 싹트게 했다. 그 꿈을 따라 다시 마나슬루(8,163m), 마칼루 (8,485m)로 가는 길을 걸었다. 이스트콜( 6100m)에 올라 다시 한번 쿰부히말라야의 장엄함에 감동하고, 트레킹피 크 최고봉인 만년설 봉우리 ‘메라피크(6,476m)’에 올라 초 오유(8,188m), 마칼루(8,485m), 에베레스트(8,848m), 로체 (8,516m), 칸첸중가(8,586m)를 한눈에 보는 행복을 누렸다. 4년 만에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 3구간 완주 네팔 동쪽 끝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서 서쪽 끝 힐 사까지 히말라야 산맥을 따라 이어지는 1,700km의 길 은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필자는 몇 사람이 이 험준한 길을 완주했다는 소 식을 듣고, 1년 넘게 익힌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이 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2016년 가을, 몇 명의 친구와 함 께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155일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는 이 길을 다섯 구간 으로 나누고, 첫 구간인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서 추쿵 까지 걷겠다는 꿈에 부풀어 떠난 길이었으나 지독한 고 산증세가 발목을 잡았다. 칸첸중가 베이스캠프 바로 전 캠프인 로낙에서 헬기로 철수하면서 ‘그레이트 히말라 야 트레킹’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필자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던 꿈을 이루기 위하 여 2017년 가을 다시 히말라야로 날아갔다. 첫 번째 구 간 걷기를 숙제로 남겨둔 채, 쿰부히말의 세 개의 고개 (콩마 라, 촐라, 렌조 라)를 넘고, 큼직한 바위가 모두 살 아 움직이는 가파른 너덜봉우리 ‘테시랍차 라(5700m)’ 를 넘어 두 번째 구간을 완주하였다. 2018년 가을, 네팔 구루자히말 베이스캠프에서 한 국인 등반대원 5명과 셰르파 4명이 실종되었다는 뉴스를 본 가족들의 걱정을 뒤로한 채 다시 히말라야로 날아간 나는 ‘아세타졸’이라는 약 덕분에 고산증세 없이 세 번째 구간(라스트 리조트~다라파니)을 완주할 수 있었다. 셰르파들조차 틸만패스로 가는 길을 제대로 아는 이가 없어 캐나다·영국인의 다국적 팀과 함께 도르지락 바 빙하까지 헤매야 했던 일탈은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킹이 멋진 일인 것은 이렇게 두 팀이 단체로 길을 헤맬 수 있는 불확실성, 또는 모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서쪽으로 갈수록 네팔 히말라야는 점점 황량해 진다. 2019년 가을 네 번째 구간에서 넘었던 중벤 라 (5550m)에서 만난 갈색 황무지 봉우리들이 이루는 풍 경이야말로 내가 히말라야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풍경 이다. 이 풍경 속을 걷고 있을 때 나는 더없이 행복하다. 법무사라는 직업은 충분히 멋지고, 소박한 정의를 실천할 수 있는 보람도 있다. 그러나 더 멋진 법무사가 되기 위해 최소한 일 년에 한 번쯤은 자신조차 잊어버릴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지 않을까! 메라피크 정상에서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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