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계층 사회, 구분 짓기가 가져온 폭력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의도적 구분과 그로 인한 두 아파트 사이의 물리적 단절, 그리고 주민들 사이 의 갈등과 차별 논란은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얘기다. 그 럼에도 임대아파트를 따로 구분하는 아파트 건축은 계 속됐다. 마침내 지난 1월 23일, 서울시는 앞으로는 일반아 파트와 임대아파트 가구가 구분되지 않도록 ‘동·호수 공 개추첨제’를 전면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공공주택에 대 한 차별적 요소와 부정적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도 했다. 늦었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미 구분된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계속 이동과 선택의 자유를 제한당하고 마음고생을 감 내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일반아파트와 임대아파트 주 민들 사이에는 마음의 벽이 높이 쌓여 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일부 일반아파트 주민들의 노골적인 무 시에서 비롯된 주민들 사이 충돌도 종종 보도된다. 철제 담장을 설치하고 임대아파트 사람들의 통행 을 막는 일반아파트 주민들,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초등학교에 보낼 수 없으니 학교를 따로 만들어 달라고 교육청에 요구하는 일반아파트 학부모들, 일반아파트 주 민들이 설치한 출입문과 도어락에 막혀 위험하게 높은 담장을 넘거나 15분을 돌아 학교에 가는 아이들, 놀이터 에서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발견하곤 ‘도둑’이라고 말한 일반아파트 거주 주민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 들이 생각보다 많다. 누구나 다른 사람을 싫어할 수 있고 누군가를 싫어 하는 건 개인의 선택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자기 집 주 변으로 다니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싫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무시하고 공격하는 말과 행동을 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혼자 속으로 갖는 생각과 감정은 자신의 것이지만, 밖으로 표출하는 말과 행동은 사회적인 것으로 타인을 해치는 것이라면 사회적 제재의 대상이 된다. 자기만의 영역을 표시하듯 타인의 존재와 이동을 제한하는 것 또한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런 말 과 행동은 혐오의 표출이고 폭력이다. 지난 1월 12일, 한 방송의 저녁 뉴스에서는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일반 분양 아파트(이하 ‘일반아파트’)와 공공임대 아파트(이하 ‘임대아파트’)가 눈에 띄게 구분돼있는 사례들을 보도했다. 한 아파트 단지는 임대아파트 한 개 동만 다른 14개의 일반아파트 동들과 뚝 떨어져 있었다. 출입구와 지하 주차장도 따로였다. 일반아파트에 있는 목욕탕, 헬스클럽, 도서실도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거절당했다는 주민의 인터뷰도 있었다. 다른 아파트 단지의 경우도 비슷했다. 벽과 계단을 기준으로 아래쪽엔 임대아파트 두 개 동이, 위쪽엔 일반아파트 15개 동이 있었다.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사무소가 일반아파트 쪽에 있어서 불편하고, 아파트 길찾기 안내도에도 일반아파트 출입구만 표시되어 있어 배달하는 사람에게 항상 다시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놀이터 시설도 일반아파트 것이 훨씬 좋단다. 한 주민은 임대아파트라는 걸 꼭 알려야 하는 것처럼 두 개 동만 뚝 떨어뜨려 놓은 게 차별이라고 생각되지만 “(우리가) 임대아파트에 사니까 그런가 보다 해야지 뭐”라고 말했다. 법으로 본 세상 17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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