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법무사 3월호

힘의 관계와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재가 강 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내재적 판단을 넘어 실질적으로 힘을 악용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비일비재하 게 발생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고 듣는 많은 사례는 힘의 악용을 제재하는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기업이나 업주의 갑질, 직장 내 따돌림과 괴롭힘, 빈곤층에 대한 무시, 직업에 대한 차별, 난민과 이주노동 자에 대한 혐오 등은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데 그에 대한 개인적·사회적 제재는 아주 헐렁하다. 오히려 힘 있 는 개인이나 집단의 눈치를 보고 강자의 심기를 살피느 라 약자의 피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힘의 관계에 익숙한 우리는 그런 일을 당연하고 일 상적인 일로 취급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로 비겁함을 ‘처세술’로 포장하기도 한다. 어린이나 청소년 사이에서는 얼굴과 몸매, 학업 능 력, 사회성 등에 대한 평가가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놀이 로 가장된 놀림, 혐오 발언, 욕 등이 ‘약자’로 찍힌 아이 들에게 쏟아진다. 아이들 또한 힘의 관계를 확인하고 악 용하는 데 익숙하다. 모두가 상대적 강자이자 약자 우리 사회에 자신이 가진 힘을 내세우고 힘에 의존 해 관계를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로는 두 가지를 생 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그런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와 노인 공경 등 우리는 위계의 설정과 그에 따 른 상명하복의 문화에 익숙하다. 그런 문화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나친 강조로 불이익을 당하고, 부당하게 공격에 노출되는 사람에 대 한 관심은 부족하다. 직장에서, 또는 업무로 만난 사이에 서조차 가부장적 문화와 나이에 따른 위계가 강조되는 건 21세기에 무척 부자연스럽고, 어떤 사람에게는 견디 기 힘든 일인데도 말이다. 다른 하나는 힘의 관계를 설정하고 힘에 의존하는 것이 실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지고, 사회적으 로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힘의 악용이 곧 폭 력이 되고 피해를 낳는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 들이 많다. 만나자마자 나이를 확인하고, 출신 지역과 교 육 배경을 묻고, 선·후배 관계를 정리하는 건 하찮은 일 처럼 보이지만 힘의 관계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을 정당화하는 데 익숙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힘의 관계를 강조하고 힘에 의존하는 문화와 사회 에서는 아주 극소수의 사람만 제외하고 누구도 안전하 지 않다. 힘은 상대적이기 때문에 절대적 강자나 약자가 없다. 누구나 다른 누군가보다 힘이 있거나 힘이 없다. 자기 주변의 어떤 사람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도 부 의 수준은 낮을 수 있고, 인맥이 넓어도 고급 정보는 없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을 힘으로 인식하고 이용하는 사이에 서는 서로 자신의 강한 점과 타인의 약한 점을 강조하는 경쟁적이고 상호 폭력적인 관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힘의 관계에 의존하고 힘의 악용을 통해 생기는 폭 력을 지적하는 이유는, 단지 피해에 주목하기 때문만은 힘의 관계와 이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재가 강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내재적 판단을 넘어 실질적으로 힘을 악용하고,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기업의 갑질, 직장 내 괴롭힘, 빈곤층 무시, 직업 차별, 난민·이주노동자 혐오 등이 널리 퍼져있는데, 오히려 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의 눈치를 보고 강자의 심기를 살피느라 약자의 피해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법으로 본 세상 19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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