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뤄지는 공동체와 사회, 그리고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평화적 공존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최고의 선택 이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는 평화적 공존이 이뤄지는 공 동체와 사회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동체와 사회에 사는 건 안전한 일상이 보장되고 삶의 질이 높아지는 걸 의미한다. 공동체와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 알지 못하고 관 계가 친밀하지 않더라도 결과는 같다. 모두를 알고 모두 와 친밀하게 지내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그냥 가까이 또 는 멀리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누구든 그들을 존중하고, 자신 또한 존중받고 있음을 알고, 그래서 그들과 함께 잘 살아가면 우리의 일상은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 함께 사는 공동체나 사회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사 람들도 있다. 그런 이유로 평화를 얘기하면서 평화적 공 존이 이뤄지는 공동체나 사회를 강조하는 것에 대해 의문 을 제기하기도 한다. 몇 년 전 강의에서 만난 한 청년이 생 각난다. 강의가 끝난 후 그는 평화로운 공동체를 강조하 는 것이 자신에게는 불편하게 들렸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공동체와 관련해 좋지 않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청년에게 공동체는 나이 든 사람들이 나이 어린 사람들을 존중하지 않고 경험 없는 미숙한 존재로 취급 하며, 나이 어린 사람들은 무조건 나이 든 사람들을 공 경하고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하는 평등하지도 공정하지 도 않은 관계가 정당화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많은 꼰대를 상대해야 하는 힘든 곳이었 다. 보지 않았어도 어떤 곳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고, 심지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상대적 강자도 상대적 약자도 없는 곳 우리는 공동체를 오해하곤 한다. 그냥 같이 모여 살면, 그리고 가끔 서로 살펴주고 도와주면, 그것이 좋 은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공동체 안에서 나이와 직위에 따른 위계를 강조하는 건 당연하고, 공동체의 원만한 운 영과 작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계의 강조는 누군가에게는 편하고 좋지 만,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 있으며, 그런 공동체라면 진 짜 공동체라 할 수 없다. 많은 공동체가 그런 모습이라 할지라도 그건 우리가 알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일 뿐, 바 람직한 공동체는 아니다. 진짜 공동체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으로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모두가 평등하 고 공정하게 대우를 받는 곳이다. 나이, 부와 교육 수준, 가족과 민족 배경, 그리고 지위나 직위 등은 한 사람의 정 체성을 드러내고 역할을 구분하는 것일 뿐, 타인을 무시 하고 통제하며 무언가를 강제할 자격이 되지 않는 곳이다. 특별히 평화로운 공동체는 상대적 강자도 상대적 약 자도 없는 곳이다. 이견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평화적 방식을 통해 문제의 제기와 토론이 이뤄지고, 용기를 내지 않아도 누구나 제재를 받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이다. 도시에서, 그것도 주로 아파트 같은 주거 형태가 대 부분인 곳에서 공동체를 상상하는 건 쉽지 않다. 각자도 생에 익숙하고 타인의 간섭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은 공동체를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제 공동체는 특별한 곳에서만 실현 가능한 희소성 높은 가치가 됐다. 그래서 아예 포기한 사람들이 많다. 우리 사회가 하나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다. 그런데 공동체는 매일 얼굴을 보고 수다를 떨고 함 께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과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술잔을 기울여본 적이 없는 사 이라 할지라도 각자 자기 역할을 한다면 다양한 개인과 집단의 평화로운 공존이 이뤄지는 공동체와 사회를 함께 만들 수 있다. 알고 모르고를 떠나 모든 사람을 존중하 고, 자신만의 편안한 삶이 아니라 모두의 평화로운 삶을 위해 노력하는 공동체와 사회 구성원의 역할 말이다. 법으로 본 세상 21 세계의 평화 우리의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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