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하지 내면을 채워주는 것은 부족해진다. 우리는 내어 주기도 하지만 채워주기도 하는, 균형을 이루는 존재다. 먹고 노는 즐거움, 쉼과 취미생활에서 오는 충만감, 사람들과 어울리는 소속감, 일과 공부를 통한 성취감, 자 신을 성장시키는 자기계발, 영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기 쁨 등 다양한 욕구들이 있고, 그것을 적절히 채워주는 것, 그것들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성 과를 내고 남을 돌보는 책임만큼 자신을 책임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나의 경우처럼 삶에 무력감이 느껴지면 권태 와 존재의 의미에 회의가 찾아온다. 한때 동남아에서 운 전사와 청소부, 요리사를 두고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러 한 삶의 편안함을 오래 누리지는 못했다(물론 개인차가 있다). 헉헉대고 툴툴대면서 했던 책임들, 진정한 나라고 느껴지게 했던 이런저런 일들이 사라졌을 때 느껴지는 무가치감, 무의미함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바쁨과 책임은 삶에 생기와 의미를 가 져오고, 보람과 만족에서 오는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익숙하진 않지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감정 가까운 관계에서 가끔 부족함을 느끼는 것도, 채워 지지 않는 느낌을 갖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무난한 관 계에서도 실수, 이기심, 고집, 오해로 인한 갈등과 다툼이 생기고, 만족스러운 때가 있는가 하면 섭섭함과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문제는 나의 모든 욕구를 상대방이 채워주길 기대 할 때, 거꾸로 상대방의 요구나 기대에 일방적으로 맞출 때, 관계를 이어주는 즐거움과 유대감이 부족할 때, 대화 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인정과 이해,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 을 때, 서로의 행복에 대해 무관심할 때 등이다. 은퇴했던 남편이 해외 취업을 나가는 바람에 외톨 이가 되면서,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응을 못 한 탓인지 몸이 많이 아팠다. 코로나로 인해 삶의 반경이 좁아지고, 하던 활동들을 멈추면서 답답하고 정체된 느낌에 이별 로 인한 텅 빈 느낌마저 더해졌던 것 같다. 반면, 함께 사는 나의 딸은 일 년에 얼마간의 휴가 를 제외하고는 낮밤 구분이 없고, 주말도 없이 체력과 정신력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피곤 과 긴장 속에 살면서, 종종 투덜대는 것은 삶이 너무 지 치고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열심히 살기는 하는데 무엇 때문에 사는 건지, 이 렇게 계속 사는 게 맞는 건지, 허무감이 밀려오는 것 같 다. 이럴 때 나의 답은 하나다. 너무 일만 해서 그러니 딴 짓 좀 해라. 균형이 무너진, 삶의 구멍 새로 찾아오는 공허감 공허감은 텅 빈 느낌, 채워지지 않는 느낌으로 누 구나 가끔씩 느끼는 감정이다. 삶의 어떤 부분이 빠지거 나 부족함을 느낄 때, 공부나 일만 하느라 자신의 다른 욕구들이 억압될 때, 일상이 너무 단조로워 삶의 의미가 없는 것 같을 때, 열심히 애쓴 것이 헛수고가 되었을 때, 이별과 죽음 앞에서, 가까운 관계에서 정서적인 만족감 을 느끼지 못할 때, 그리고 답답하고 허전할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허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허무감은 불현듯 오기도, 슬며시 사라지기도 한다. 만성적인 공허감에 시달린다면 우울증과 같은 정신 적 문제와 연관되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여러 이유 로 자연스럽게 찾아오기도 사라지기도 하는 ‘부족한, 채 워지지 않는’ 느낌을 공허감으로 묶어 생각해보도록 하자. 삶은 어느 정도 바쁘고 책임져야 할 몫이 있을 때 건 강과 행복에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 이때 ‘어느 정도’가 중요하다. 나의 딸처럼 지나치게 바쁘면 자신을 내어주기 행복의 심리학 현장활용 실무지식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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