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三重) 위기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위기, 경제위 기, 식량위기가 그것이다. 예전부터 사람들은 서로 도우 며 살아가는 ‘지구촌 공동체’라는 말로 여러 나라와 민 족이 서로 연대와 협력으로 살아가는 조화로운 삶을 꿈 꿔왔지만, 현실은 이 꿈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조화로운 지구 촌 공동체’라는 말 자체가 허상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는 것을, 최근의 3중 위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제 곡물시장은 태생적으로 불안하다 근래에 접어들면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세는 다 소 누그러졌지만, 위기상황이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보 기는 어렵다. 달러화로 표시되는 국제 곡물가격은 시장 자체의 수급 상황과 함께 달러화가 약세냐 혹은 강세냐 의 변수에도 영향을 받는데, 현재는 달러화의 강세가 이 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자급률 20.2%, 식량자급률 45.8%(2020년 기 준)인 농산물 수입대국 한국의 입장에서 달러화 기준의 국제 곡물가격이 다소 내려가더라도 환율상승에 따른 부담을 져야 하므로 국내의 밥상 물가는 계속해서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기후나 분쟁 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은 별도로 하더 라도 국제 곡물시장은 안정적이지 않은 결정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도시국가 등을 제외하고는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지만, 각 나라에서 생산 된 농산물은 자국민의 수요를 충당하는 데 우선 사용한 후에 남는 것을 수출로 돌린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커피나 카카오와 같은 기호식품의 원 료가 되는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생산량 중에서 수출 또 는 수입하는 양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을 뿐만 아니라, 수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도 제한되어 있 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예전에는 선진국=공업국, 후진국=농업국이라는 등 식이 성립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후진국 중에서 많은 양 의 곡물을 수입하는 국가들이 많다. 호주의 곡물자급률 은 186%, 캐나다 177%, 프랑스 168%, 독일 150%, 미국 121% 등 OECD 평균 자급률은 100%를 기록하고 있다 (2017~19년 평균). 밀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5대 국가 중에 EU와 미국 의 이름이 올라 있으며, 옥수수와 사료 곡물 수출의 경우 에도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이번 식량 위 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두 나라는 선 진국은 아니지만, 밀 수출물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곡물 수출국이 소수의 국가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국지 적인 이상기후 현상이나 국지적인 분쟁에도 국제 곡물시 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요인들 이외에도 국제 곡물시장에 불안 요소를 더하는 것이 국제 곡물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세력이 소 수의 초국적 곡물 유통업체라는 사실이다. 곡물 메이저라 고도 일컬어지는 ADM, Bunge, Cargill, LDC 등 4대 업체 가 전체 물동량의 60% 이상을 지배하고 있다 보니, 투기 세력이 시장에서 발호하기 좋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의 식량위기 이전인 2007~08년에도 세계는 식량위기를 경험했는데, 당시 투기세력의 유입으로 곡 물가격이 배 가까이 추가 상승한 것으로 밝혀질 정도로, 투기세력이 수월하게 농간을 부릴 수 있는 곳이 국제 곡 물시장이기도 하다. 국제 곡물시장에 의존도 높은 한국, 자급률 급격히 하락 이처럼 불안한 국제 곡물시장에 우리가 필요로 하 법으로 본 세상 17 변화를 넘어 미래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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