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지없이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정부의 ‘만 나이 통일법’이 오는 6월부터 시행되 어 한 살씩 어려진다고는 하지만, 사회적인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 시간적으 로 한 살씩 더 노화한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에 65세 이상 인구수가 900만 명을 초과하여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으며,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수가 전체인구의 20.6%가 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3년 후에는 인구 10명 중 2명이 65세 이상의 고령자라는 것인데, 이렇게 고령자 가 많은 사회에서 고령자와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얼마 전 TV에서 「내일은 미스트롯」이라는 가요 프로그램을 보다가 한 출연자가 부른 「나이가 든다는 게 화가 나」라는 노래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늙어간다는 것 이 창피한 것도 아닌데, 고독을 달래주던 친구도, 곁의 사랑도 하나둘 떠나가고 외 로움과 아쉬움에 마음이 서글퍼져 나이 드는 것이 화가 난다는 내용이다. 새해 한 살을 더 먹어 한 해 더 고령이 된 필자로서는, 노래의 가사처럼 늙어간다 는 것이 창피한 것도 아니건만, 왜 나이 든다는 것에 화가 나야 하는지 의문이 들 었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경로우대 사상이 강했던 우리나라도 이제는 무조건적인 공 경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나이가 든 만큼 연륜과 경험에서 존경하고 배울 점이 있어야 그에 걸맞은 공경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인데, 지당한 논리라 별다른 토 를 달 이유는 없다. 공자는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어 서른 살에 자립하였으며, 마흔 살에는 세 상일에 미혹되지 않았고, 쉰 살에는 천명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며, 예순 살이 되어 서는 귀가 뚫려 한 번 들으면 곧 그 이치를 알았고, 일흔 살에는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하면서, 돌이켜 보면 나이가 들수록 그만큼 성숙한 삶을 살 수 있었다고 하였다. 이러한 공자의 뜻을 따라 15세는 지학(志學), 30세는 이립(而立), 40세는 불혹(不 惑), 50세는 지천명(知天命), 60세는 이순(耳順), 70세는 고희(古稀) 혹은 종심(從 心)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어가는 때마다 깨우쳐야 하는 사람의 도리를 알고,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다면, 나이가 든다는 것이 창피한 일도, 반드시 화가 날 일도 아닐 것이다. 칼 윌슨 베이커의 「아름답게 나이 들게 하소서」라는 시를 소개한다. “수많은 멋진 것들이 그러하듯이 / 레이스와 상아와 황금, 그리고 비단도 / 꼭 새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 오래된 나무에 치유력이 있고 / 오래된 거리에 영화가 깃들듯 / 저도 나이 들수록 더욱 아름다워지게 하소서.” 편집위원회 Letter 나이 들수록 아름답게 하소서 김병학 ● 본지 편집주간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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