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법무사 3월호

2023. 03 vol.669 내가 평생 매달렸던 많은 것들 가운데는 세월이 흐르고 나서 보면 덧없는 것들이 많다. 높은 지위와 권력, 사회적 명예, 그리고 돈에 이르기까지 그때는 그렇게도 중요하다고 믿었던 많은 것들이 시간 속에서 변색되거나 탈색된다. 하지만 가족은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내 곁에 남는다. 내가 병들고 죽을 때, 마지막까지 내 곁에 있을 사람은 가족이 아니던가. 시간에 무엇보다 힘이 되었던 것은 나를 살리려고 애쓰던 가족들의 그런 사랑이었다. 내가 병마를 견뎌내고 다시 일 어선다는 것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나를 살리 려고 고생하던 가족들에 대한 보답이기도 했다.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에는 눈 덮인 안데스산맥 에 불시착하여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가 구조된 비행기 조 종사 기요메의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살아 있다고 믿는다면, 아내는 내가 걷고 있 으리라 생각하겠지. 동료들도 내가 걷고 있으리라 믿을 거 야. 그들 모두 날 믿고 있어. 만일 내가 걷지 않는다면, 난 개 같은 놈이 되는 거야.” 그래서 기요메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기 위해 악착같이 계속 걸었다. 자신을 믿고 기다리 는 사람들을 위해서였다. 기요메의 마음이 내 마음이었다. “있을 때 잘해”, 그냥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 병실 생활을 하면서 주위를 살펴보니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재활병원에 있었을 때, 아픈 남편을 헌신적으로 병마를 이겨낸 힘, 가족의 사랑 4년 전 제법 긴 투병 생활에 들어 갔다. 갑작스럽게 뇌종양 진단을 받고는 서둘러 수술을 했다. 위험했던 수술은 잘 되었지만 극심한 후유증들로 인해 8 개월 동안 병원에서 투병과 재활의 시 간을 가져야 했다. 그때 새롭게 깨달은 것이 가족의 소중함이었다. 아프기 이전이라도 가족 중한 줄 어디 몰랐을까. 하지만 자신이 혼자서 는 버텨내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 처했 을 때 이 세상에는 가족만 한 원군이 없음을 몸으로 알게 되었다. 이것은 인 생관까지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아내와 딸들은 나를 살리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었다. 어떻 게든 살려내서 다시 일어서게 만들겠다 고 작심한 아내는 매일같이 병원을 오 가며, 만신창이가 되었던 내 몸이 아주 천천히 회복되는 과정을 함께 해주었 다. 오랜 투병 생활에 내가 지치기라도 할까 봐 멘탈 관리까지 도와주었다. 세 상에서 가장 서러운 것이 아플 때 옆에 서 챙겨줄 사람이 없는 상황이라는 생 각이 들었다. 육체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던 그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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