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3 vol.669 방탕한 생활 끝에 결국 돌아온 곳은 가족의 품 가족은 계속 성장하며 변화하는 공동체다. 부모도 자 식도, 다들 가족 공동체 내에서 자신의 역할이 처음일 수밖 에 없기에 처음에는 다들 서투르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과 방식들도 저마다 다르다. 그러니 가족이 함께 산다는 것은 서로에게 적응하고 맞추는 노력을 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어느 정도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나면 이전까지 불편 했던 것들이 편해지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기도 하고, 서로 간에 이견이나 갈등이 생겨도 그것을 원만하게 풀어 가는 지혜가 생겨나게 된다. 그때까지가 조금은 힘든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 가족 간의 믿음이 쌓이고 나면 그 뒤로는 그냥 물 흐르듯이 자연 스럽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렘브란트의 그림 「돌아온 탕자」는 가족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아버지는 방탕한 생활 끝에 돌아온 아들 을 두 손으로 꼬옥 품어주고 있다. 아버지는 무릎 꿇고 참 회하는 아들을 품어주며 사랑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는 딸에게는 그런 부모의 모습이 내심 부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에르노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렇 게 읽어내고 있었다. “어쩌면 그의 가장 커다란 자부 심 아니 심지어 그의 존재 이유는 자 신을 멸시하는 세상에 내가 속해 있 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느꼈던 그런 거 리감은 정작 그분들이 세상을 떠나가자 부모의 삶을 온전히 복원시키기 위한 글쓰기를 낳는다. 생전의 아버지에게서 먼 거리를 확인하곤 했던 에르노에게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그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면서도 부끄러웠고 불편했고 때로 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결국은 기억하고 화해할 수밖에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 우리에게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살면서 특히 피해야 할 것은, 어느 한쪽을 외롭게 만드는 일이다. 부부 사이에는 뒤끝이 많다. 살면서 억울했던 것, 서운했던 것이 새록새록 기억나는 것이 장년 이후의 특징이다. 쓸쓸한 황혼을 맞지 않으려면 인생의 소소한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공유하는 노력을 젊었을 때부터 꼭 해야 한다. 후회할 때는 이미 늦었고, 그때는 내 힘이 지금 같지 않을 것이다. 아니 에르노의 「한 여자」 ┃ 법으로 본 세상 그럼에도 행복하고 싶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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