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못한 것에 개인적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③~⑤의 심리적 과정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소유할 자격이 있고, 소유할 수 있었 으며, 자신은 그걸 갖지 못한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벼락 거지’라 부르는 사람들의 마음의 과정이 바로 상대적 박탈감이다. ‘벼락거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인들이 상대 적 박탈감에 민감하다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이러한 심리 과정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뜻일 터이다. 심리학에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개념이 연구되어 있을 정도면 다른 나라 사람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많이 경험하지 않을까 싶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영국에는 전통적 신분계층이 여전히 존재하고 특정 계층만 출입할 수 있는 클럽이 있지만, 이 계층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클럽에 들 어가지 못한다는 것에 별다른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는 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도 고위직 관료나 사회 지 도층이 되기 위해서는 특정 교육기관을 졸업해야 하 며,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르 지만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상대적 박탈감 강화하는, 한국인의 평등주의 만약 한국에서 의사나 변호사 같은 특정 직업군 만 출입이 가능한 장소가 생기거나 몇 급 이상의 고위 직 공무원은 특정 대학 출신만 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물론 돈이 많아야 갈 수 있는 곳들이 있고, ‘벼락거지’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대적 박탈감’에 민감한 한국인.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 등의 나라에서는 특별한 신분과 기득권을 가진 상류층이 존재하지만,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드물다. 만약 한국에서 그런 제도가 생겼다가는 당장 반대 여론이 들끓고,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가 빗발칠 것이다. 분명 한국인들의 마음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벼락거지”.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작년에 나온 신조어다. 벼락거지는 벼락부자의 반대말 로 벼락치듯 하루아침에 거지가 되었다는 얘긴데, 그 내용을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벼락부자는 실제로 재산이 증가하여 부자가 된 것이지만, 벼락거지는 실제 로 재산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벼락부자가 된 다른 사 람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거지가 되었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내 재산은 그대로인데 남과 비교했다는 이유로 자 신의 처지를 순식간에 거지로 몰아가다니 대단히 놀라 운 발상의 전환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이 현대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인가. 아니, 배가 아픈 정도가 아니다. 하루 아침에 거지 라니. ‘상대적 박탈감’에 이르는 심리적 과정 자신의 상태와는 별개로 타인과의 비교를 통해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심리학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상대적 박탈감 이론 은 지각된 불공정의 맥락을 분석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박탈감에는 의식주 등 객관적인 기준에서의 결핍 을 의미하는 ‘객관적 박탈감’과 특정 개인 또는 집단과 비교함으로써 경험되는 ‘주관적 박탈’이 있는데, 상대 적 박탈감은 주관적 박탈감에 속한다. 상대적 박탈감의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내가 원 하던 대상 X를, ② 자기 이외의 누군가가 소유하고 있으 며, ③ 자신이 X를 소유할 자격이 있었음을 느끼고, ④ 자신이 X를 소유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⑤ X를 소유 ┃ 슬기로운 문화생활 한국인은 왜 73 2023. 03 vol.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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