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5월호

그런데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합니 다. 불안해진 투자자들이 대량으로 투자원금을 회수하겠다 고 나섰거든요. 문제는 메이도프가 이미 그 돈을 다 써버려 잔고가 3억 달러에 불과했다는 사실입니다. 190억 달러를 투자 받아 단 한 푼도 실제 투자에는 사용 하지 않았는데, 무려 187억 달러(물론 그중 상당수는 초기 가 입자로 해마다 그가 확정해준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느라 쓴 돈입니다)나 쓴 것입니다. 당시 메이도프의 큰아들은 뉴욕의 유명한 변호사였습니 다. 그의 장인은 사위에게 조언합니다. 자네가 감방 가는 걸 원치 않으니 아버지를 고발하라고. 결국 아들은 아버지를 고 발하죠. 메이도프의 이름이 월 스트리트에서 금융위기의 희 생양을 찾고 있던 미국 언론에 공개되자 분노한 민심은 그를 악마로 묘사했고, 그때부터 메이도프는 ‘월 스트리트의 괴물’ 로 불리게 됩니다. 그는 재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50년 형을 선고받고 2021년 감옥에서 사망했습니다. 두 아들 중 아버지를 고발했 던 큰 아들은 자살로, 둘째아들은 혈액암이 재발해 이미 생 을 마감한 상태였죠. 화장된 메이도프의 시신을 인수할 가족 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직도 그의 시신은 미국 정부가 보관 중입니다. 과연 메이도프만의 잘못일까? 그의 공범들 다큐는 메이도프 사기사건이 스스로 일으킨 범죄이고 그가 모든 책임을 졌지만, 사실은 중대한 공모자들이 있다고 고발합니다. 먼저 그의 오른팔이었던 프랭크 디파스칼리가 공범으로 지적됩니다. 그는 검찰에 적극 협조해 형을 면제 받 지만 암으로 사망합니다. 죗값을 치른 셈이죠. 그리고 두 번째 공범으로 메이도프가 공들였던 4명의 거물 투자자들, 바로 월 스트리트 4인방인 피카워, 레비, 체이 스, 샤피로를 지목합니다. 이들은 수백 프로의 수익률을 갈취 하며(말하자면 다단계의 다이아몬드 계급과 같은 사람들), 메 이도프의 사기 행각에 명성을 더해줬습니다. 결국 공범들은 파산한 메이도프 회사의 자산관리인 변호 사에게 번 돈을 모두 토해냈습니다. 이런 식으로 140억 달러 를 환수한 변호사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고, 자신은 수수 료로 10억 달러를 가져갑니다. 역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죠. 한편, 다큐에서는 메이도프가 투자금을 모아두었던 미 국 최고의 은행 ‘JP 모건 체이스’와 금융거래위원회(SEC)도 함 께 고발합니다. JP 모건은 아무 거래도 하지 않고 그 많은 돈 을 은행에 맡기기만 하는 메이도프를 수수방관했죠. 아무 책 임도 지지 않았고, 그저 사과문 발표만으로 끝을 냈습니다. SEC도 금융기관을 감독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메이도프 사기사건은 월 스트리트의 탐욕이 만 든 인재(人災)입니다. 그래서 언제든 제2의 메이도프가 나올 수 있습니다. 메이도프가 금융계의 시리얼 킬러였음은 분명 하지만, 그의 옆에서 수많은 이들이 무능, 무책임, 방조로 일 관하지 않았다면 ‘괴물 메이도프’는 탄생할 수 없었다는 것이 다큐의 결론입니다. 비트코인 투자자나 선물옵션 투자를 간접 대행해 준다 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면, 바로 이들이 제2의 메이도프가 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합니다. 주식이든 비트코인이든 어떤 투자에서도 ‘리스크 프리’란 존재할 수 없음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합니다. WRITER 신진상 재테크 전문 저술가 · 자산 관리사 · 입시 컨설턴트 메이도프는 고객들에게 거짓말로 보여줄 매달의 수익률을 만들어냈습니다. 얼마나 교묘했던지 그의 아들들과 아내까지도 그 사실을 몰랐지만, 이상하게 생각한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금융수학자 ‘해리 마코폴리스’였죠. 그는 지인의 투자 내역을 꼼꼼히 분석해 메이도프가 “완벽한 사기”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19 2024. 05. May Vol.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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