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5월호

살아서 돌아오는 경우에는 봉토를 반환해 줄 것을 청하 였다. 그러나 봉토를 이전받은 자들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아 소송을 해도 증여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 국왕에 청원을 했고, 결국 국왕의 결정에 따라 토지를 이전받은 친구나 친지는 참전자 및 그 부인이나 딸을 신탁수익자 로 하여 이전받은 재산을 보유토록 하였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영국 신탁제도의 원형으로 불 리는 ‘유스(Use) 제도’다. 재산, 특히 부동산의 신탁적 양 도로서 신탁수익자에 대한 형평법에 따른 보호체계 확 립을 통해 발전한 제도라 하겠다. ‘유스(Use)’는 법형식상 으로는 재산권의 신탁적 양도 내지 조건부 양도다. 즉, 위탁자가 수탁자에 대하여 신탁수익자를 위한 재산관리 를 한다는 조건을 붙인 재산양도의 형태다. 이러한 영미식 신탁제도는 프랑스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에도 전파되었으나, 대륙법계 학자들은 대륙법계 국가가 신탁제도를 수입하는 것은 불가능한 작업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는 1931년, 「조 선민사령」에 의해 일본의 신탁법을 우리 신탁제도에 적 용하였다. 나. 영미 신탁제도의 이원적 소유권 신탁에서의 재산권이전은 법적인 소유권은 수탁자 에게, 형평법상의 소유권은 수익자에게 간다는 점에서, 보통법상의 소유권(legal title)과 형평법상의 소유권 (equitable ownership)의 이원화를 그 기초법리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소유권의 이원적 구조는 대륙법계 의 분리·고립·배타적인 사고방식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영미법의 특색이며, 대륙법의 소위 일물일권주의에서 본 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영미 신탁에서는 수탁자가 보통법상 소 유권을 소유하되 수익자는 형평법상 소유권이라는 대물 적 권리를 소유하는 식으로 소유권이 분화되었는데, 형 평법상 소유권이란 신탁재산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했다. 이러한 독특한 법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소유권을 불가분인 것으로 본 대륙법계의 원칙 (Unteilbarkeit)과 달리 영미법계는 명확한 물권 개념이 없고, 재산권에 대해 유연하게 파악하기 때문이다. 영미의 이원적 분할소유권체계는 현대 대륙법계 물 권법의 도그마(dogma)라고 할 수 있는 물권법정주의에 의한 단일소유권제도와 생래적으로 조화될 수 없는 이 질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다. 영미법계에서는 원칙적으 로 물권법정주의를 채택하지 않는다. 다. 대륙법계 「민법」에서의 단일소유권 로마법에서 소유권은 객체를 배타적으로 지배하는 권리이므로, 동일물에 여러 개의 소유권이 병존할 수 없 다는 단일소유권제도를 원칙으로 하고, 처분권능과 이 용권능이 다른 사람에게 귀속되는 경우에도 소유권은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한 반면, 게르만법에서는 소유권 의 중요한 내용은 목적물의 사용·수익에 있었고, 제한물 권과의 개념분화를 알지 못했다. 봉건적 소유권은 자유로운 이용권을 가진 영주의 상급소유권과 영주에게 소작료 기타 부조를 지급해야 하는 농민의 하급소유권으로 나누어진다. 게르만법의 이러한 분할소유권개념은 중세봉건제에서 왕토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최고봉주(最高封主)인 국왕이 국토의 상 급소유자이고, 백성은 하급소유권자인 용익권자라는 기 본관념에 근거하고 있다. 이후 독일에서는 농민해방을 거치며 분할소유권제 도가 해체되고, 로마법적인 단일소유권제도가 도입되었 다. 즉, 로마법적인 개인주의적이고 자유로운 소유권이 법적으로 규정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프랑스는 프랑스혁명의 개인주의·자유주의사 상에서 자연법이 구성한 소유권 관념을 더욱 극단화하 여 소유권을 신성불가침의 절대적 권리(절대적 무제한 1 본 글은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 중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으로, 지면 상 부득이 각주는 생략하였다. 33 2024. 05. May Vol.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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