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5월호

2023년 교육부가 초·중·고생 23,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장래희망 조사를 살펴보면, 요즘 아이들이 선호하 는 직업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크리 에이터, 운동선수, 시각디자이너, 뷰티디자이너, 가수, 배우, 웹툰작가 등 현재의 산업과 문화의 시대상을 잘 알 수 있 는 직업들이 선호 순위에 올라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웹툰작가는 과거 종이책으로만 보 던 ‘만화’가 인터넷 시대의 ‘웹툰’으로 진화하면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거대한 K-문화산업으로 성장한 웹툰 시장에서 ‘기안84’와 같이 성공한 만화가들은 경제력이나 인기의 측면에서 스타급 예능인으로 대접받는 시대다. 아이들이 웹툰작가를 장래희망으로 꿈꿀 수밖에 없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일까. 어린 시절 한때는 만화가를 꿈꾸었으나, 지금은 만화가 아닌 신청서 류와 씨름하는 법무사가 되어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 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바로 서울 구로구에서 ‘작은거인 법무사 사 무소’를 운영 중인 여봉구 법무사(40·서울남부회). 그는 오 늘도 구로구 제일의 법무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살고 있지 만, 가슴 깊은 곳에서 여전히 어린 시절 만화가의 꿈을 간 직하고 있다. 고교 시절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만화가의 꿈 을 키웠지만, 부모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쳐 법대에 진 학했고, 만화와도 법과도 상관없이 살아가다 2017년 제 23회 법무사시험에 합격해 어느새 7년차 법무사로 살고 있다. 날개 꺾인 만화가의 꿈, 법대 졸업 후 법무사시험 도전 “법대를 졸업하고 한동안 쇼핑몰 사업을 했어요. 생각 처럼 잘 되지 않아서 폐업하고 법무법인 사무원으로 근무 했죠. 법무법인에서 여러 법무사님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매력 있는 직업이더라고요. 어느 날 법무사 수험생이던 한 선배와 술을 마시다가 그런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제 손을 끌고는 법학원으로 데 려가더니 곧바로 등록을 시킨 거예요. 그래서 시험공부를 하게 되었죠.” 예술에 재능이 있던 사람이 어쩌면 정반대의 자질을 요구하는 법무사 수험생활을 시작했는데, 내심 적성에 맞 았을까 싶어 수험생활이 괜찮더냐고 물었더니 그는 고개 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 너무 어려웠습니다. 나름대로는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으로 배수진을 치고 열심히 공부했지만, 시험 자체 가 정말 너무 어려웠어요. 2차 시험 후 학원에서 논점이 빗 나가 합격이 어려울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는 깨끗이 포기 하고 법무사 사무소에 취업했는데, 놀랍게도 몇 개월 지나 합격자 발표에 내 이름이 있더라고요.” 법무사가 된 스토리가 약간 만화 같다고 생각한 건 선 입견 탓일까. 그러고 보니 그의 생김새도 어쩐지 만화 속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리부리한 눈매와 선한 인상, 여리여리하게 들리지만 사실은 또박또박한 말투, 전체적으 로 작달막하고 동글동글한 외모가 누구에게나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의 사무소 이름은 “작은 거인”인데, 사실 이 이름도 “언젠가는 법무사 성장기를 웹툰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53 2024. 05. May Vol.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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