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5월호

측과 그렇지 않은 측이 원·피고로 만났을 경우 편견을 갖게 된다. 빈곤 등 여러 가지 사유로 소송상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측이 결정적인 증거를 제출해도 패소판 결을 받게 된다. 판결 이유가 기재되지 않으니 진 이유 도 모른다. 승소한 측은 황당하고, 패소한 측은 억울해 견딜 수 없게 된다. 민사소송에서 소액사건을 별도로 취급하는 외국 에서도 판결서에 이유 기재 자체를 생략한다기보다는 간략하게 작성할 수 있다고 하여 ‘생략’할 수 있다는 우 리 「소액사건심판법」과는 전혀 다른 규정을 두고 있다. ‘소송물 가액 3,000만 원 이하’로 상향된 2019년 도에 접수된 1심 민사본안사건 94만 9,603건 중 소액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1.8%에 달하는 68만 1,576건에 이른다.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도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이창용 한국은 행 총재도 우리나라가 경기후퇴 수준이 아니라 경기침 체 국면에 들어섰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소액사건이 적용되는 사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처럼 판결 이유를 기재 하지 않는다면 3천만 원이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 는 빈곤계층의 억울함은 해소될 길이 막막해질 것이다. 소액사건에도 판결 이유 게재, 작지만 사법신뢰 쌓는 길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이다. 상가임대차계약이 해 지됐으나 임대인이 4개월 치의 월차임을 공제하고 보 증금을 반환했다. 과거 임차인의 의뢰를 받은 필자는, 임대인이 미납을 주장하는 해당 월의 월차임 입금내역 을 증거로 법원에 제출했으나 결과는 이유를 붙이지 않은 패소 판결. 격분한 이는 의뢰인뿐만이 아니다. 필 자도 격분한 것은 물론이다. 바로 항소장 제출. 결국 항 소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제3항에도 불구하고 판결 이유를 간단하게라도 붙이는 판사가 있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이 경우는 패소하더라도 쉽게 수긍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소액사건이라도 판결 이유를 붙 이는 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통과될지는 불확실하 다. 과거에도 수차례 동일한 법안이 제출됐지만 입법화 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만약 판결에 이유를 붙여야 한다고 강제하면 판 사들도 이유를 작성하기 위해 원·피고의 준비서면 등 을 살펴보아야 한다. 명백히 증거를 제출했음에도 불 구하고 그 증거를 보지도 않고 이유를 생략한 패소 판 결을 하는 판사를 보노라면, 과연 두 눈이 있는 판사인 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그와 같은 터무니없는 판결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리만 벨라그는 그의 저서 『새천년을 위한 금융시 스템』에서 “돈은 빚”이라고 갈파한 바 있다. 오늘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돈도 누군가의 빚이고, 인간세계는 서로가 연계되어 있어 나의 기쁨은 다른 누군가가 불 행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인식에 이르게 되면, 정의조차 도 불성실한 판사의 순간적인 안락에 의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에 수긍이 간다. 흔히 사법부는 ‘정의의 최후의 보루’라고 한다. 사 법부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 정의의 수호자가 되기를 국민 된 처지에서 바라고 또 바란다. WRITER 주영진 법무사(인천회) 75 2024. 05. May Vol. 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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