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5월호

나는 길고양이 일가를 일곱 달간 만났다. 그 시간만큼은 더없이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들 은 고양이를 낯설어 했다. 적대적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들 은 내가 새끼 일곱 마리를 부양한다고 고백할 때면 나를 걱 정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고양이와 공동체를 이루어 보려는 내 시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고양이에 대 한 경계심은 고양이의 본성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이다. 길고양이 일가가 머무는 동안 나는 집에 들어오면 그것 들에 매였다. 여가 활동에 쓸 시간을 긁어모아 그것들에 집중 했다.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지쳐 피로가 쌓인다. 하 지만 고양이를 보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진다. 고양이의 실체 를 조금씩 알게 되면서 그동안 유지해온 인간으로서 권위는 서서히 파괴되었다. 도시에 대한 내 믿음이 흔들리고 내 영혼이 황량해질 무 렵, 길고양이가 내 앞에 나타났다. 나는 가급적 도시로 향하 는 시선을 고양이에게로 향했고, 가족의 질투를 유발하기까 지 했다. 도시와의 거리를 벌리는 만큼 고양이와 거리가 좁혀 지는 걸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도시에서 보낸 시간의 대부분이 허세라는 걸 고양 이를 만나며 알게 되었다. 나는 도시가 괄시하더라도 여간해 서 기가 죽지 않는다. 나한테는 이제 자연의 원형인 고양이가 있어서다. 수상 길고양이와 보낸 한철 내가 만나 본 고양이는 소리에 매우 민감했다. 선의의 소리에도 경계를 하며 은신을 시도했다. 순식간 에 구멍 속으로 숨어 들어갔다. 고양이는 민첩했다. 순간적으 로 반응하고 순간적으로 행동했다. 반응과 행동이 동시에 이 루어졌다. 사람인 내가 이해하려고 할 때 벌써 고양이는 행동으로 옮긴 뒤다. 고양이는 동굴 같은 공간이나 구멍을 선호했다. 새끼들 행동은 내가 예상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뛰어 넘었다. 육상을 달리는 것 말고 더 뻗어나갈 수 없는 나는 평면 적인 사고에 고착되어 있다. 평지에서 허공으로 확장된 고양 이는 나무를 자유롭게 오르내리고 경계와 경계 사이를 넘나 든다. 공감각적으로 궁리하고 입체적으로 행동하는 거다. 고양이는 모든 걸 놀이로 파악했다. 내가 꽃밭에 물을 주면, 내가 물을 가지고 논다고 여겼다. 내가 삽질을 하면, 내 가 삽하고 논다고 여겼다. 내가 돌을 나르면, 돌하고 논다고 여겼다. 내가 빗자루로 마당을 쓸면, 빗자루를 가지고 논다고 여겼다. 슬기로운 문화생활 76 문화路, 쉼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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