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6월호

“간단히 말해서 당신의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작은 벌레에서 진화해 아주아주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는 것이다. (…) 우리 뇌는 생각하고 느끼고 상상하며 수백 가지 경험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 모든 정신적 활동은 신체예산을 잘 관리해서 당신을 살아있게 한다는 뇌의 핵심 임무가 낳은 결과물이다.”(31-32쪽) 흔히 뇌의 중요한 임무를 ‘생각’하는 것이라고 착각 할 수 있는 오류를 지적한다. 우리의 뇌가 하는 가장 중 요한 일은 생각 말고도 더 많은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복잡해진 신체를 운영”하고 “신체예산을 잘 관리”(32쪽) 하는 것이다. 여기서 ‘신체예산’이란 과학적으로 ‘알로스타시스 (allostasis)’를 의미하는데, 이는 “몸에서 뭔가 필요할 때 충족시킬 수 있도록 자동으로 예측하고 대비”(27쪽)하는 것을 뜻한다. 기억에서 환각까지, 황홀감에서 수치심에 이르기까 지 우리의 뇌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해 몸의 신진대사 예산에서 자원을 넣거나 빼낸다. 살아가는 모 든 순간에 뇌가 쉼 없이 신체를 운영하고 예측하며 생존 하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뇌는 네트워크, 1,280억 개 신경세포의 유연한 연결 “당신의 뇌는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 (…) 인터 넷은 디바이스들을 연결한 네트워크다. 개미집은 터널로 연결된 지하 공간들의 네트워크다. 소셜네트워크는 연결된 사람들의 모임이다. 뇌로 말하 자면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 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다.”(59-60쪽) 뇌에 관한 고민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왔다. 아리 스토텔레스는 뇌가 ‘심장을 위한 냉각실’이라고 믿었고, 뇌를 ‘자동차 라디에이터’ 같은 것으로 여겼다. 저자는 뇌에 대한 과거의 믿음에서 나아가 인간의 뇌가 “하나의 신경망, 곧 네트워크다”(59쪽)라고 전한다.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 조로 연결된 네트워크”(60쪽)라는 것이다. 저자는 간단하게 설명하기 위해 1,280억 개의 개 별 신경세포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으며, 이러한 배치 전체를 뇌의 ‘배선wiring’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들어 진 뇌 네트워크는 항상 켜져 있는 상태로 배선을 통해 서로 끊임없이 수다를 떨며 의사소통한다. 눈에 보이지 않아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던 뇌 네트워크가 머릿속에 윤곽을 그리며 ‘나’라는 존재가 보 다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뇌과학, 심리학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 학술검색에 등장하는 저자의 수백 개 문 헌 목록에서 제목으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정 서’다. 논문의 주된 제목이 ‘정서’인 것처럼 저자는 『이토 록 뜻밖의 뇌과학』에서도 “인간의 마음, 또는 인간의 뇌 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지”(240쪽)를 간결하 고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 우리의 두 귀 사이에 있는 3파운드(1.36kg) 덩어리 가 하는 일은 무엇인지부터, 나아가 뇌가 만들어 낸 사회 적 현실 세계에 대한 책임까지 사고를 확장해 나간다. 아울러 이 책은 뇌에 관한 유익한 강의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해 뇌과학자에게 직접 듣는 듯한 느낌으로 읽히는 점이 장점이다. 단순히 뇌 과학의 지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중추인 뇌를 흥미롭게 알아가고 ‘나’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돕 는다. WRITER 김민숙 인문학 작가 77 2024. 06. June Vol.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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