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7월호

있다. 그런 경우는 사건 자체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그 간 진행했던 여러 사건을 떠올리며 부족한 부분을 메워 가기도 하고, 가끔은 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 보정명령서의 선례가 알려준 해법, ‘본(本)’ 창설 필자는 호주제가 폐지된 이후 법무사가 되었기에 호적 관련 사건은 생소한 편이다. 일단 “취적”이라는 개 념 자체가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경험이 없는 사건이라도 일단 맡으면 불도저 형으로 밀고 들어가 보 는 성격이다. 이번에도 “가족관계등록부에 기재되어야 할 사항인 ‘본관’ 기재가 누락되었으니 이를 기록해 달 라”는 취지로 등록부 정정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등록부정정은 등록기준지가 관할이 된다. 의뢰인의 등록기준지가 ‘오산’이었기에 2023.2.7. 수원가정법원에 사건을 접수했다. 그리고 1주일 만에 보정명령이 내려졌 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보정명령서에는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아래와 같은 호적선례가 첨부되어 있었다. 【호적선례 제3-138호】 법원으로부터 취적허가를 받아 취적한 호적에 그 본이 미상으로 기재되어 있는 자가 그의 본을 알 게 된 때에는 그 본을 증명하는 서면을 첨부한 추 완신고에 의하여, 본을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가사 비송절차에 의하여 관할법원으로부터 본 창설허 가를 받아 이를 근거 자료로 첨부한 추완신고에 의하여 당해 호적부 본란에 정당한 본을 기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송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여산”으 로 본관을 기재해 달라고 한 등록부 정정신청을 했지만, 위 선례에 따르면 “여산”이 본관이라는 것을 소명할 수 있는 서류(가령 족보 같은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거나, 만약 소명 자료가 없으면 “본 창설”이라는 과정을 거쳐 건 아니고, 내가 왜 어머니를 모르겠어?”라며 당시의 사 연을 들려주었다. “나도 정확한 사정은 몰라요. 나를 낳아준 아버지 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아 내려왔다가 어머니를 만난 거라대. 어머니는 아버지가 미혼인 줄 알았대. 내가 태어났는데도 그 양반이 혼인신고도 미루고, 내 출생신 고도 미루고 하니까 어머니가 닦달을 한 거야. 출생신고 가 안 돼 내가 10살이 넘도록 학교를 못 가고 있었거든. 사실은 아버지가 서울에 본처와 자식이 있었던 거 야. 어쩌겠어, 나를 아버지 호적에 올리면 본처가 내 어 머니로 올라갈 거고, 어머니를 내 어머니로 하려면 미혼 모 자식의 호적이 되는 거고. 어머니는 절대 미혼모 자식 이나 어머니 성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싶지는 않으셨대. 그때는 결혼 안 한 여자가 애를 낳으면 화냥년 취급 을 받는 시절이잖아. 어머니도 어머니지만, 내가 차별당 하며 살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신 거지. 그래서 어머니 가 송씨 자식이니 송씨로 호적을 파야 한다고 주장해서 아버지가 어찌어찌 송씨로 내 호적을 만들어 줬다더군. 뭐 그 호적으로 학교도 가고 주민번호도 나오고 해서 그냥저냥 만족하고 살았어. 아버지는 호적 만들어준 후로 는 연락을 끊었대. 그래서 난 계속 어머니랑만 살았지.” 이처럼 복잡한 가정사가 있는 사건을 진행하다 보 면, 의외로 의뢰인에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부족할 때가 송 할아버지의 생부는 “송”씨 성은 주되, 자기가 누구인지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아 자신의 친아들을 고아로 둔갑시켜 ‘취적’ 호적을 만들어 준 것이다. 당시 고아 호적을 만들어주는 브로커를 통해 호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브로커는 전쟁 때 부모를 모두 잃은 고아라며, 인우보증인을 세워 법원의 취적허가를 받아낸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 20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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