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법무사 8월호

ISSN 2233-4688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2024. 08 vol. 686

발행인 이강천 편집인 배종국 편집위원 강신기, 김여원, 김정준, 김지안, 김천규, 박윤숙, 박재승, 박찬계, 백철호, 서영준, 이경록, 장태헌, 전재우, 한응도 편집장 임정와 편집간사 김승준 발행처 대한법무사협회 발행일 2024년 8월 5일 통권 제686호 디자인·인쇄 주식회사 더블루랩 일러스트 조옥경 정기간행물 등록 1965년 5월 7일 강남, 라 00102호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651 (논현동, 법무사회관) 전화 02)511-1906~9 팩스 02)546-4362 이메일 <편집부> kabl@hanmail.net 홈페이지 www.kabl.kr 비매품 ※ 본지에 게재된 글들은 대한법무사협회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08월 법무사 명패 법무사의 정체성과 신뢰를 상징하는 명패. 전문직의 자존심이 걸린 법무사의 애장품. 법 무 사 와 애 장 품

14 열혈 법무사의 민생사건부 _ 사망신고 되지 않은 부재자의 실종선고심판청구 사건 (2023. 서울가정법원) 20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_ 미 국 정부 고소한 청소년들의 반란, 다큐멘터리 「청소년 V 정부 기후 정의를 말하다」 26 주목 이 법률 _ 「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의 제정과 피의자 신상공개 강제의 문제 30 법률고민 상담소 _ 민 사소송, 신탁등기, 지방세 분야 34 새로 시행되는 법령 _ 「 관광진흥개발기금법 시행령」 일부개정(2024.7.1. 시행) 등 36 요즘 화제의 판결 _ 【 대법원 2024도922】 부동의 낙태 및 협박죄 등 91 내가 만난 법무사 _ 윤평식 법무사(부산회) 08 특별기획 / 인터뷰 _ 이 강천 대한법무사협회 제23대 신임 협회장 38 이슈와 쟁점 _ 이사의 주주충실의무 규정한 「상법」 개정 논의의 배경과 쟁점 _ ‘일하며 생계유지 하는 사람’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의 필요성과 입법과제 48 발언과 제언 _ 주 택임대차 2법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에 대한 제언 52 법무사가 사는 법 _ 재 소자 대상으로 재정관리 강의하는, 오종규 법무사 Contents 월간 법무사 생활법률전문가 127년 법으로 본 세상 법무사 시시각각 08

56 나의 사건 수임기 _ 의 뢰인에게 최적의 법적 대응책을 제시한, 3가지 사례 62 맞춤형 최신 대법원 판례요약 _ 2 024.5.9.선고 2023다290492 판결 등 66 오뚝이 멘탈 관리법 _ 내 면의 비판자 관리 – 내면의 비판 자 친구로 만들기 06 미경유람 _ 경주 월정교의 해바라기 70 율사삼인지언문 _ 법 무사의 시네리뷰 ③ - 「바더 마인호프」 & 「돌입하라! 아사 마 산장사건」 72 문화路, 쉼표 _ (수상) 백내장 수술 이야기 _ (시) 여명 74 명문장으로 읽는 책 한 권 _ “ 삶은 악보가 아니라 연주다” -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 인가』 76 음악이 들리는 그림이야기 _ 앙 리 루소, 「꿈」 & 멘델스존, 「한여름 밤의 꿈 서곡」 op. 21 78 협회는 지금 _ 협회 · 지방회 · 법무사 동정 85 법무사 신규등록 · 등록공고 현장활용 실무지식 슬기로운 문화생활 동정·등록 76 52 05 2024. 08. August Vol. 686

06 미경유람 슬기로운 문화생활

美 景 遊 覽 08 경 주 월 정 교 의 해 바 라 기 07 2024. 08. August Vol. 686

이강천 대한법무사협회 제23대 신임 협회장 “보수표 폐지, 「법무사법」 개정 입법으로 해결하겠습니다.” 08 특별기획 인터뷰

대법원·변협과 대등한 관계로, 자주적인 협회 만들 것 Q.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새 집행부에 대한 회원들의 기대 가 무척 큰데, 간단한 취임 소감과 협회장께서 생각하시는 제23대 집행부 구성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선거운동 기간 동안 많은 민초 법무사들의 토로와 격려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취임의 기쁨보다는 걱정 이 더 큽니다. 고수익 전문직이라는 우리 법무사의 연수입이 차마 말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국세청 발표가 있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만 해도 휴·폐업자가 327명에 이르고 있 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제23대 집행부 구성의 의미는 명확 하고 필연적입니다. 법무사의 빈곤한 현실을 탈피할 수 있는 업무영역의 확장을 사명으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간 우리 협회는 입법을 통한 업무영역 확장에 많은 노 력을 기울여 왔으나, 타 자격사와의 이해충돌 등으로 매번 국 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되고 있습니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법무사를 옥죄고 있는 외압세 이강천 제23대 신임 협회장이 취임 두 달째를 맞이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 위원장 출신인 그는, “보수표 폐지”를 제1공약 으로 내건 과감한 승부수로 지난 제23대 대한법무사협회장 선거에서 신임 협회장으로 당선되었다. 이 협회장은 지난 정기총회 에서 “법원과 변협에 끌려가지 않고 부당한 압력에 맞서 자주적인 협회를 만들겠다”며 취임 일성을 밝혔다. 이후 집행부를 보좌할 각 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을 위촉하고, 각 위원회가 첫 회의를 시작하면서 협회 회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22. 그 첫 성과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등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제5차 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박균택 의원의 대 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협회에는 위 특조법 발의뿐 아니라 제21대 국회 임기종료로 폐기된 「법무사법」 개정안의 재추진, 미래등기시스 템에서의 법무사의 역할 찾기, 법무사 직역 수호와 미래 먹거리 창출 등의 중요한 현안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날로 치열해지는 법 조시장의 경쟁에서 이 신임 협회장은 어떤 변화와 혁신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회원들은 높은 관심과 기대 속에 신임 집행부 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지난 7.12.(금) 10:00, 취임 2주차를 맞은 이강천 신임 협회장을 만나, 향후 그가 이끌어갈 새 집행부의 회무 방향과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인터뷰어는 김정준 본지 편집위원이 맡았다. <편집부> 력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싸우는, 자주적인 협회로 거듭나야 합니다. 제23대 집행부는 우리 협회가 대법원, 대한변협과 대등 한 관계로서 할 말은 하고, 싸울 때는 싸우는 자주적인 조직 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Q. 말씀하신 것처럼 맞서 싸우는 방식에 대한 이견도 있 습니다. 법무사 조직의 규모로 볼 때 그런 방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가 노조위원장 출신이라고 “강성”이라 말씀하시는 분들 도 계신데, 저는 강성이든 온건이든 결과적으로 우리 법무사들 의 먹거리 창출과 직역 확대에 도움이 된다면, 큰소리도 치고 얼굴 붉히는 발언도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법무사의 어려운 상황을 경험하지 못한 법관이나 고위 공무원들께서 우리의 입장을 알아서 이해하거나 쉽게 들어 줄 리는 만무하잖아요? 법무사의 입장에서 우리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을 위해 강성이 필요하다면 저는 두려워하지 않고 강성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실용주의를 추구합니다. 노조위원장 때도 저는 실리에 중점을 둔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무조건적인 09 2024. 08. August Vol. 686

투쟁 일변도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고, 법무사 현안에 대해 대 법원이나 변협과 대등한 당사자 관계로서 논의할 때는 논의 하고, 싸울 때는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겠습니다. 보수표 폐지, 입법으로 해결 하반기 로드맵 발표 예정 Q. ‘보수표 폐지’를 제1공약으로 공표하셨는데, “현 보수표 상의 보수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본적인 보수액 을 지키기 위해서는 보수표가 있어야 한다”는 이견도 있습니 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향후 보 수표 폐지 로드맵은 어떻게 설계하고 계십니까? 1999년 입법된 ‘카르텔 일괄 정리법’으로 법무사를 제외 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타 자격사의 보수표가 폐지되 었습니다. 현재 법무사만 보수표가 남아 있는 상황인데, 사건 의 난이도와 무관한 상한제에 묶여 법무사의 전문성을 제약 하고, 법률가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국제적 추세도 그렇고, 공정거래위원회도 담합 방지를 위해 경쟁을 제한하는 법무사 보수기준은 폐지되어야 한다 는 입장입니다. 또, 법무사가 민사소액이나 단독사건 거의 대부분을 담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민들이 더 나은 법률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도 보수표의 제약을 풀어야만 합니다. 향후 로드맵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일단은 지난 정기총 회에서 가결된 보수표 인상안에 지난 6년간의 물가인상률을 추가해 최대 25%까지 인상하는 안을 대법원과 조율해 빠른 시일 내 인가를 받아낼 예정입니다. 이후 보수표 폐지를 위한 절차에 들어갈 것인데, 대법원 과 보수표 인상안 인가 후 또다시 폐지 논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원 인가보다는 「법무사법」 제19조(보수)를 삭제 혹은 개정하는 방법이 확실하다는 판단이고, 그에 따른 보수표 인상안 인가 후 대법원과 또다시 폐지 논의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이므로, 「법무사법」 제19조(보수)를 삭제 혹은 개정하는 방법이 확실하다는 판단이고, 그에 따른 「법무사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행 보수표 인상안은 권고안으로, 보수료 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10 특별기획 인터뷰

「법무사법」 개정을 준비하려 합니다. 또, 보수표가 폐지되더라도 권고안은 필요하므로, 현행 보수표 인상안을 권고안으로 하여 보수료 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보수표 폐지 입법 과정에서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원행정처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지난 2004년 5월, 재경부와 공정위가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를 위 한 각종 규제 개선 과제’ 중 하나로 법무사의 보수기준 폐지 를 대법원에 요청했는데, 당시 대법원이 법정국 명의로 “충분 한 유예기간이 지나면 보수규정을 폐지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과 합일점을 찾아 국회 입법을 준비한다면 충분히 폐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3/4분기에 확실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니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Q. 미래등기시스템 등 사법 절차의 전자화와 함께 법조시 장의 경쟁 격화로 인한 직역 침해 사례에 대한 대응도 당면 과제입니다. 미래등기시스템을 중심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알고 싶습니다. 전자등기나 등기플랫폼의 확대와 여기에 편승한 일부 법무사·변호사들의 무분별한 덤핑행위로 인해 가격경쟁이 촉발되며 기존의 정상적인 등기시장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정상적인 영업으로는 등기사건을 유치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습니다. 금융기관 대출플랫폼에 소유권이전등기가 종속되고, 이 제는 중개사에게 알선료를 주고 등기사건을 유치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플랫폼에서 법무사를 고르는 식으로 발 전해갈 것입니다. 우리는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합니다. 전자등기나 플 랫폼으로 촉발되고 있는 무한 가격경쟁을 단순히 일부 법무 사의 직업윤리에 호소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되고, 경쟁에 취약한 등기업무의 구조를 본질적으로 바꾸어 경쟁 적 환경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왜곡된 등기시장에서 등기 전문가인 법무사가 직접 의뢰인을 만나고 등기의사를 확인하도록 하 는 강력한 제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격자 본직이 당사자 본 인과 등기의사를 직접 확인하고, 이것을 전자등기시스템에 서 구현되도록 해야 하는 것입니다.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등기가 시작되고, 그 시스 템도 어느 정도 구축된 것으로 보입니다만, 미래등기시스템 에서 위와 같은 자격자의 역할이 구현되어 있는지, 시스템의 운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아직 없습니다. 현재 대법원과 미래등기시스템의 시험운영 일자를 논의 중인데, 먼저 미래등기시스템의 현황을 정확히 파악한 후 자 격자인 법무사의 역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또, 전자시스템에 대한 본질적 대응과 함께 공기업·금융 기관·신용정보회사 등의 부당행위와 법무통이나 무료법인 설립광고, 대형로펌의 집단등기 덤핑 등 직역침해 행위에 대 해서도 그때그때 사안별로 적극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법무사법」 재추진, 기존 개정안에 ‘경찰조사참여진술권’ 등 추가 Q. 보수표 폐지와 함께 「법무사법」 개정 문제도 핫이슈 중 하나입니다. 지난 제21대 국회 임기만료로 개정 입법이 좌절 된 이래 신임 집행부의 새로운 입법 전략은 무엇인지요? 「법무사법」은 제 임기 3년 내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내겠 다는 각오로 뛸 것입니다. 먼저 지난 21대 국회에 제출된 사 법보좌관 업무 대리권과 사법영역에 관한 법률관계 서류 작 성권을 골자로 한 「법무사법」 개정안은 현실에서 이미 우리 가 하고 있는 업무를 법제화하는 내용입니다. 이는 당연한 내용이고요, 여기에 보수기준을 정한 제19 조의 삭제 및 두 가지 사항을 더 추가하는 내용으로 개정입 법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추가 내용은 민사 분야에서 소액사 건 대리권, 형사 분야에서 법무사의 경찰조사참여진술권의 입법화입니다. 형사적인 문제로 경찰조사에 임해야 하는데, 높은 변호 11 2024. 08. August Vol. 686

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진술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무사가 경찰조사에 출석해 진술할 수 있 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소액사건 대리권과도 맥이 통하는데, 경찰조사와 법정에서 진술을 잘못해 승소할 수 있는 재판을 패소한다거 나 정당한 권리를 순간적으로 포기해 버리는 사례를 많이 보 았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국민과 자영업자 등에게는 매우 필요한 민생법안도 변호사 직역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쳐 국회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민과 함께 싸 우겠다는 자세로 입법에 최선을 다해 보려 합니다. 현재 새 「법무사법」 개정안을 8월 중 발의하려고 준비 중에 있습니다. 금년 안 통과를 목표로 협회 역점 과제로서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Q. ‘임차권설정등기 법제화’도 공약하셨는데, 시의적절한 법안임에는 틀림없으나 “법무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라 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임차권설정등기 법제화는 법무사의 배를 채우자는 것 이 아니라 국민의 피해를 줄이자는 것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정부가 2년간 적용되는 한시적인 「전세사기특별 법」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로 했으나, 이것만으로 는 피해를 예방하기에 부족합니다. 현재는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를 위해 ‘임차권등기명령 제도’가 활용되고 있습니다만, 이는 임대차 종료 후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이사를 가더라도 임차인에게 대항력 및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게 하는 것으로, 임대차가 종 료된 후의 대책이라 그 효과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이제는 임대차관계를 설정하는 시점에서 명확하게 임차 권등기를 통해 대항력을 갖게 하는 원칙적인 모습으로 전환 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전에 부동산등기부에 임차권설정등 기라는 공시제도를 제도화해야 절대적인 피해 예방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임차권설정등기에 지출되는 비용인 세제의 감면 등 일정정도 지원책도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대 법원 및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습니다.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위택스), 개선점 찾아 적극 개선할 것 Q. 수개월 전에 위택스 문제로 큰 소동이 있었습니다. 이 러한 사고에 대한 예방과 해결책은 있는지요? 위택스(이택스) 건은 우리 협회보다는 대법원과 행정안 전부, 즉 국가기관 간의 문제가 핵심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 결을 위해서는 대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제도를 개선해 야 합니다. 다시 말해 행안부 전산망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가 연동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협회에서는 법원행정처장과 긴밀히 논의하여 위임장 생 략, 실거래신고 기능 추가 건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점을 찾으 려 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올 2월 개통한 이후 수차례 오류가 발생 해 논란을 빚은 차세대 지방세입정보시스템을 고치기로 했 고, 진단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이 작업을 통해 문제점을 파 악한 후 올해 9월 중순부터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는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우리 협회도 곧 정보화위원회에서 ‘차세대지방세시스템 TF’를 구성하여 시스템의 개선점을 찾고 연구할 것입니다. 시스템 구축 후에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행 안부 관계자와 적극적으로 접촉하여 처음부터 제대로 된 지 방세입정보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Q. 아직도 여전히 법무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국 민이 많습니다. 협회의 홍보 방안에 대해 질문하지 않을 수 없는데, 새 집행부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십니까? 현재 협회의 홍보예산으로 총 1억 5천만 원이 책정된 상 태인데, 이 규모로는 큰 비용이 지속적으로 나가는 라디오 광 12 특별기획 인터뷰

고 등은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홍보전문위원의 보고를 받았 습니다. 그래서 요즘 대세인 유튜브를 통한 홍보나 광고가 더 효 율적이지 않나 생각하고, 협회에서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 ‘법 무사TV’를 보다 활성화시키는 방안이 효과적일 것으로 봅니다. 현재 홍보전문위원과 홍보위원회에서 이런 점을 감안하 여 우리 협회 상황에 맞는 홍보사업과 전략들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만약 내년에 현재 책정된 홍보 예산을 넘어 꼭 필 요한 홍보가 있다고 한다면, 특별예산을 편성해서라도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Q. “자주적 협회 건설”이라는 말씀은 억눌려 있던 민초 법 무사들의 가슴에 불꽃을 심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법무사들 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우리 「법무사법」 제19조에서는 법무사 보수를 회칙에 의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우리가 보수표를 폐지하겠다고 하면 총회 의결을 거쳐 폐지하면 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대법원의 인가를 받아야 된다고 또 규정하고 있거든요. 저는 이것이 정말 못마땅하고, 반드시 고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요즘은 그 어렵다는 법무사시험을 통과한 인재들이 법 무사가 되는 시대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의 종속적인 생각에 머물러 대법원을 보은의 대상으로, 변협을 우리보다 상급조직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 어떤 외부세력과도 대등한 협력관계로 자주 적인 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법무사의 자긍심도 살리고, 내가 노력한 만큼의 대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구 조로 바꿔야 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저는 대법원과도 싸워나갈 겁니다. 거기에 희생이 따른다면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 어떤 외부세력과도 대등한 협력관계로 자주적인 단체가 되어야 합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저는 대법원과도 싸워나갈 겁니다. 거기에 희생이 따른다면 기꺼이 감수하겠습니다. 저는 이미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진행 김정준 법무사(경기중앙회) · 본지 편집위원 정리 임정와 편집장 사진 김흥구 포토그래퍼(더블루랩) 13 2024. 08. August Vol. 686

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하다 보면 상속 처리를 하던 중 뜻밖의 난감한 상황 에 처하여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뢰인들을 만나게 된다. 가령, 나도 모르고 있던 형제가 사망한 부모님의 자녀로 되어 있다든가, 부모님의 호적이 2개라든 가 하는 식이다. 지난 2021년 초에도 그런 의뢰인을 만났다.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긴 차량과 부동산에 대한 상속처리를 위해 서류를 준비하던 중 곤란한 상황에 처 했다며 사무소를 방문했다. “상속처리를 해야 하는데, 사망한 이복누나가 서류상 살아 있어요.” “아버지는 이혼을 하시고 저희 어머니와 재혼했습니다. 어머니 말씀으로 는 아버지한테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이 하나 있었는데, 태어나자마자 아 프기 시작해 어릴 때 사망했다고 들었대요. 자식을 먼저 보낸 아버지에 대해 어머니는 깊은 연민이 있으셨죠. 그런데 이번에 상속처리를 하려고 하니, 어찌 된 일인지 아직 서류상으로 그 딸이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더 이상 상속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당황스러워하는 의뢰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의뢰인이 찾아오기 얼마 전에도 사망한 자녀의 사망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사건을 해결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도 비슷한 경우였다. 전산화가 되지 않 았던 시절, 행정시스템 미비로 인해 가끔씩 이런 사건으로 사무실을 찾아오는 ‘혜정’, 넌 어떤 아이였니? 사망신고 되지 않은 부재자의 실종선고심판청구 사건 (2023. 서울가정법원) 실 종 선 고 심판청구서 혜 정 14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분들이 있다. 나는 의뢰인이 준비해온 제적등본과 가족관계증명 서 등 서류를 건네받아 검토해 보기 시작했다. 서류상으 로는 의뢰인의 누나로 보이는 1974년생 딸(이하 “혜정” 이라고 하자)의 출생기록이 사망신고가 되지 않은 채 남 아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 았다. 의뢰인의 아버지는 김모 씨와의 사이에서 1974년 “혜정”을 낳았고, 1976년경 “혜정”은 사망했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사망신고를 했다고 했고, 재혼을 결심한 의 뢰인의 어머니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사망신 고 처리는 되지 않았다. 아버지가 실제로 사망신고를 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사망신고 처리가 되지 않아 “혜정”은 서류상 살아 있는 존재라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죽은 자 이나, 서류상으로는 살아 있는 존재, 생사가 불분명한 존 재였다. 만약 혜정이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까지 주 민번호가 부여되지 않을 리 없으니 분명 뭔가 행정적인 착오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사건 해결을 위해 2가지 방법을 생각 해 볼 수 있다. 재산처분이 시급한 경우라면 “부재자재 산관리인”을 선임하여 진행하는 것이 좋고, 재산처분이 시급하지 않은 경우라면 “혜정”을 부재자로 하여 “실종 청구인 보 정 “아버지가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이 하나 있었는데, 어릴 때 사망했대요. 그런데 이번에 상속처리를 하려고 하니, 아직 서류상으로 살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더 이상 상속을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어요.” 서류상으로는 의뢰인의 누나로 보이는 1974년생 딸의 출생기록이 사망신고가 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주민등록번호도 부여되지 않았다. 15 2024. 08. August Vol. 686

가야 할지 큰 틀을 잡아나가기 시작했다. 먼저 실종선고를 어디에 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했다. 그러나 “혜정”은 주민번호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 에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록등본 등의 서류를 발급 받는 것이 불가능했다. 실종선고의 관할은 부재자의 마 지막 주소지가 관할이지만, 그래서 관할을 어디로 해야 하는지부터가 난관이었다. “혜정”에 대한 단서가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제 적등본이었다. 제적등본에는 혜정의 출생 장소가 기재 되어 있었는데, 혹시 “출생지”가 마지막 주소지가 아닐 까 하는 생각에 관할을 ‘부산가정법원’으로 하여 실종선 고심판청구서를 접수키로 했다. 다음 두 번째로 결정할 것은 청구인이었다. 실종선 고의 청구인은 이해관계인이다. 나는 피상속인에 대한 공동상속인인 의뢰인이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 했다. 그래서 의뢰인을 청구인으로 하여 2021.6. 부산가 정법원에 실종선고 사건을 접수했다. 그런데 다음 날 지역번호가 서울이 아닌 지방으로 된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경우는 보통 법원이나 등기소 인 경우가 많다. 역시 발신자는 법원. “안녕하십니까. 법원입니다. ○○○○사건 담당자 분 계십니까?” “네, 제가 담당 법무사입니다.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네, 법무사님, 이 사건을 왜 부산으로 접수하셨나요?” “부재자의 주민등록이 없어 마지막 주소지를 정확 히 알 수 없어 출생지를 기준으로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마지막 주소지를 알 수 없는 경 우에 해당하니 서울가정법원으로 접수를 하시는 게 어 떠실까요?” 나는 법원의 권유에 따르기로 하고, 부산가정법원 에 접수한 사건을 취하한 후 서울가정법원에 다시 접수 했다. 다행히 법원에서 다른 보정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서류를 추가 제출하라는 보정명령이 나왔다. 나는 추가 서류 준비를 위해 의뢰인에게 전화를 했다. “이번에는 법원에서 관할을 문제 삼지는 않네요. 서 울가정법원에서 사건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법원에서 몇 가지 서류를 추가 요청하니 준비하셔야 할 것 같아요. 그 선고” 사건으로 진행하면 된다. 의뢰인은 어느 쪽일까. “부동산은 어머니가 거주하고 계셔서 팔 계획이 없 고, 자동차도 폐차할 예정이라 그리 처분이 급한 상황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실종선고 사건으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실종선고를 진행하려면 인우보증서 2명이 필요하다. 실 종 당시 살아 있던 사람으로 그 정황을 직접 목격한 사 람이 보증인이 되어야 한다. “인우보증서를 작성해 줄 친가 쪽 친척, 두 분을 알 아보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자료를 더 검토해보고 사건 을 진행하겠습니다.” 의뢰인은 잘 알겠다며,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 제든 연락을 달라고 하면서 사무실을 떠났다. 주민등록 없는 이복누나의 실종선고, 관할은 어디로? 의뢰인을 보내고 나는 이번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 이 무슨 날벼락인가. 2021년 6월에 실종선고심판청구서를 접수하여 두 차례나 어려운 보정을 겪었는데, 10월에 청구각하 판결문을 받았다. 나는 의뢰인이 이복형제로서 공동상속인이므로 당연히 이해관계인에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판사님의 판단은 달랐다. 불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빨리 의뢰인에게 알리고 다음 작전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6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리고 실종일자를 연월까지 특정을 하라고 하네요. 누님이 1976년 실종되셨다고 했는데, 몇 월인지 알아보시고, 정확 히 모르시면 임의로라도 특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의뢰인은 내가 요청한 대로 서류를 준비해왔다. 덕 분에 1차 보정은 무사히 마쳤다. 이제는 실종선고 결정 문을 받을 수 있겠지… ? 법원의 기각, 공동상속인 이복남동생은 실종선고 청구인이 될 수 없다 나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두 번째 보정명령 이 나온 것이다. 의뢰인은 부재자인 “혜정”과는 배다른 형제 사이이다. 즉, “혜정”의 친모는 따로 있다는 것이다. 보정명령의 내용인즉, 사건본인 친모의 동의서 또는 의 견 청취서 발송을 위한 주민등록 초본을 제출하라는 것. 부랴부랴 친모의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았다. 나 는 “이렇게라도 결정이 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으 로 긴장하며 보정서를 제출했다. 법무사들은 많은 사건을 진행해온 감각으로 마지 막 보정에 대한 촉을 가지게 된다. 나 역시 이번 보정을 마지막으로 결정이 나올 것 같은 촉을 느꼈다. 그런데 이 무슨 날벼락인가. 2021년 6월에 접수하 여 두 차례나 어려운 보정을 겪었는데, 그해 10월, 청구 각하 판결문을 받게 된 것이다. 법원의 각하 이유는 다 음과 같았다. 「민법」 제27조의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이란, 부재자의 법률상 사망으로 인하 여 직접적으로 신분상 또는 경제상의 권리를 취 득하거나 의무를 면하게 되는 사람만을 뜻한다 (대법원 1986.10.10.자 86스20결정 등 참조).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사건본인에게 는 선순위 상속인이 있는바, 사건본인의 형제인 청구인은 후순위 상속인에 불과하므로 사건본인 의 실종선고를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심판한다. 나는 의뢰인이 이복형제로서 공동상속인이므로 당 연히 이해관계인에 해당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판사님 의 판단은 달랐다. 이 결정을 수용할 수 없어 내 욕심으 로는 불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법률가로서 법률 적 판단에 대한 자존심보다는 의뢰인을 위해 빠른 해결 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나는 이번 사건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생각했 다. 의뢰인에게 이 결정을 알리고, 빨리 다음 작전을 시 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청구각하 결정이 나왔습니다. 청구인 자격이 없다고 하네요. 이번 사건은 ‘혜정’의 친모가 청구 해야 한다고 합니다. 전에 그분의 초본을 받아둔 게 있으 니, 한번 방문하셔서 이분께 사건 진행을 하실 수 있는지 여쭤보셔야 할 것 같아요.” 의뢰인은 판사님 판단이 그렇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자신이 한번 혜정의 친모를 찾아 사정을 말씀드리 고 협조를 구해보겠다고 했다. 혜정의 친모는 혜정의 마 지막 주소지였던 부산과 가까운 울산에 살고 있었다. 17 2024. 08. August Vol. 686

이 주장을 받아들여 인용 판결을 내렸다. 내가 이번 실종선고 사건의 청구각하 판결을 받은 것이 2021년 10.21.자였는데, 위 사건의 인용판결일은 10.16. 불과 1주일 정도의 차이로 희비가 갈린 것이다. 내 가 이 사건을 더 나중에 청구했더라면 위 판결을 실종선 고심판청구서에 인용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아낼 수 있 었을까? 나는 아쉽고 씁쓸한 마음 감출 수 없었다. 이복누나의 친모를 청구인으로 보정, 드디어 1년여 만에 인용 결정 어느덧 해가 바뀌어 2023년이 되었다. 기본적인 서 류들은 이미 오래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청구인 적격 때 문에 각하되었던 사건이니 혜경의 친모를 청구인으로 다시 접수하면 금방 인용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사건을 재접수했다. 하지만 같은 이름의 사건이라도 담당 재판부에 따 라 진행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이번 재판부에서는 “실종 선고는 부재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않을 때 그 사람을 사 얼마 후, 의뢰인은 울산으로 찾아가 혜정의 친모에 게 사건 진행에 필요한 서류 등을 받아왔다. 그리고 사 무실을 찾아와 내게 사건 진행을 의뢰하겠다는 허락도 받았다고 했다. 친모는 혜정이 사망했을 당시 당연히 사 망신고가 된 줄 알았다며, 얼른 사건을 마무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부재자의 처남도 실종청구가 가능한데? 같은 사건, 다른 결정 나는 청구인을 혜정의 친모로 하는 실종선고 사건 의 재접수를 위해 서류를 기다리고 있던 중, 지난 2022 년 『법무사』지 2월호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사(「부 재자의 상속인 아니어도 ‘실종선고 청구’ 가능하다」)를 읽게 되었다. 부재자의 처남이 실종선고를 청구하여 서 울가정법원의 인용 결정을 받은 사건(2021.10.19. 2020 느단2781)이었다. 이 사건의 배경은 이러했다. 피상속인의 자녀 3남매 중 자녀 1명이 독일인과 결 혼해 살다가 20년 전 사망했는데, 상속재산 분할 협의 를 위해서는 그 대습상속인인 독일인 매제를 찾아야 했 다. 그러나 오래전 독일로 돌아가 연락이 끊어진 후 생사 조차 알 수 없어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보통 이런 사람을 “부재자”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실종”이란 무얼까? 종적이 사라져 간 곳이나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외국으로 나가 연락이 수년간 끊긴 사람은 실종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부재자의 처남이 실종선고 청구를 하게 되었을까? 이 사건을 담당한 법무사님은 실종선고 심판청구서에서 “처남이 비록 부재자의 상속인은 아니 지만, 실종선고 없이는 상속재산을 처분할 방법이 없으 며, 실종선고는 주소·거소를 중심으로 하는 사법적 법률 관계만을 종료하는 것으로서 이로 인해 외국에 거주하 는 매제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가정법원 이 상속의 이해관계인 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여지가 있 다”고 대담하게 주장을 펼쳤다. 결국 법원은 이례적으로 18 법으로 본 세상 열혈법무사의 민생사건부

망한 것으로 간주하여 법률관계를 확정짓는 제도”이므 로 사망했다면 사망신고를 하라는 보정을 냈다. 부재자가 어릴 때 사망했으나 사망신고가 되지 않 았다는 주장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인우보증서에 의한 출생신고제도는 폐지되었으나, 사망신고는 인우보증서 를 제출할 경우 수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실상은 인우보 증서를 받고 사망처리를 해주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단 지 “사망입증서류가 없으면 법원에서 실종선고를 진행 하라”고 안내할 뿐. 나는 청구원인을 적절한 문구로 수정하고, 의뢰인은 주민번호가 없어 “혜정”의 서류발급이 안 된다고 했지만, 본적(등록기준지) 담당구청에 직접 문의해 ‘가족관계증 명서’ 등의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리 하여 해당 서류들을 추가, 2023.10. 보정서를 제출했다. 그사이 법원에서는 서울출입국과 외국인청을 통해 청구인의 출입국내역 사실조회 등을 진행했다. 보정서 제출 후 한동안 본 사건에서 추가로 진행되는 사안은 없 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 나는 궁금한 마음에 법원에 진행사항을 문의해 보았다. “이제 보정은 끝났고, 공고가 진행 중입니다. 공고기 간이 끝나면 실종선고 결정 되실 겁니다.” 와! 드디어 1년여를 끌어온 사건의 결말이 다가오고 있다. 의뢰인에게 연락하여 이제 공고기간이 끝나면 실 종선고 심판문이 송달될 거라고 진행 상황을 안내해 드 렸다. 꽤 길었던 공고기간이 지나가고, 2024.5.30. 드디 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실종선고 심판문을 송달받았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 실종선고 신고만 남았다. 불쌍한 어린 영혼에 평온이 깃들기를! 혜정의 친모는 아픈 아이를 남겨둔 채 남편과 이혼 하며 아이와 생이별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픈 딸이 사망한 후 장례는 잘 치렀는지, 사망신고는 잘 되었는지 신경 쓸 새도 없을 만큼 힘겨운 삶을 살았다. 내가 발급한 서류는 주민등록 초본밖에 없어, 친모 가 이후 재혼을 하셨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왠지 실종선고 신고는 내가 대신 해드리는 것이 좋겠다는 생 각에 우편으로 실종선고 신고까지 마무리해 드렸다. 사건이 진행된 1년여 동안 나는 2가지 새로운 사실 을 알게 됐다. 지난해 6월 방영된 드라마 「악귀」에서 예 전에는 어린아이들이 죽으면 ‘불길한 징조’라고 보아 제 대로 장례를 치르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래서 어 린 귀신은 악귀가 되기도 했단다(드라마에서). 불행한 일이지만, 7·80년대에는 멀쩡한 아이를 고 아로 만들어 입양 보내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나는 이런 불행한 과거사를 드라마와 뉴스를 통해 보게 될 때마다 “혜정” 생각을 하곤 한다. 과연 이 아이는 사망한 것이 맞을까, 아니면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사망신고도 하지 않은 채 방치되었던 것일까. 혜정, 넌 어떤 아이였니? 난 지금도 “혹시라도” 네가 그 불행했던 많은 아이들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염려한 단다. 불쌍한 어린 영혼에게 지금이라도 평온이 깃들기 를! 나는 청구원인을 적절한 문구로 수정하고, 의뢰인은 주민번호가 없어 “혜정”의 서류발급이 안 된다고 했지만, 본적(등록기준지) 담당구청에 직접 문의해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는 회신을 받았다. 그리하여 해당 서류들을 추가, 2023.10. 보정서를 제출했다. 꽤 길었던 공고기간이 지나가고, 지난 2024.5.30. 드디어 실종선고 심판문을 송달받았다. WRITER 김선미 법무사(경기중앙회) 19 2024. 08. August Vol. 686

경제와 환경의 공존, 녹색콘텐츠 제작이 어려운 이유 미국 정부를 고소한 청소년들의 반란, 다큐멘터리 「청소년 V 정부 기후 정의를 말하다」 ⓒ Netflix 제공 청소년 V 정부 기후정의를 말하다 (Youth vs Gov, 2020) 정보 : 미국 / 다큐멘터리 / 1시간 49분 감독 : 크리스티 쿠퍼 기후 위기를 초래한 미국 정부의 행태를 두고 볼 수 없었던 21명의 청소년들이 2015년 8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 ‘줄리아나 대 미국 사건’으로 불리는 유명한 기후 소송사건으로,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청소년들의 치열한 투쟁을 담은 다큐멘터리. 법으로 본 세상 20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ESG지수 높은 넷플릭스, 정치적 올바름 지키려는 다큐 제작 넷플릭스는 물론 이익추구가 목표인 사기업이지만, 그들 이 만드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꽤나 정치적 올바름을 지키려 고 하는 사회적 기업임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ESG 점수를 받는다면 세 영역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아야 마땅합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 (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세 가지 기준을 의미합니다. 이 중 첫 번째 환경(Environment) 기준은 기업의 환경오 염 방지, 자원 절약, 기후 변화 대응 등에 대한 노력을 평가하 는 기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 정, △폐기물 관리·처리 방식 평가,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 평가, △수자원의 사용·관리 방식 평가, △생물다양성 보존 노 력평가 등이 있지요. 이 기준으로 넷플릭스를 평가해 보면, 온라인 기반 플랫 폼이니 당연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제로 수준이겠죠. 다만 시 청자들이 넷플릭스 관람을 위해 전력을 사용한다는 단점은 있군요. ⓒ Netflix 넷플릭스의 진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친환경 다큐 「청소년 V 정부 기후 정의를 외치다」입니다. 10대들의 언어 힙합으로 만든 기후변화 교과서라고나 할까요? 기존의 어두운 환경 다큐들과 다르게 이 작품은 밝고 경쾌하며 재기발랄합니다. 청소년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맞서겠다는 뜻으로도 읽혔어요. 두 번째 ESG 기준인 사회(Social) 기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동환경, 고객만족, 지역사회 기여 등에 대한 노력을 평가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의 △노동기준(노동자의 권리 보호 및 안전한 근무환경 제공 여부), △제품안전(안전하고 건강한 제품의 생산), △고객만족(우수한 고객 서비스 제공), △지역 사회 기여(지역사회 기여활동), △다양성 및 포용성(다양한 인재에 대한 존중과 포용)을 평가합니다. 이 부분에서도 넷플릭스는 다문화사회와 성적 소수자, 소수 인종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실천하고 있으니 높은 점수를 받을 겁니다. 마지막 지배구조(Governance) 기준을 볼까요. 이 기준 은 기업의 경영 투명성, 윤리경영, 책임감 있는 경영 등에 대 한 노력을 평가합니다. 구체적 평가 항목으로는 △경영진 보상(경영진에 대한 보상시스템의 투명성과 적절성), △회계 및 감사(회계감사 시 스템의 투명성과 신뢰성), △리스크 관리(리스크의 효과적 관 리), △기업 윤리(윤리적 경영의 실천), △주주권익 존중이 있 습니다. 넷플릭스는 주주에게 많은 것을 돌려주는 주주친회적 기업은 아닙니다. 주주보다는 사용자를 더 많이 생각하는 기 업이죠. 그런 점에서 지배구조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겁니다. 21 2024. 08. August Vol. 686

당시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 널리 확산되어 몇 년 뒤인 2020년 한국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이 기후위기 헌법소원 을 내기도 했습니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청소년 19명이 낸 기후소송을 포함 해 시민단체와 영유아 등의 이름으로 제기된 소송 4건을 묶 어 함께 심리 중에 있습니다. MZ세대들에게는 정말 환경문 제, 기후위기가 남다르게 느껴지나 봅니다. 또 하나, 넷플릭스는 다큐를 만들 때 절대 기계적 중립 을 취하지 않습니다. 한쪽 편을 들면서 다른 쪽을 까는 방식 으로 만들죠. 객관과 균형보다 정의와 공정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모든 다큐가 마이클 무어가 연출한 작품들과 흡 사합니다. 안 좋게 말하면 넷플릭스는 선악의 분명한 사전적 잣대가 있고, 다큐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 선악의 구도를 벗어 나지 않는 것이죠. 「청소년 V 정부 기후 정의를 외치다」에서도 온실효과의 실체를 닉슨 대통령 때 보고했던 짐 헨슨 전 나사 위원장과 여성, 흑인, 아메리칸 인디언, 히피의 자녀 등으로 구성된 21 ⓒ Netflix 넷플릭스 진보성의 대표적 사례, 친환경 다큐 「Youth vs Gov」 이처럼 ESG 지수가 높은 넷플릭스의 진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2020년 제작된 친환경 다큐멘터리 「청소년 V 정부 기후 정의를 외치다」(Youth vs Gov)입니다. 10대들의 언어 힙합으로 만든 기후 변화 교과서라고나 할까요? 기존 기후변화 다큐가 익사 위기에 놓인 북극곰을 등장 시키며 지나치게 어둡고 슬픈 분위기였다면, 이 다큐는 밝고 경쾌하며 재기발랄합니다. 의도된 연출은 아니었겠지만,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를 인식해도 남 일로만 여기며 실천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현실 을 꼬집으며 청소년 자신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기후 위기에 맞서겠다는 뜻으로도 읽혔어요. 다큐는 우리나라에서도 2015년 널리 보도됐고, 「경향신 문」에서는 한 면을 통째로 할애했던 사건을 재조명하고 있습 니다. 미국 청소년 21명이 기후 재앙의 책임을 이유로 당시 오 바마 정부를 기소했던 사건이죠. 슬기로운 문화생활 22 넷플릭스로 경제읽기

청소년 원고단이 제기한 기후소송은 2018년 대법원의 ‘각하’ 결정을 받았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늦장 대응을 인정하지만, 기후변화의 원죄를 정부에 물을 수도 없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사법부는 정부와 기업이 잘못했다고 선언했어야 합니다. 그 선언만으로도 기후 대응은 크게 진보할 수 있었을 거예요. 명의 청소년 기후행동가는 곧 ‘선(善)’이고, 화석연료를 만드 는 기업과 이를 지원하는 정부는 ‘악(惡)’이라는 콘셉트에서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연대하라는 차 원에서 본다면 훌륭한 다큐이지만 다른 생각을 가진, 다른 입 장의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를 묻 는다면 글쎄요, 저는 이 다큐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그렇게 크게 바꾸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환경이라는 보이지 않는 장벽 앞에서 MZ세대와 기성세 대가 한쪽에서는 아우성을 지르고, 다른 쪽에서는 귀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인 거죠. 청소년의 대정부 소송은 각하, 미국 대법원이 선언적 결정이라도 했더라면 그런데 우리가 알기에는 ‘민주당 친환경’, ‘공화당 친석유’ 와 같은 이분법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왜 진보 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오바마 정부를 고발했을까요? 다큐에서는 의회에 나와 미래세대를 위해 기후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강조하는 오바마를 “레토릭의 달인”이라 고 비꼬며, 정작 오클라호마에 가서는 정부가 얼마나 전통 에 너지산업에 관심이 많고 후원을 아끼지 않는가를 어필하는 오바마의 자기모순을 꼬집습니다. 또, 천연가스인 셰일가스의 적극적인 개발을 통해 미국 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든 이가 바로 자신이라며 고백하는 오 바마의 육성도 들려줍니다. 한마디로 그에게 친환경은 일종 의 수사일 뿐이라는 거죠. 이어 다큐는 “기후위기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트럼프에 게로 바통을 넘깁니다. 청소년 원고단 21명은 오바마를 넘어 트럼프 행정부와도 대결하게 되죠. 과연 기후위기를 사법부 에서 재판할 수 있는지를 놓고 오바마 정부부터 트럼프 정부 까지 3년 동안 공방이 이어진 겁니다. 아직 청소년 원고단이 제기한 기후소송은 정식 재판을 시작하지도 못한 상태인데, 2018년 사법부의 최종적인 결론 은 ‘각하’였습니다. 정식 재판이 불가능하다고 보았던 거죠.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늦장 대응을 인정하고, 그 피해 를 원고단과 같은 10대들이 가장 크게 입는다는 것 역시 인정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후변화의 원죄를 정부에 물을 수도 없고, 지구를 파멸로 몰고가는 기후변화를 막을 힘도 없으니 사법부에서 원고들을 위해 해줄 것이 없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런데 법정은 정말 10대들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없 었을까요? 미국이라는 나라는 철저하게 삼권 분립을 하는 나라이고,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잘못한 일을 바로잡 는 게 본래의 기능이라는 점에서 법정은 분명 해줄 일이 있 습니다. 정부 책임이 얼마이고, 보상은 얼마라는 식으로 판결을 내리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그럼에도 사법부는 정부와 기 업이 잘못했다고 분명하게 선언했어야 합니다. 그 선언만으 로도 기후 대응은 크게 진보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미국 법원은 정부의 책임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줄여야 하는지 연방 정부에 명령 할 처지는 아니라는 생각을 한 듯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사실 21명의 청소년들도 누군가를 법정에 세워 감옥에 보내려는 의도로 소송을 한 건 아닐 겁니다. 선언적 의미라도 법원의 판단이 나와 주면 자신들이 이긴 것으로 볼 수 있겠죠. 그렇지만 설사 선언적 판단이 나왔다고 해도 미국은 다 른 나라에 비해 확실히 늦은 편입니다. 23 2024. 08. August Vol.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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