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다. 법은 모든 개별적 상황을 전제할 수 없기에, 법의 테 두리 안에서 재판부를 설득하기 위해 근거 자료를 철저 히 준비하거나, 의뢰인의 사정을 읍소하며 전달해야 하는 일이 많다. 재판부에 제출하는 글은 단순히 형식적인 서 류가 아니라, 의뢰인의 삶의 무게를 담은 기록이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에 관하여”라는 제 목을 달고 제출하는 글마다, 그 속에는 절박한 채무자들 의 사연과 회생을 향한 희망이 담겨 있다. 이 사건들은 단순히 채무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 절망에 빠진 사람들 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개인회생 사건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저가로 처리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건마다에 담긴 사연 과 변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단순히 기계적으로 만 서류를 작성한다면, 그 결과는 의뢰인에게 커다란 좌 절과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개인회생·파산 사건에서 법무사는 채무자를 위해 일한다. 의뢰인 각자의 삶과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최선 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사건에 시간과 공을 들 여야 한다. 개인회생 사건은 법률적 절차를 넘어 의뢰인 의 삶을 새롭게 쓰는 일이고, 단순히 표준화된 방식으로 만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전문가의 역량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 질 수밖에 없다. 진정성과 전문성을 가진 전문가가 세심 히 접근해야만 제대로 해결될 수 있다. 필자가 수임했던 세 가지의 개인회생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사건 들을 통해 개인회생 사건이 얼마나 섬세하고 진지하게 다뤄져야 하는 사건인지를 알려주고 싶다. 1. 30대 청년사업가, 민호 씨 이야기 (2023, 서울회생법원) 병환으로 ‘지속적·반복적인 수입’이 없었으나 절박한 사정 읍소해 인용된 사례 서른 살의 청년, 민호 씨는 수제화 제작·판매업체를 운영하던 중 사업 경험 부족으로 난항을 겪다가 결국 2 억 5천만 원의 빚을 지게 되었다. 빚을 갚기 위해 사업을 접고 취업을 하려 했지만, 엎 친 데 덮친 격으로 허리디스크까지 발병해 취업조차 여 의치 않은 상황이 되었다. 주변에서는 개인파산을 권유했지만, 민호 씨는 “무 책임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며 이를 거절했다. 요즘 시대에 보기 드문, 책임감이 강한 청년이었다. 그는 어떻게든 취업하겠다는 마음으로 3~4개월 동 안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지인의 작은 가게에서 파트타 임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첫 월급을 받자마자 나를 찾아 와 개인회생 신청을 하겠다며 사건을 의뢰했다. 건실한 청년의 재기를 돕기 위해 나도 열심히 도와 주기로 하고 사건을 맡았다. 신청서를 접수한 뒤 일주일 도 채 되지 않아 법원에서 보정권고가 내려졌다. 물론 나 는 필요한 서류들을 이미 빈틈없이 준비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보정을 진행하던 중 민호 씨의 허리디스크가 재발한 것 이다. 결국 민호 씨는 한 달 남짓 일하던 가게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고, 파산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되었다. 하 지만 파산선고를 받기 전까지 채권자들의 독촉이 다시 시작될 수 있고, 파산선고기일에 출석이 가능한지조차 예측할 수 없었다. 개인회생 절차를 유지하면서 빨리 회 복되길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상황. 필자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재활 의지를 포기하 지 않는 민호 씨를 보고, 법원에 그의 사정을 읍소해 보 기로 했다. 보정기한 연기 신청서에 “간곡히 부탁드립니 다”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쓰면서 신청서 한 글자 한 글 자마다 그의 절박함과 재활의 의지를 새겨 넣었다. 다행히 민호 씨는 병원에 입원해 고통스러운 주사 치료와 재활치료를 꿋꿋하게 버틴 끝에 3개월 뒤 어느 정도 보행이 가능한 상태로 회복되었다. 직장 사장님도 민호 씨의 사정을 헤아려 잠깐씩이라도 밖에 나와 일할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황법의 민생사건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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