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하는 것만 보더라도. 의주 미느리는 피자를 먹을 땐 묻은 치즈가 아까워 항상 손가락을 ‘쪽쪽’ 빨았다. 순간 그녀 나그네(남편)의 통역 욕구가 폭발했다. “양놈 부침개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반동이야요, 여성 동무!”라고 지레 상황통역을 해 버린 것이다. 그다음 펼쳐진 비상사태! 의주 미느리가 벼케(주방) 가시짱(찬장)에서 평양소주 한 병을 꺼냈다. 곁에 둔 소 갈배(갈비)는 손도 대지 않고, 지렁(간장)에 삭힌 당추(고 추)를 안주 삼아 병나발을 불었다. 이어진 행태가 더 가 관이었다. 처음에는 우줄우줄(우쭐우쭐) 춤을 췄다. 그러더니 버러지(벌레)를 잘못 삼킨 멕장구(개구리)가 된 듯, “내레 속이 바질바질(바싹바싹) 탑네다”라며 나그네(남편)의 머리끄대기(머리카락)을 잡고 늘어지는 게 아닌가! 비틀걸음으로 시야에서 사라진 의주 미느리가 발견 된 곳은 집 뒤안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구새통(굴뚝) 온기에 몸을 맡기고 흐느끼고 있었다. 명분은 자주·평화로 이뤄진 남북통일이라지만, 그쪽 사정으로 봐선 자존심이 상한 구석도 없지 않을 거다. 아 직까지 의주 미느리는 통일 이전 이야기를 꺼내는 걸 달 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그러나 우리 집 사정으로 봐서는 인적 물적으로 완전 통일을 이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테면 안동 자부와 해남 아그가 동서(同壻)의 연 을 맺은 게 동서화합 산물이라면, 의주 미느리와 그 나그 네(남편) 인연은 태백산과 소백산이 가둔 백두대간의 정 기가 아닐까! • 꽤나 오래된 듯하다. 건성으로 제사상을 봐 넘긴 것 이. 조율이시(棗栗梨柿)가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와 같 은 과일로 바뀌고, 시루떡과 송편이 피자와 햄버거로 대 체된 정도를 제외하곤 매번 똑같은 제사상이 아니었던 가!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출발부터 주방에서 의주 사투리가 들려오고 매스컴 귀동냥으로 남북의 모든 게 하나로 돼가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귀신같이 알아채 더라’는 시쳇말은 이곳 사정을 잘 모르는 산 자들의 넋두 리일 뿐이다. 시체가 되어보지 않은 사람이 이곳 시정을 어찌 알까. 저승에도 빈부귀천이 있고 죽고 죽이는 아귀다툼이 있단다. 이곳 저승에서 가세(家勢)와 족보(族譜) 땜에 지 금껏 받아온 설움, 인적 물적 조국 통일을 이룬 후론 받 아본 적이 없단다. 고맙다, 손주 며느리들아! 황진이, 박연폭포, 서화담이 ‘송도삼절(松都三節)’일진데, 안동 자부, 해남 아그, 의주 미느리들이야말로 그에 버금가는 “반도삼절(半島三節)”이 아니더냐! 연일 가화만사성만은 아니다. 지난여름, 해남 아그가 친정을 다녀오면서 큰 홍어를 가져와 온 가족이 홍어회 파티를 열었다. 난생처음 홍어회를 먹어보는 기대감에 들뜬 의주 미느리가, 손바닥만 한 회 조각을 덥석 입에 넣었다. 81 2025. 01. January Vol.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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