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2월호

없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참 대 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A회사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회사였다. 대표는 자신의 거래처에 값싸 고 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철강을 활용한 제품을 공급할 수는 없다는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에 밀려 A회사는 점점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적자가 누적되고 매 출 채권의 집행이 미뤄지면서 미수금이 계속 쌓여갔다. 대표이사가 직원들의 월급을 주기 위해 사재를 털어 회 사의 수입으로 집어넣는 달이 늘어만 갔다. 회사 설립 후 꾸준히 상승하던 매출은 5~6년 전부 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과 2022년에 이 르러서는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즈음 코로나 팬데믹까지 발생하며 전 세계 경기가 얼 어붙는 바람에 새로운 경영 모멘텀을 만들어내기조차 불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A업체가 뒤늦게 값싼 중국 철강을 활 용한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이 미 저가의 제품들이 시장을 잠식한 상황에서 그 같은 결 정 역시 쉽지 않았다. 위기 속 하나의 기회, 신기술 갖춘 대만회사와의 협력 그러던 중 A회사는 하나의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2022년 7월경, 제조업체 대표들 모임에서 A회사 대표는 친하게 지내던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한 대만 업체(이하 “B회사”)의 기술을 들여와 신제품을 제작, 판매해 보겠 다는 계획을 세우게 된 것이다. B회사는 배관에 흐르는 물, 기름, 가스 등의 양을 일 정하게 유지시키는 센서와 밸브의 개발·제작 및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였다. 당시 이런 센서와 벨브 제작 기 술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신기술이어서 전량 수입에만 의 존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B회사는 생산 공장이 중국에만 있다 보니 중국에 서 해당 제품을 생산해 판매해야 해서 상품에 ‘Made in China’ 라벨을 붙일 수밖에 없었고, 중국제품에 대한 부 정적 인식(싸구려다, 기술이 부족하다, 고장이 잘 난다, 믿을 수 없다 등등)으로 인해 글로벌 수출에 불리한 점이 있었다. 그러나 B회사가 중국이 아닌 한국에서 해당 제품을 생산해 ‘Made in Korea’ 제품으로 수출할 수 있다면, 자 신들의 기술력에 대한 세계적인 인정은 물론이고, 안정적 으로 세계시장에 제품을 수출할 수 있어 시장경쟁력 측 면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서서히 무너 져 가고 있는 A회사 또한 무엇이라도 도전해봐야 하는 상황에서 B회사와의 협력관계는 하늘이 내린 동아줄이 나 다름없었다. 이렇게 A회사와 B회사는 상호 이해관계 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다. A회사 대표는 통역사를 동원해 매달 대만과 중국 을 오가며 해당 사업에 관한 합의점을 찾아갔다. 그리고 당면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계약서 작성과 공 증 업무 등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가며 해당 사업을 단계 별로 진행해 나갔다. 그런데 2022년 11월 말, 대표이사가 중국에 다녀온 후 상황이 다급해졌다. B회사에서 현재 A회사가 한국에 공장을 가지고 있으니 그 공장에 해당 제품을 생산할 플 랜트 설비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략 5억 원 정도의 설비 비용을 들여 플랜트 설비를 해준다 면, 자신들의 신기술을 A회사와 공유하고, 이후 생산에 필요한 사업비 5억 원도 투자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표이사 가수금으로 회사 유지, 신사업 자본금 대출 막혀 A회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는 거래였다. 그로 인해 신기술 인수도 받을 수 있으므로, 대표는 흔쾌히 합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황법의 민생사건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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