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 법」의 종료를 45일 앞둔 지난 4월 16일, 국회 교통위에 서는 일몰 시점을 2027.5.31.까지로 2년 연장하는 개정 안이 통과되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전세 사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필자는 위 특별법 개정안이 교통위를 통과한 다음 날에도 거리로 내몰린 전세사기 피해자들에 관한 짤막 한 기사를 보았는데, 기약 없는 싸움 속에 무너져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이날은 필자가 전세사기가 급증하던 2022년부터 지금까지 1,000여 명의 전세 피해자들을 상담했다는, 서울 강남 ‘나우합동법무사 사무소’의 한다현 법무사 (서울중앙회)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한 법무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전세사기 피해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사”라고 자랑스럽게 자신을 소개하고 있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당당한 자긍 심도 인상적이었고, 특히 그 많은 전세 피해자들과의 상 담을 통해 그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전세피해의 현황은 어떠한지 궁금했다. 전세피해 지원 법무사로 시작해 현재까지 1,100건 상담 “전세피해 사건을 전문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협회에서 2022년 전세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구성 한 ‘전세피해지원법무사단’ 상담 법무사에 참여하면서 부터였어요. 그런데 막상 상담 업무를 하다 보니 사건들 이 생각보다 어렵고, 숨은 논점도 많아서 깊이 있게 공 부를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러면서 어느새 전세사기 사건만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었죠.” 한 법무사도 2019년, 처음 개업했을 때는 다양한 사 건들을 처리했지만, 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보고 싶은 마음이 있던 차에 마침 전세피해지원단 상담 법무사는 그에게 좋은 기회가 되었다. 급증하는 사건 수만큼 그도 지난 2년간 정신없이 바빴다. 그새 전세사기 피해로 상담 한 건수만 1,100건이 넘는다니 놀랄 정도로 많은 숫자다. “그중에서 특별히 기억나는 사건이요?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연락했더니, 도리어 집에서 나 가달라고 요구한 사례가 있었어요. 보증금을 돌려줄 여 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간을 끌기 위해 그랬던 거 죠. 의뢰인은 우리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을 받은 후 바 로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하고, 소송과 경매 절차를 통 해 결국 일부 금액을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사례 같지만, 그는 “이렇게 일부라도 회수 했으니 다행인데, 실제 전세사기를 당하게 되면 보증금 을 돌려받는 경우는 20%도 안 되는 것 같아요.”라며 이내 씁쓸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언젠가는 한 신혼부부가 전셋집에 입주하는 날 집주인이 전화를 받지 않아 부동산에 찾아갔더니 이미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며 찾아왔어요. 보증보험을 통해 일부 회수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적으로 많이 지 쳤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신 혼부부가 혼인신고도 하기 전에 이런 일을 겪었으니 앞 날이 얼마나 불안하겠어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참고로 한 법무사와 필자는 제24회 법무사시험 동 기다. 그래서 그가 유난히 감정이입을 잘 하며 작은 일 에도 열정적이고, 정의감도 남다르다는 걸 잘 알고 있기 에, 어떤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상담해주고 다독여주고, 함께 분노하고 있을지, 직접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전세사기, 사후 지원보다는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한다현 법무사는 2005년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 해 개업한 경력이 있다. 지금도 그는 공인중개사를 겸직 중인데, 그래서인지 누구보다 전세사기 사건에서 중개 사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51 2025. 05. May Vol.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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