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5월호

‘개인회생’이라는 막다른 길목에 다다르기까지, 채 무자들은 저마다 말 못 할 상처와 고단한 삶의 이야기를 가슴속 깊이 품고 있다. 지난해 필자를 찾아온 젊은 의뢰 인, 수빈 씨의 사연도 그랬다. 20대 중반의 수빈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한 달 남짓한 기간을 제외하고 줄곧 성실히 직장 생활을 이어온, 건실한 청년이었다. 그런 그녀가 개인회생을 신청 하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자도 스무 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깊은 안타까움을 느낄 수밖에 없 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삶의 무게를 짊어진 수빈 씨의 사정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20대 의뢰인, 수빈 씨의 대출로 개업한 어머니의 김밥 가게 수빈 씨는 1남 1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남 편의 잦은 외도와 폭언을 감내하며 자녀들을 위해 가정 을 지키려 했으나, 결국 동생의 채무 보증을 잘못 선 대가 로 인해 이혼을 당하고 말았다. 수빈 씨는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지만,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가장 필요한 유 년기에 정서적으로 큰 결핍을 겪어야 했다. 상처 많던 중학생 시절, 수빈 씨는 어머니에게 함께 살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어머니는 거리에서 김밥 을 팔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 정도로 궁핍한 상태 였다. 그럼에도 수빈 씨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를 선택했 고,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취업 했다. 어린 나이에 맞이한 사회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지 만, 수빈 씨는 자신이 번 돈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모두 어머니에게 건넸다. 시간이 흘러 사회 경력이 쌓이자, 수 빈 씨는 어머니가 소망하는 김밥 가게를 열어주기 위해 기꺼이 대출을 받아 힘을 보탰다. 신용불량 상태였던 어 머니를 대신해 자신이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부분의 금 융거래 또한 수빈 씨 명의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창업 초기부터 여러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 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삼촌에게 시공을 맡겼 던 인테리어 공사는 초기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초과했 고, 부실공사로 인해 대출금과 신용카드 한도, 현금서비 스까지 모두 소진하고도 손해를 보았다. 고난 끝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 다. 노점이 아닌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된 기쁨에 어머니는 누구보다 성실히 일했지만, 수입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가게는 늘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수빈 씨는 계속해서 추가 대출과 현금서비스를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수빈 씨와 어머니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손님 수가 서서히 늘어나면서 서광이 비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다. 집합 제한 조치로 인해 식당을 찾는 손님 수가 급격히 줄 면서 가게 운영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카드 한도와 현금이 모두 소진되어 재료 구입조차 어 려워졌고, 수빈 씨는 불가피하게 카드사 장기대출과 저축 은행의 고금리 대출에까지 손을 뻗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게 버티고 또 버텼지만, 결국 쌓여버린 빚은 수빈 씨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덮쳤다. 손님 수가 급격히 줄면서 어머니의 김밥집 운영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카드 한도와 현금이 모두 소진되어 재료 구입조차 어려워졌고, 수빈 씨는 불가피하게 카드사 장기대출과 저축은행의 고금리 대출에까지 손을 뻗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결국 쌓여버린 빚은 수빈 씨의 힘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07 2025. 05. May Vol.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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