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5월호

중국의 정치는 여전히 공산당 1당 독재체제를 유지했다. 이런 모순적 정책에 반발한 대학생들은 1989년 천 안문에서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덩샤오핑은 대량 학살을 자행하며 이들을 잔혹하게 탄압 했고, 개혁개방은 한계를 드러냈다. 오늘날까지 중국은 인터넷 검열 등 폐쇄적인 대외정 책, 인권 억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으며 민주 주의 정착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 덩샤오핑이 즐긴 쓰촨 음식, 매운 양념에 볶은 고기와 고량주 2잔 ‘폐쇄적 실용주의자’ 덩샤오핑의 식성은 어땠을까. 쓰촨 출신답게 그는 매운 음식을 즐겼다고 한다. 이는 강 경노선을 걸었던 마오쩌둥도 마찬가지인데, 그의 고향 ‘후난’의 요리는 고추, 마늘을 많이 사용해 한국식 매운 맛에 가깝다. 반면, 쓰촨 요리는 매운맛을 내는 주역이 우 리나라에서 ‘초피’ 또는 ‘제피’로 불리는 ‘화자오’ 양념으 로, 입안이 마비되는 듯 얼얼한 맛을 지녔다. 덩샤오핑은 매운 양념으로 볶은 고기 요리를 종종 지인들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또한 애주가였는지 매일 저 녁 해바라기씨를 안주로 2잔의 마오타이주를 마셨고, 4 인방 숙청 후에는 20잔의 마오타이주를 들이켜며 기뻐 했다는 일화가 있다. 마오타이주는 ‘고량주’라는 이름으 로도 알려진 ‘구이저우성’의 특산 증류주로, 타는 듯한 느낌의 독주다. 쓰촨 지역의 요리는 ‘백 가지 음식에 백 가지 맛’이 라는 “백채백미(百菜百味)”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쓰 촨 분지는 유명한 곡창지대이며 채소, 민물고기, 야생 동 식물 등이 풍부하게 생산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파촉’ 이 바로 오늘날의 쓰촨으로, 기온 변화가 심한 데다 여름 에는 덥고 습하다. 이 때문에 쓰촨 사람들은 음식의 부패 를 막고 식욕을 돋우는 양념을 발달시켰다. 예로부터 쓰촨에서는 마늘, 생강, 화자오를 사용해 야생 육류의 잡내를 잡았다. 남미의 고추가 들어온 이후 에는 라유와 두반장 같은 양념도 요리의 한 축을 담당하 게 된다. 그 밖에 황주, 간장, 식초, 굴소스 등 각종 조미료 와 향신료로 중독성 있는 깊은 맛을 내며, 고온의 기름으 로 불맛을 살리는 것도 특징. 쓰촨 요리의 대표주자로는 마파두부가 있다. 얽은 자국이 있는 노파가 만들었다는 이 요리는 맵고 얼얼한 양념에 부드러운 두부가 조화를 이루며 밥과 함께 먹으 면 한 공기가 뚝딱이다. 돼지고기 두루치기인 ‘회과육’, 고추잡채로 불리는 ‘청초육사’, 깍둑썰기 한 닭고기를 땅 콩과 볶은 ‘궁보계정’, 튀긴 돼지고기를 건고추 등으로 양 념한 ‘라조육’은 특히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다. 조금 생소한 요리를 꼽자면 삶은 닭고기를 식혀 마 라 양념을 곁들인 ‘구수계’가 있다. ‘입에 침이 고이는 닭’ 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인데, 냉채이지만 빨갛고 얼얼한 맛 이 이색적이다. 소의 허파, 천엽 등을 양념에 잰 냉채요리 ‘부부폐편’도 현지에서 한 번쯤 맛볼 법하다. 매운 국물 에 민물 생선과 콩나물을 듬뿍 넣은 ‘수이주위(水烝魚)’ 는 해장에도 좋은 탕요리다. 한국인도 즐겨 먹는 ‘훠궈’와 ‘마라탕’은 비슷해 보 이지만, 훠궈 홍탕은 소기름이 베이스인 반면, 마라탕은 육수에 가깝다. 훠궈는 재료를 하나씩 넣어가며 익혀 먹 지만, 마라탕은 조리된 상태로 나온다. 한편, 중국 속담 중 “마라탕 국물도 마실 놈”이라는 말이 있는데, 궁상스러운 사람을 가리킨다. 훠궈나 마라 탕 국물은 원칙상 재료를 익히기만 하고 마시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 개인 취향이니 못 마실 것은 없지만 기름 성 분이 대부분이라 권하지는 않는다. 쓰촨 지역의 매운 요리는 중국 전역에 퍼졌고, 한국 등 외국에서도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과도한 매운맛 사랑 탓에 주민들 상당수 가 위장질환에 시달리고 있어, 성 (城) 차원에서 ‘매운 음식 덜 먹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매운맛이 주는 쾌락이 결과적으로는 건강을 해치듯 눈부신 경제성장과 대조되는 민주주의의 후퇴는 중국 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77 2025. 05. May Vol.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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