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괴력과 재생 능력을 동시에 지닌 미스터 리한 인물 ‘프랑크(류승범 분)’가 등장하면서, 은퇴한 능 력자들과 자녀들에게 점점 더 큰 위협이 닥쳐오게 된다. 크게 흥행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드라마 「무빙」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즌 2 제작도 확정되었다. 드라마의 인기에는 장주원과 황지희의 사랑과 그 이 야기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클래식 음악의 역할이 컸다. 장주원이 다방에서 일하던 황지희와 재회하며 사랑 을 확인할 때, 경음악처럼 잔잔히 흐르던 이 음악은 황지 희가 국정원 음모로 인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장례식 에서 장주원이 오열하는 장면에서 애잔하게 울려 퍼진 다. 바로 쇼팽의 「환상 즉흥곡」이다. 조르주 상드와 동거하며 작곡한 곡,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꿈꾸며 프레데리크 쇼팽(Frédéric François Chopin, 1810-1849)은 폴란드의 대표적인 작 곡가로, ‘피아노의 시인(The Poet of the Piano)’으로 불 리며, 오늘날까지 대중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바르샤바 음악원에서 수학한 3년 후인 1829년, 「피아노 협주곡 2번 바단조(Piano Concerto No.2 in f minor, Op.21)」의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스무 살의 나이로 가족과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더 큰 무대를 찾아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하지만 길을 떠나던 중 바르샤바에서 ‘11월 봉기’가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하려 했으나, ‘음악으로 애 국하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결국 파리에 머물며 평생 조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본국의 지원이 끊어져 궁핍한 생활을 하던 쇼팽은 기관지 문제 등 건강까지 악화되었는데, 또 한 명의 위대 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무명의 쇼팽을 세상에 알리며, 물심양면 도 움을 주었다. 이후 쇼팽은 21곡의 녹턴, 58곡의 마주르카, 26곡의 전주곡, 27곡의 연습곡, 20곡의 왈츠 등 피아노 독주를 위한 많은 명곡들을 남긴다. 쇼팽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악상으로 작곡한 네 곡의 ‘즉흥곡(Impromptu)’을 작곡했는데, 그 의 첫 환상곡이자 사후 마지막으로 출간된 환상곡이 바 로 「환상 즉흥곡 올림 다단조, 작품번호 66번(FantasieImpromptu in c-sharp minor, Op.66)」이다. 이 곡은 1834년, 리스트의 연인이던 마리 다구 백작 부인의 파티에서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 를 만나 그녀와 연인이 되면서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 다. 17세 때 폴란드 소녀 마리아 보진스키와 비밀 약혼을 했던 쇼팽은, 자신보다 6세 연상인 조르주의 고백을 부 담스러워했다고 한다. 급진적인 성향의 조르주는 남장을 하고 여성금지 구 역에 출입하는가 하면, 빅토르 위고나 들라크루아 등 예술 가들과 교류하던 인물로서, 고상하고 예민했던 쇼팽과는 대조적인 성격이었다. 그러나 쇼팽이 마리아에게 일방적 으로 파혼당한 뒤 위로와 모성애적 사랑을 보여준 조르주 에게 마음을 열면서, 둘은 8년 가까이 동거를 하게 된다. 「환상 즉흥곡」은 드물게 검은 건반을 많이 사용하 는 곡이다. 격정적인 단조의 선율 속에 서정적이고 희망 을 담은 장조의 중간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슬픔 뒤의 희망과 그럼에도 시련은 계속됨을 암시 하는 이 곡은 쇼팽이 생전에 출판을 원치 않았던 작품들 중 하나였지만, 사망 6년 뒤 출판되어 지금까지 쇼팽을 대표하는 곡 중 하나가 되었다. 드라마 「무빙」에서는 「환상 즉흥곡」 중 희망적인 장 조의 멜로디를 사용했다. 사랑하는 아내가 떠났지만, 딸 장희수는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장주원의 다짐을 상징하 는 곡이다. 이 장면은, 버스기사 전계도(차태현 분)가 아 버지와 함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라흐마니노프의 「피 아노 협주곡 2번」을 듣는 장면과 함께, 사랑과 슬픔, 희 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무빙」의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79 2025. 05. May Vol. 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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