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했던 첫 번째 개인회생 신청, 결국 취하하고 다시 신청 개인파산 및 면책을 받은 이력이 있었던 어머니는 수빈 씨에게 개인회생 신청을 권유했다. 스스로의 힘으 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수빈 씨는 개인회생 절차에 발을 들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예상보 다 더 순탄치 않았다. 수빈 씨는 부족한 생활비를 메우기 위해 중간 정산 을 받았던 퇴직금을 채권자인 K은행에 보관하고 있었는 데,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이 돈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지 걱정했다. 당시 회생 상담을 맡았던 사무실에서는, 채권 자들이 급여 압류, 재산 압류, 강제집행 등을 못 하도록 법원에서 “개인회생절차개시 전 금지명령(이하 ‘금지명 령’)”을 내릴 거니까 괜찮다며 수빈 씨를 안심시켰다. 그러나 개인회생을 신청하자마자 수빈 씨의 퇴직금 은 K은행에 의해 채권과 상계 처리되었다. 금지명령이 내 려지기도 전에 퇴직금이 소진된 것이다. 수빈 씨는 큰 충 격을 받았으나, 사건을 처리한 사무실은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대응도 하지 않았다. 2023년 9월에 개인회생절차개시 신청서를 접수했음 에도 불구하고 채권자들에게 개인회생 개시 사실을 알리 는 법원 서류 송달료는 두 달이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납 부했고, 법원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요구받은 보정사항 역 시 대부분은 신청 당시 제출됐어야 할 기초자료들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수빈 씨는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설령 개인회생 인가를 무사히 받아냈다고 해도, 예상되는 월 변제금액을 과연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미 생활은 빠듯했고, 추가 소득이나 지출 감소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 다. 절박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절차 자체가 또 하나의 고통이 되어 수빈 씨를 짓누르고 있었다. 결국 수빈 씨는 김밥집의 기장세무사님에게 필자를 소개받아 사무실을 찾았다. 수빈 씨가 건넨 신청서류들 을 검토해 보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 었다. 더욱 당황스러웠던 것은, 신청 당시 채권자 명단조 차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중요한 채권자들 이 누락되어 있었고, 부가세와 지방세, 4대보험 등은 반 영조차 되어 있지 않았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모든 채권을 정확히 신고해야 만 채권에 대한 변제 계획을 수립하고, 면책 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채권자조차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니, 향후 변제계획 인가 과정에서 심각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누락된 채권자가 추후 이의를 제기하거나 별도로 강제집행을 시도할 경우, 수빈 씨가 개인회생 절차를 밟 았더라도 실제 채무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었다. 결국 수빈 씨는 필자와 상의한 끝에 지난 신청 은 취하하고, 재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또다시 법원의 금지명령을 받을 수 있을까? 두 가지 난제의 해결 한편, 수빈 씨의 개인회생 재신청에는 두 가지 중요 한 쟁점이 남아 있었다. 첫째, 기존 개인회생 신청이 사실 상 실패로 돌아간 상황에서 재신청을 하게 될 경우, 금지 명령을 다시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중복신청이나 반복신청에 대해 서는 엄격한 심사를 한다. 금지명령을 다시 허용하기 위 해서는 신청인의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사유 소명이 필 수적이다. 금지명령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채권자들이 즉 각적인 급여 압류나 재산 강제집행으로 수빈 씨의 경제 상황은 심각한 위기로 내몰릴 것이다. 둘째, 이미 법원에 제출된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된 월 변제금이 약 200여 만 원이 넘는 상황에서, 이를 현실 적으로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어떻게 낮출 것인지의 문 제였다. 개인회생 절차에서는 기본적으로 1인 생계비를 공 제한 나머지 소득을 변제 재원으로 삼지만, 수빈 씨의 경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황법의 민생사건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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