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7월호

아무런 구속력 없는 조정결정문, 그리고 일방적으로 강행된 윗집의 배수관 공사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나는 할 만큼 했고, 이 제 당신이 협조하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압박 인 건가? 나는 윗집 사람에게 법원에서 받았다는 그 조 정결정문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나 며칠을 미적거리고 있기에 “그 내용을 확인 못 하면 더 이상 대화할 필요가 없다”고 엄포를 놓았더니 그제야 조정 결정문을 보내왔 다. 조정조항 1. 피고는 2024.12.11., 2024.1212. 중에 아래층 입주 자에게 알리고 하자보수 날짜를 정하고 1주일 이 내로 하자보수를 완료하고 사과하기로 한다. 2. 원고는 나머지 청구를 포기한다. 3. 소송비용, 조정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한다. 조정의 당사자 부분을 보니 원고(윗집) 소송대리인 으로 변호사가 선임되어 있었고, 피고(인테리어 업자)는 본인이 직접 소송을 수행한, 본 소송 소가 300만 원의 손 해배상 청구사건이었다.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이라기엔 조정 내용이 너무 부실했다. 이런 조정결정문으로는 나 를 강제할 수 있는 어떤 구속력도 없었고, 심지어 당사자 간에도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이전에 제안한 것처럼 담보를 미리 제공하고 공사 하라는 것이 나의 최종 제안이고, 담보는 집주인 또는 공 사업자 누가 부담하든 상관없습니다.” 나는 간략하게 입장을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날 이후 더 이상의 연락은 없었다. ‘먼지가 막고 있 어 한 20분이면 끝나는 간단한 공사라고 했으나, 막상 손 해에 대한 선담보를 제공하고 공사를 하라고 하니 이 사 람들도 파이프에 금이 갈까 두려워 공사를 못 하는구나.’ 싶어 나도 이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런데 해가 바뀐 새해 다음 날인 2025.1.2. 오전, 갑 자기 집 천장에서 요란한 소음과 진동이 들려왔다. 윗집 에서 천공기로 욕실 천장 시멘트를 깨부수는 소리라는 걸 직감한 나는, 바지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채 바로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항상 잠겨 있던 윗집 문이 활짝 열린 채 인테리어 업자가 또 한 사람을 데리고 천공기로 윗집 배수관을 뚫으며, 날리는 시멘트 가루를 석션으로 빨아 “배수 공사를 하다가 잘못하면 우리 파이프가 금이 가고 누수가 발생할 것이 염려되니, 손해에 대한 담보를 미리 제공해 주신다면 공사에 협조하겠다.” 필자의 이 조건 제시에 윗집은 구속력도 없는 법원 조정결정문을 내밀더니, 새해 다음날 기습적으로 천공기를 들고 공사를 강행했다. 17 2025. 07. July Vol.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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