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7월호

법무사 사무실을 방문한 고객. “어떤 도움이 필 요하신가요?”라고 묻는데 자꾸 딴소리를 합니다. ‘상 속’ 과정에 문제가 좀 생겼다는 말을 한 뒤에 빙빙 돌 리기만 하네요.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내가 열심히 부모님 부양했다”로 시작해 “부모님 모시느라 정작 내 아이 들 제대로 못 챙겼다”, “다른 형제도 많은데 왜 우리 만 고생하냐며 부부 싸움도 많았다”는 얘기 등등, 그 냥 뒀다간 고객님의 ‘일대기’를 들어야 할 상황입니 다. 틈을 잘 살펴 “그럼 법무사인 제가 뭘 도와드릴 까요?”라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러니까요, 법무사 님이 잘 좀 도와주세요”라고 답을 하고는 또 이런저 런 하소연이 이어집니다. ‘법률적 문제’를 ‘법적 지식’을 바탕으로 ‘해결책’ 을 주는 게 법무사의 역할인데, ‘어떤 법적 문제’가 있 는지 도통 말하지 않으니 무슨 도움을 줘야 할지 막 막합니다. 이렇게 감정적 호소만 하는 고객, 어떻게 대해 야 할까요? 공감이란? 같은 편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짤’이 하나 있습니다. 동료 A가 말합니다. “어제 보고서 쓰느라 새벽 3시까지 잠을 못 잤어. 중 요한 자료라 신경이 많이 쓰였거든. 그래서 잠 깨려고 오 전에만 커피를 세 잔이나 마셨는데 소용이 없네. 머리가 깨질 것 같아.” 이 말을 들은 B가 이렇게 말하네요. “그래? 보고서는 잘 끝냈고?” 자, 여러분은 이 대화가 어떻게 보이시나요? 잠도 못 자고 쓴 보고서가 잘 마무리됐는지 묻는 걸로 읽히신다 면, “너무나” 이성적인 법무사인 겁니다. 이성적인 사고는 중요합니다. 특히 ‘법’을 논해야 하는 법무사에겐 더더욱 필요하죠. 하지만 그것만 ‘너무’ 강화된 법무사는 위험합니 다. 우리의 많은 문제는 이성의 영역에서만 해결되지 않 기 때문이죠. 앞의 예시에서 동료 A가 듣고 싶은 말은 뭐 였을까요? “머리 많이 아파? 어떡하냐?” 같은 말 아닐까 요? 바로 대화에 꼭 필요한 ‘공감’입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공감’이 중요하단 말은 귀에 못 이 박히도록 듣습니다. 이유는, 공감이 있어야 대화가 이 어질 수 있거든요. 사람은 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상대와 나의 ‘관계’를 생각합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나와 말 이 ‘통하는지’를, 상대가 ‘내 편인지 아닌지’를 계속 따진 다는 뜻이에요. 이때 같은 편임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게 ‘공감’입니다. 감정적 호소 고객, 동의하지 않아도 공감해 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됩니다. ‘상대가 하는 말에 동의 가 안 되는데, 어떻게 공감을 합니까?’라고 반문하는 분 들이 많거든요. 동의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공 감과 동의는 전혀 다른 것이거든요. 동의는 “뜻(意)이 같 은(同) 것”입니다. 그런데 공감은 “함께(共) 느끼는(感) 것”이죠. 생각이 나와 달라도 함께 느껴줄 순 있습니다. 중학생 아이가 시험공부가 너무 힘들다며 이렇게 투덜댑니다. “공부할 게 너무 많아. 이걸 언제 다 하냐….” 이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중학교 공부 양 은 많은 거 아냐. 고등학교 때는 과목도 늘어나고 양도 훨 씬 많아져. 지금 공부 힘을 키워 둬야 나중에 따라갈 수 감정호소만 하는 고객 69 2025. 07. July Vol.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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