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라는 말이 떠오르신다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아이가 ‘그렇구나, 이건 하나도 힘든 게 아니구나. 정신 차려야지.’라고 생각할 확률은 없 습니다. 오히려 더 짜증이 나면서 공부할 마음이 안 생기 겠죠. ‘공부량이 많다’는 것에 동의하시라는 게 아닙니다. “여러 과목 챙기느라 막막하구나?”라고 아이가 느끼는 ‘힘들어하는 상황’은 공감할 수 있습니다. 법무사를 찾아와 상담하는 고객에게도 마찬가지입 니다. 법무사인 내 머릿속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이슈 를 빨리 얘기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지 금 고객에게 중요한 건 ‘법무사가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 해해 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제가 법적으로 도와드릴 문제가 뭘까요?” 를 묻기 전에 나를 찾아온 고객의 상황에 공감하는 게 필 요하죠. 비록 고객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더라도요. 이를 통해 법무사인 내가 당신과 ‘같은 편’임을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감정적 호소를 하는 고객은 논리적 해법보다 정서적 안정이 더 필요할 때가 많으니까요. 공감을 잘 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잘 안다는 것 공감이 필요한 건 알겠는데 ‘대체 뭘 어떻게 공감해 야 하나’라는 막막함이 들 수 있습니다. 특히 법무사처럼 ‘이성적’ 사고가 발달된 분들은 더 어려워하기도 하죠. 그 런데 많이 어렵지 않습니다. 상대의 말에 이렇게 대응하 는 연습을 해 보세요. “말씀하신 ‘이러이러한 상황’ 때문에 고객님은 지금 ‘이런 느낌’이시군요”라는 한 문장을 덧붙이는 게 공감이 거든요. 여기서의 핵심은 ‘느낌’입니다. 그 상황에서 상대 가 받은 ‘느낌’, 당시의 ‘감정’을 생각해 말로 표현하는 게 공감인 셈이죠. 그런데 문제는 ‘감정’을 말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살 면서 ‘감정’에 그닥 집중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무슨 말 이냐고요? 예를 들어보죠. 옷을 잘 차려입고 중요한 약속에 가는 중에 차가 지 나가며 웅덩이에 고인 물을 튀겨서 엉망이 됐습니다. 이때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짜증?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 면 엉망이 된 옷 때문에 약속에 제대로 갈 수 없어서 ‘당 황’스럽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열심히 자료를 만들어서 보고를 올렸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이 건은 다음에 다시 검토합시다’라고 한다 면? 화가 나시나요? 틀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억울’하거 나 ‘언짢은’ 감정이 더 정확할 수 있죠. 이는 우리가 ‘감정’에 생각보다 많이 ‘무딘’ 채로 살 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읽던 걸 멈추고 잠시 생각해 보세 요. 일상에서 혹은 일을 하다가 느끼는 정서, 감정을 표현 하는 단어가 몇 개나 떠오르시나요? 아침잠을 이기기 위 한 ‘피곤’함?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느껴지는 ‘답답’ 함? 퇴근 시간이 오지 않아 느껴지는 ‘지루’함? 생각을 돕기 위해 영화의 힘을 빌려볼까요? 「인사 이드 아웃」에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5가지 감정이 나오죠. 「인사이드 아웃 2」에선 ‘불안’, ‘당 황’, ‘따분’, ‘부럽’이가 새롭게 등장하고요. 이 정도의 감 정이라도 ‘잘’ 느끼고 있다면 다행입니다. 감정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고객을 만나면 ‘하소연만 하지 말고 문제부터 말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앞섭니다. 하지만 지금 고객에게 더 중요한 건, 법적 해답보다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같은 편’의 존재입니다. 공감은 동의가 아닌 감정의 이해입니다. 공감으로 마음을 열 수 있어야 비로소 상담도 시작됩니다. 현장활용 실무지식 — 고객 상담의 기술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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