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세계철학자대회(World Congress of Philosophy)’에서는 인류사상 최고의 도덕적 명제로 공 자의 “己所不欲 勿施於人(기소불욕 물시어인)”을 꼽았다 고 한다. 1 “자기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 베풀지 말 라”는 뜻의 이 명제가 최고의 도덕률이라는 것에는 동의 한다. 한편, 서양에서 말하 는 이른바 ‘황금률(Golden Rule)’은 “남에게 받기를 바라는 대로 남에게 행 하라(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unto you).”는 것이다. 위 두 명제는 뜻은 비 슷하지만 형식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공자의 명제 는 ‘하지 말라’는 부정형이 고, 서양의 황금률은 ‘하라’ 는 긍정형이다. 그런데 긍정형은 받 는 이의 의사와 욕망을 추 단(推斷)한다는 점에서 위 험할 수 있고, 긍정의 강요 는 자칫 ‘형이상학적 폭력 (metaphysical violence)’ 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동양철학 자 도올(檮杌) 선생은 공자 에게 승점(勝點)을 줘야 한 다고 말한다. 공자의 도덕률은 상대방이 원치 않는 것을 강권하 지 않는다는 부정, 소극의 방식으로 자신의 행위를 조절, 절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양의 도덕률은 결국 칸트(Immanuel Kant)에게 서 종합되어, 최고봉에 이르게 된다. 칸트의 『도덕형이상 학의 기초』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의 제1공식은 “너 자신의 행동 원칙이 모든 사람의 보편적 법칙이 되기 를 원할 수 있는 경우에만 그렇게 행동하라”이다. 2 하지만, 이런 어려운 이론들보다 입이 딱 벌어질 만큼 직관적으로 가장 쉬 우면서도 최고의 무게감으 로 다가왔던 도덕률은, 「멋 진 신세계」로 유명한 작가 올더스 헉슬리의 다음과 같은 말이었다. “45년 동안 연구하고 공부해 온 끝에, 내가 사람 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라’는 것뿐이다.” – 『This Timeless Moment: A Personal View of Aldous Huxley』 (1963) 이루어야 할 목표나 지켜야 하는 원칙을 고수하 고 진리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내 주변의 사람에게 따 뜻한 시선과 다정한 말을 보내는 것보다 더 훌륭한 태도 가 있을까. 슬기로운 문화생활 내 인생의 명문구 김청산 법무사(서울중앙회) “ 서로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라” - 올더스 헉슬리의 『This Timeless Moment』 중에서 1 이는 실제의 일화가 아니라 미화(美化)된 에피소드라는 말도 있다. 2 제2공식은 “인간을 결코 수단으로만이 아니라 언제나 동시에 목적 자체로 대하라.”이다. 73 2025. 07. July Vol.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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