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7월호

박은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재배가 이뤄졌다. 구약성경 「출애굽기」를 보면 모세를 따라나선 히브리인들이 이집 트에서 먹던 수박 맛을 떠올리는 대목이 나온다. 물을 저 장하는 수박 열매는 뜨거운 사막에서 더할 나위 없이 고 마운 존재였을 것이다. 성질이 찬 음식이므로 열을 낮추 는 데도 그만이다. 우리나라에 수박이 들어온 것은 고려 시대 때다. 원 간섭기인 충렬왕 시절, 원나라의 장수 홍다기라는 인물 이 처음으로 개경에 수박을 심었다고 한다. ‘푸랭이’라고 불리는 무등산 수박의 조상은 이때 심은 씨앗에서 이어 져 온 것이라고 알려졌다. 광주광역시의 특산물인 무등산 수박은 크기가 일 반 수박보다 훨씬 크다. 작은 것은 10kg, 큰 것은 20kg 이 상 나가기도 한다. 임금님 진상품이었던 ‘귀한 몸’인지라 수확시기가 되면 농민들은 목욕재계하고 제단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 이 기간에는 상을 입은 집을 찾지 않고, 상중인 사람을 멀리한다는 금기도 있었다. 짙은 암녹색 껍질에 종자는 흰색인데, 그 희소성 때 문에 가격이 비싼 반면 단맛은 일반 수박보다 약하다. 오 늘날 대부분의 과일들이 품종개량을 거치면서 달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 소금을 찍어 먹는 수박, 볶은 수박씨 등 먹는 법도 다양 수박은 단맛을 더 강하게 느끼기 위해 소금을 찍 어 먹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흔한 방식인데, 김춘수의 시, 「차례」에도 “할머니께 소금 바른 수박을 드리고 싶다”는 구절이 나온다. 보통 삼각형으로 잘라서 생으로 먹지만, 속을 파내 고 시원한 탄산수를 부어 화채로 만들어도 그만이다. 오 미자 우린 물도 잘 어울리며 우유, 막걸리 등으로 다양하 게 변형시킬 수 있다. 태국의 ‘땡모반’은 수박을 갈아낸 주스로, 한국에서 도 여름철 시즌 메뉴로 정착했다. 수박 자체에는 산미가 거의 없어 레몬즙을 첨가하기도 한다. 겉껍질 안쪽 하얀 과육도 식용할 수 있다. 채로 썰면 오이나 무와 느낌이 비슷한데, 나물처럼 무쳐서 먹는다. 중국에서는 수박씨를 볶아서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씨 를 먹기 위한 수박도 별도로 재배하는데, 양념을 입힌 씨 의 겉껍질을 깨물면 나오는 작은 알맹이를 발라 먹는다. 한편, ‘씨 없는 수박’은 우장춘 박사가 처음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원조는 일본의 유전학자 기하라 히토시라는 인물로, 열매에 콜히친 처 리를 해서 만든다. 해방 직후, 굶주린 국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정부 는 일본에서 우장춘 박사를 초청했다. 하지만 그 시절 사 람들에게 육종학의 중요성을 알리기는 쉽지 않았고, 그 는 “이렇게 신기한 것이 있다”는 홍보용으로 씨 없는 수 박을 만들어 보인 것. 일본에서 한동안 유행한 육면체나 피라미드 모양의 수박은 열매가 자라는 과정에서 틀을 씌운 것이다. 경매 에 내놓으면 몇백만 원을 호가하는데, 식용보다는 귀한 물건이라는 과시용에 가깝다. 홋카이도에서 재배된다는 ‘덴스케 수박’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과일로 꼽힌다. 짙은 검은색 껍질을 지녔으며, 한 해에 1만 개 정도만 수확한 다고 한다. 수박은 크기가 커서 1인가구나 자취생은 선뜻 사먹 기 어렵지만, 소분해 파는 수박도 있으며, 작은 애플수박 은 딱 1인용에 알맞다. 다만 애플수박의 당도는 일반 수 박보다 떨어지는 편. 한여름이 되면 우리 조상들은 수박을 따서 우물물 에 담가뒀다. 지하에서 용출된 우물물은 생각보다 꽤 차 가워서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에도 얼마든지 시원한 수박 을 즐길 수 있었다. 대가족이 거의 사라진 요즘은 커다 란 수박 한 덩이를 다 함께 나눠 먹는 운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뜨거운 계절의 정취를 만끽하게 하는 달고 시원한 맛은 여전히 여름을 기대하게 만든다. 75 2025. 07. July Vol. 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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