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계좌의 비밀번호와 복잡한 음모를 밝히기 위해 고 군분투한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모든 것을 잃은 위태롭고 외로운 처지의 서동주를 지키듯 끊임없이 등장하는 클 래식 명곡이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다. 여은남이 카페에서 즐겨 듣던 곡이었고, 서동주가 그녀에게 들려주기 위해 바이올린으로 연습하던 곡이었 으며, 여은남의 결혼식에서 그리고 서동주가 비자금을 탈취한 후 요트 위에서 연주하던 곡, 바로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이라 불리는, 비탈리의 「샤콘느(Chaconne)」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곡, 바이올린의 처절하도록 느린 춤 ‘샤콘느(Chaconne)’는 이탈리아어로 ‘치아콘나 (Chiaconna)’라고도 불리는 음악으로, 16세기경 라틴아 메리카에서 스페인으로 전해졌다고 추정되는 매우 느린 3박자의 춤곡이다. 왈츠처럼 3박자 구조를 갖추고 있지 만, 왈츠가 ‘강-약-약’의 리듬이라면 샤콘느는 두 번째 박 에 강세가 들어가는 ‘약-강-약’의 독특한 리듬을 지닌다. 바로크 시대에 유행했던 여러 춤곡 중 하나였던 샤 콘느는 점차 기악 중심의 모음곡으로 발전하였고, 오늘 날까지도 대표적인 변주곡 형식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 ‘샤콘느’라는 이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두 곡 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두 곡 모두 바이올린을 위한 곡 이다. 하나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6개의 무반주 바 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파르티타 2번 라단조, BWV.1004’에 수록된 「샤콘느」이며, 다른 하나는 토마소 안토니오 비탈리(Tomaso Antonio Vitali, 1663–1745)의 「샤콘느 사단조(Chaconne in g minor)」다. 비탈리는 바로크 시대 중후반에 활동한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당대의 저명한 음악가 조 반니 바티스타 비탈리의 아들이기도 하다. 그는 두 권의 트리오 소나타 모음집과 여러 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남겼으며,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바로 이 「샤콘 느」다. 하지만 이 곡은 비탈리 사후 약 150년이 지난 뒤인 1867년,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지휘자인 페 르디난트 다비드(Ferdinand David, 1810–1873)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다비드는 자신의 교육서 『바이올린 연주를 위한 고 등 교육책(Die hohe Schule des Violinspiels)』 제2권에 이 곡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편곡으로 수록, 발표 하였는데, 이로 인해 곡의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시 작되었다. 원작자인 비탈리의 자필 악보는 존재하지 않고, 18 세기에 필사된 것으로 추정되는 악보만이 남아 있는 탓 에, 다비드가 실제 작곡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비탈리의 작품으로 보기에는 곡의 구성과 분위 기가 지나치게 낭만적이고 기교적이라는 평가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했다. 다비드 자신도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주 제와 변주곡」을 비롯해 50여 곡을 작곡한 인물이었기에, 「샤콘느」의 극적인 전개와 서정성이 그의 작품일 가능성 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샤콘느」는 여전 히 비탈리의 이름으로 연주되며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 다. 곡이 지닌 감정적 깊이는 물론, 다양한 악기로의 연주 가 가능한 전형적인 바로크 시대의 특징을 가진 ‘통주저 음(Basso Continuo) 형식’ 때문이다. 저음 성부에 숫자를 붙여 즉흥적으로 화음을 쌓아 연주하는 이 형식은, 바이올린과 함께 피아노, 쳄발로, 오 르간 등 다양한 악기와의 조합을 가능하게 한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이라는 비탈리의 「샤콘 느」는 드라마 「보물섬」 속에서 모든 관계가 끊어지고 기 억마저 잃은, ‘지상에서 가장 위태롭고 고독한’ 주인공 곁 을 조용히 지켜주는 유일한 음악이다. 그 구슬프고 애절 한 선율은 주인공의 고독한 운명과 절묘하게 맞물리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준다. 77 2025. 07. July Vol. 697
RkJQdWJsaXNoZXIy ODExNj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