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는 이 판례를 앞세워 여러 주장을 이어나갔다. 첫 번째로, 기왕에 우리가 제출한 서면에서 “확인서에 서 명하지 않으면 정규직 채용이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그 판단은 피고가 자발적으로 한 것이므로 그로 인해 서명 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한 내용을 두고, “원고도 피고가 강제로 서명했다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로, 해외 연수는 업무역량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본사 소개와 조직문화 적응을 위한 ‘온보딩 프로 그램(Onboarding Program, 신입직원 적응교육)’에 불과 하다고 했으며, 세 번째로, 서명한 근로계약서 어디에도 의무 근무기간이나 해외연수 비용에 대한 내용은 없고, 관련 확인서는 수습기간 중에 작성된 것이므로, 그 효력 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피고가 제출한 증거자료에는 이 답변서를 작 성한 주식회사 ○○○의 ▵▵변호사가 발행한 신용카드 매출전표 영수증이 떡하니 첨부되어 있었다. ‘이 돈이면 차라리 조금만 더 보태서 원고 회사에 일부 지급하는 것으로 조정절차에서 합의했어도 됐을 텐 데…’ 싶은 마음과 동시에 도대체 피고가 왜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나오는지가 의아하고 궁금했다. 나는 원고 회사에 전화를 걸어, 혹시 좀 더 알아두 면 도움이 될 만한 사정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돌아 온 답변이 매우 뜻밖이었다. 자발적 연수 신청 등 드러난 피고의 반전 행태 회사 측에 따르면, 피고는 연수 당시 설 연휴와 겹치 던 연수기간 앞뒤를 이용해서 그 도시 근처의 다른 유명 관광지에서 며칠 묵으면서 사적인 여행을 했고, 그로 인 해 돌아오는 항공편을 변경하는 것과 며칠간의 추가 체 류기간에 대한 숙박비 등을 원고 회사가 부담을 해 준 사 실이 있었다. 또한 피고가 증거로 제시한 교육일정표 세부 내역에 따른 교육 내용에는 피고의 주장대로 회사 전략이나 공 장 투어, 부서 소개 등도 포함되어 있지만, 그 대부분은 피고가 앞으로 다루게 될 본사 제품의 특징과 디자인, 기 본 설계, 구동 및 작동 부위, 타 회사 제품과의 비교 설명 피고가 인용한 판례의 후단에는, 자발적 신청과 합리적인 조건 아래 체결된 연수비 반환 약정은 유효하다는 핵심 논리가 담겨 있었다. 허를 찔린 것인지, 이후 피고는 아무런 서면도 제출하지 않았다. 사건 접수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1회의 변론기일조차 열리지 않았다. 피고가 또 어떤 주장을 하고 나올지 내심 다음 라운드가 기대된다. 법으로 본 세상 — 열혈 이법의 민생사건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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