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법무사 8월호

연락이 가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병원에서는 치매 진단 을 내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증세는 악화되어 자신의 의 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정순자 님의 재산 관리에도 큰 어려움이 생겼다. 요양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들이 정순자 님 명의 의 아파트를 매매하려 했지만, 본인의 동의가 없는 상태 에서는 거래가 불가능했다. 만기가 도래한 정기예금도 대 리로 해약할 수 없었다. 결국 정순자 님의 아들은 법무사 와 상담한 끝에, 가정법원에 성년후견 개시를 청구하게 되었다. 그러나 절차는 순탄치 않았다. 앞서 아버지의 상속 재산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었던 형제들은, 이번에는 어 머니의 재산을 누가 관리할지를 두고 또다시 다투었다. 법원은 가족 간 갈등이 심하다고 판단하여 제3자인 법무 사를 정순자 님의 성년후견인으로 선임했고, 이 과정에 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었다. 정순자 님의 사례는 노년기에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나 사고에 대해 사전에 법적으로 대비하지 않았을 때 어떤 현실적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재 산 관리가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가족 간의 불필요한 분 쟁과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법적 노후설계 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3. 노후 대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법적 제도 정순자 님의 사례에서 보듯이, 치매와 같은 질병으 로 인해 의사결정 능력을 상실하게 되면 개인의 재산관 리와 신상보호에 심각한 제약이 생기고, 가족들 역시 복 잡한 법적 절차와 갈등에 직면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건강 상태를 불문하고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충분히 이해하고 사전 에 준비해두는 것이 필수적이다. 가. (임의)후견계약 이러한 법적 대비 수단 중 하나로 먼저 살펴볼 수 있 는 것이 ‘(임의)후견계약’이다. 성년후견제도는 크게 법정 후견과 (임의)후견계약으로 나뉘는데, 그중 (임의)후견계 약은 아직 의사능력이 온전할 때 장래에 대비해 체결하 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사전적·예방적 의미가 크다. 법정후견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해 정신적 제 약이 발생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되거 나 부족한 사람에게 법원이 후견인을 선임하여 재산관리 와 신상보호 등 법률행위를 대리하게 하는 제도다. 반면 (임의)후견계약은 장래에 있을지도 모를 정신 적 제약 상황에 대비해, 본인이 신뢰하는 사람에게 자신 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 를 위탁하고 이에 대해 대리권을 부여하는 계약이다(「민 법」 제959조의14 제1항). (임의)후견계약은 피후견인이 될 사람의 재산과 신 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 계약 내용은 명확히 정리되어야 하며, 반드시 공정증서의 방식으로 체결되어 야 한다. 계약 상대방인 임의후견인은 1인이 아니라 여러 명이 될 수도 있고, 법인이 될 수도 있다(「민법」 제959조 의16 제3항, 제930조 제2항, 제3항). 임의후견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건 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후견계약이 등기되어 있어야 하고, 둘째, 본인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하며, 셋째, 임의후견인 등의 청구에 따라 가 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 조건들이 충족되면 비로소 (임의)후견계약이 효력을 가지게 되고, 임의후견인은 계약에서 정한 후견사무, 즉 피후견인의 재산관리와 신상보호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순자 님의 사례처럼 본인이 의사를 표현할 수 없 는 상태에 이른 경우, 이 제도는 사전 대비의 실질적 대안 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사례에서처럼 가족 간 갈 등이 존재할 경우, 법원이 제3자인 법무사를 후견인으로 선임하게 되면 그 후견인이 당사자의 평소 의사나 생활방 식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45 2025. 08. August Vol. 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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